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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배우자와 상간자, 부정행위의 책임은 누구에게?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알게 된 분들이 상담에서 가장 먼저 정리하고 싶어 하시는 것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배우자인가, 상간자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그리고 이 물음 뒤에는 대개 두 가지 계산이 따라붙는데, 양쪽에 각각 소송을 하면 위자료를 두 번 받을 수 있는가 하는 것과, 배우자를 용서하기로 하였다면 상간자에게도 책임을 묻지 못하게 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 계산들에 답하려면 먼저 두 사람의 책임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대법원은 부부의 일방이 부정행위를 한 경우 그 일방은 배우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의무를 지고,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하고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하여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도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하며, 부부의 일방과 제3자가 부담하는 불법행위책임은 공동불법행위책임으로서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5므10716 판결). 부정행위는 배우자와 상간자가 함께 저지른 하나의 불법행위이고, 두 사람은 그로 인한 손해 전부에 대하여 각자 책임을 지되 그 책임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부진정연대라는 말이 낯설게 들리실 수 있으니 풀어 두겠습니다. 두 사람이 각자 손해 전부를 배상할 의무를 지지만, 그 손해는 하나이므로 어느 한쪽이 배상하면 그 범위에서 다른 쪽의 의무도 함께 사라지는 관계입니다. 피해자로서는 둘 중 누구에게든 전부를 청구할 수 있는 대신, 전부를 두 번 받을 수는 없는 구조인 것입니다. 앞서 든 두 가지 계산에 대한 답은 사실상 여기에 다 들어 있습니다.
책임의 구조가 이렇다면 누구에게 청구할 것인가는 원칙적으로 피해자의 선택입니다. 배우자에게 물을 수도, 상간자에게 물을 수도, 양쪽 모두에게 물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의 모습은 이혼을 하는가에 따라 갈립니다.
이혼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상간자만을 상대로 소송을 하게 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혼인을 유지하면서 배우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의 소를 제기하는 것이 법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함께 살아갈 사람을 법정에 세우는 일이 현실적으로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간자에게 위자료를 받게 되는데, 여기서 끝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부진정연대채무를 지는 사람들 사이에는 각자의 고의와 과실의 정도에 따른 부담 부분이 있고, 자기의 부담 부분 이상을 배상하여 공동의 면책을 얻게 한 사람은 다른 채무자에게 그 부담 부분의 비율에 따라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다19378 판결), 위자료를 지급한 상간자가 배우자에게 자신의 몫을 넘는 부분을 구상하는 관계가 뒤따르는 것입니다. 상간자에게서 받은 위자료의 일부가 배우자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은 이혼하지 않는 상간소송에서 미리 알아 두셔야 할 대목입니다.
이혼을 하는 경우에는 어떤 방식이든 가능합니다. 이혼소송에서 배우자에게 위자료를 청구하면서 상간자를 상대로 별도의 소송을 하기도 하고, 두 사람을 함께 피고로 삼기도 하며, 배우자에 대한 청구는 이혼의 조건 안에서 정리하고 상간자에게만 소송을 하기도 합니다. 어느 방식을 택할 것인지는 이혼 조건 전체의 설계와 맞물려 정할 문제이지, 방식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총액이 달라지는 문제가 아닙니다.
여기서 첫 번째 계산으로 돌아옵니다. 배우자와 상간자에게 각각 소송을 하면 두 사람으로부터 위자료를 따로 받을 수 있으니 결국 두 배가 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고, 이유는 앞서 본 구조에 있습니다. 양쪽 모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책임의 근거가 되는 부정행위는 하나이고, 그로 인하여 입은 정신적 고통도 하나이므로, 책임을 묻는 방식에 따라 손해의 규모가 달라질 리는 없는 것입니다.
한 가지만 구별해 두겠습니다. 이혼을 하면서 배우자에게 청구하는 위자료는 혼인이 파탄에 이른 경위 전체에 대한 것이어서, 부정행위 외에 폭언이나 경제적 방임 같은 다른 유책사유가 함께 있었다면 그 부분까지 포함하여 정해지는 반면, 상간자의 책임은 어디까지나 부정행위로 인한 부분에 한정됩니다. 그러므로 두 사람에 대한 청구의 액수가 언제나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정행위라는 공통의 부분에 관한 한 두 사람의 책임은 하나의 손해를 나누어 지는 것이고, 그 부분이 두 사람 사이에서 겹쳐 있는 이상 같은 고통을 두 번 배상받는 결과는 생기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두 사람을 상대로 각각 판결을 받더라도 두 판결이 인정하는 손해는 같은 손해이고, 어느 한쪽으로부터 배상을 받으면 그 범위에서 다른 쪽에 대한 청구권도 소멸합니다. 둘을 상대로 하는 실익은 금액을 늘리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 가운데 실제로 배상할 자력이 있는 쪽으로부터 받을 수 있게 된다는 데에 있는 것이니, 소송의 상대를 정할 때에도 그 점을 기준으로 생각하셔야 합니다.
두 번째 계산은 방향이 반대입니다. 이혼을 하지 않고 배우자를 용서하기로 하였는데, 그렇다면 상간자에 대한 책임도 함께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상간자가 나는 배우자가 용서받았으니 나도 책임이 없다고 항변하면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도 판례의 답은 분명합니다. 대법원은 부진정연대채무자 상호간에는 변제와 같이 채권의 목적을 달성시키는 사유는 채무자 전원에 대하여 절대적 효력을 발생하지만 그 밖의 사유는 상대적 효력을 발생하는 데에 그치므로, 피해자가 채무자 중 한 사람에 대하여 손해배상에 관한 권리를 포기하거나 채무를 면제하는 의사표시를 하였더라도 다른 채무자에 대하여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위 2005다19378 판결). 배우자를 용서한 것은 배우자에 대한 면책일 뿐이고, 그 면책이 상간자에게까지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배우자를 용서하고 혼인을 유지하는 경우에도 상간자에 대한 소송은 여전히 가능하고, 상간자는 배우자가 면책되었다는 사정을 들어 자신의 책임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혼인을 지키기로 한 결정과 부정행위에 가담한 제3자의 책임을 묻는 결정은 별개의 것이며, 앞의 결정이 뒤의 결정을 막지 않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배우자와 상간자의 책임은 하나의 부정행위에서 나온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습니다.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는 피해자가 정하되 이혼 여부에 따라 현실의 모습이 갈리고, 어느 쪽에 어떻게 묻더라도 손해는 하나이므로 총액이 두 배가 되지 않으며, 배우자에 대한 용서는 상간자에게 미치지 않으니 상간자에 대한 책임 추궁은 그와 별개로 남습니다.
그러니 배우자의 부정행위 앞에서 정해야 할 것은 얼마를 두 번 받을 것인가가 아니라, 혼인을 유지할 것인가, 유지한다면 상간자에 대한 소송과 그 뒤에 따르는 구상관계까지 감안할 것인가, 이혼한다면 배우자에 대한 청구를 이혼 조건 안에서 정리할 것인가 소송으로 다툴 것인가 하는 물음들입니다. 책임의 구조를 먼저 이해하고 나면, 이 물음들은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 보이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