칼럼

전업주부의 이혼, 재산분할과 양육권 다툼에서 불리할까? 2026-09-08

 

전업주부의 이혼, 소득이 없다는 사정은 어디에 영향을 미치는가


 

 

1. 전업주부가 이혼 앞에서 망설이는 이유

이혼을 고민하는 분들 가운데 유독 결심을 오래 미루는 분들이 있는데, 혼인 기간 내내 가정을 맡아 왔고 자기 명의의 소득이 없는 분들입니다. 이분들의 걱정은 대체로 세 가지로 모입니다. 재산이 전부 배우자 명의인데 받을 수 있는 것이 있는지, 소득이 없는데 아이를 데려올 수 있는지, 그리고 이혼이 끝날 때까지 무엇으로 생활하여야 하는지입니다.

이 세 걱정은 모두 소득이 없다는 하나의 사정에서 나오지만, 법이 이 사정을 다루는 방식은 세 국면에서 각각 다릅니다. 어떤 국면에서는 소득이 없다는 점이 거의 문제가 되지 않고, 어떤 국면에서는 다른 제도로 보완되며, 어떤 국면에서는 실제로 불리하게 작용하는데, 세 국면을 구별하지 않고 뭉뚱그려 걱정하는 것이 결심을 늦추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국면별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2. 재산분할에서 가사노동이 갖는 의미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오해는 재산분할입니다. 재산이 전부 배우자 명의라는 사실은 재산분할에서 출발점일 뿐 결론이 아닌데, 재산분할은 혼인 중 부부가 협력하여 이룩한 재산을 명의와 상관없이 형성과 유지에 기여한 실질에 따라 나누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도 재산분할 제도가 부부별산제를 보완하여 이혼 시 재산의 명의와 상관없이 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기여한 정도 등 실질에 따라 각자의 몫을 분할하여 귀속시키고자 하는 제도라고 설명합니다(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므4071 전원합의체 판결).

그렇다면 소득 활동을 하지 않은 배우자의 기여는 무엇일까요?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처가 가사노동을 분담하는 등으로 내조를 함으로써 부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기여하였다면 그 재산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된 재산으로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하여 왔습니다(대법원 1993. 5. 11. 자 93스6 결정). 가사와 육아를 맡아 상대방이 소득 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한 것, 그렇게 얻은 소득이 소비되지 않고 재산으로 남도록 살림을 꾸린 것이 바로 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대한 협력이고, 협력에는 재산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줄지 않게 지키는 것도 포함된다는 점을 판례는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이 혼인 전부터 가지고 있던 재산이나 상속받은 재산처럼 원칙적으로 분할 대상이 아닌 특유재산이라 하더라도 다른 일방이 그 유지에 협력하여 감소를 방지하였거나 증식에 협력한 경우에는 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같은 맥락인데, 이 부분은 별도의 글에서 다루었습니다.

물론 기여의 정도, 즉 분할 비율은 혼인 기간과 재산 형성의 경위 등 개별 사정에 따라 정해지므로 소득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비율이 정해지지는 않고, 기여도 산정의 기준 역시 별도의 글에서 다루었으므로 여기서는 하나만 덧붙이겠습니다. 재산분할에는 혼인 중 재산의 청산뿐 아니라 이혼 이후 당사자의 생활보장에 대한 배려라는 부양적 요소도 함께 고려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인데, 소득이 없는 배우자에게 이 요소는 결코 작지 않은 의미를 갖습니다.

 

3. 양육자 지정에서 경제력이 차지하는 자리

두 번째 걱정은 양육권입니다. 소득이 없으면 양육자로 지정되기 어렵다는 생각은 널리 퍼져 있지만, 양육자 지정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자녀의 복리이고 법원은 자녀의 성별과 연령, 부모의 애정과 양육 의사, 경제적 능력, 부모와 자녀 사이의 친밀도, 자녀의 의사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므로, 경제적 능력은 그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일 뿐이지 다른 요소를 압도하는 절대적 기준이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구조입니다. 양육자로 지정되지 않은 부모는 양육비를 분담할 의무를 지므로, 양육자의 경제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정은 상대방의 양육비 부담으로 보완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소득이 없는 부모가 양육자가 되면 자녀가 경제적으로 곤란해질 것이라는 걱정은 양육비 제도가 바로 그 곤란을 메우기 위하여 존재한다는 점을 놓친 것이고, 양육비의 액수가 부모 쌍방의 소득과 자녀의 나이 등을 기초로 정해지는 방식은 별도의 글에서 다루었습니다. 오히려 혼인 중 실제로 자녀를 돌본 시간과 친밀도는 전업으로 가정을 맡아 온 쪽에 축적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법원은 자녀가 현재 안정적으로 양육되고 있는 상태를 함부로 바꾸지 않으려 합니다.

그러므로 소득이 없다는 사정은 양육권 다툼에서 결정적 약점이 아닙니다. 다만 이혼 이후의 양육 계획, 즉 어디에서 어떻게 생활하며 자녀를 돌볼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점은 소득의 유무와 무관하게 모든 양육자 지정 사건에서 요구되는 것이어서 전업주부에게만 특별히 부과되는 부담은 아닙니다.

 

4. 절차가 끝날 때까지의 생활, 실제로 불리한 국면

세 번째 걱정이 실제로 가장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재산분할과 양육권에서 소득이 없다는 사정이 결정적이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결론은 판결이 확정된 뒤에 실현되는 것이어서, 이혼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그리고 별거가 시작된 시점부터 판결까지의 기간에 생활비가 끊긴다면 그 시간을 버티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됩니다. 더구나 그 기간의 생활비나 소송비용을 마련하기 위하여 진 채무는 혼인 파탄 이후의 개인적 채무로 취급되어 재산분할에서 공동채무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을 앞서 채무의 분할에 관한 글에서 살펴본 바 있습니다. 소득이 없다는 사정이 실제로 불리하게 작용하는 국면은 바로 여기입니다.

법은 이 국면을 위한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부부는 서로 부양하고 협조할 의무를 지고 공동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함께 부담하여야 하므로 별거 중이라도 상대방에게 부양료를 청구할 수 있는데, 다만 대법원은 과거의 부양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양의무의 이행을 청구하였음에도 이행하지 않아 이행지체에 빠진 이후의 것만 청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대법원 2017. 8. 25. 자 2014스26 결정). 청구하지 않고 버틴 기간의 생활비는 나중에 돌려받기 어렵다는 뜻이므로, 생활비가 끊겼다면 청구의 시점을 미루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가정법원은 소가 제기된 뒤 사건 해결을 위하여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재산의 보존이나 관계인의 감호와 양육을 위한 처분 등 적당한 처분을 사전처분으로 명할 수 있고(가사소송법 제62조), 재산분할이나 부양료 청구를 위하여 당사자에게 재산목록을 제출하도록 명하는 재산명시 제도도 두고 있어(같은 법 제48조의2), 상대방 명의의 재산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전업주부의 현실적 어려움은 이 제도로 상당 부분 보완됩니다. 이 장치들은 신청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는 것들이어서, 어떤 장치를 언제 쓸 것인지가 소송의 초기에 정리되어 있어야 합니다.

 

5. 결론

소득이 없다는 사정은 재산분할에서는 기여의 형태가 다를 뿐 기여가 없다는 뜻이 아니고, 양육자 지정에서는 여러 요소 중 하나에 그치며 양육비로 보완됩니다. 실제로 불리한 것은 결론이 아니라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입니다. 그러므로 전업주부의 이혼에서 준비하여야 할 것은 결론을 두려워하는 일이 아니라, 부양료 청구와 사전처분, 재산명시와 같은 절차상의 장치를 언제 어떻게 쓸 것인지를 미리 정해 두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