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상간소송의 증거, 입증의 대상과 수집의 적법한 한계 2026-09-06

 

상간소송의 증거, 입증의 대상과 수집의 적법한 한계


 

 

1. 상간소송의 첫 번째 벽으로서의 증거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하고 상간소송을 희망하는 입장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다름 아닌 증거입니다. 소송은 증거로 이야기하여야 하는 절차이므로, 아무리 '뻔한 것'이라거나 '강한 심증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로는 소송이 불가능하고 반드시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배우자의 태도가 달라졌다거나 늦은 귀가가 잦아졌다는 사정은 의심의 출발점은 될 수 있어도 법원을 설득하는 재료가 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상간소송을 진행하려면 어떤 증거가 얼마나 많이 있어야 하는지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는 순서가 뒤바뀐 부분이 있는데, 증거가 될 만한 것을 일단 모아두고 나서 소송이 되는지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입니다. 증거란 결국 승소를 위한 요건을 갖추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수단에 다름 아니므로, 무엇을 입증하여야 하는지가 먼저 정해져야 어떤 증거가 필요한지도 정해지는 것입니다.

 

2. 승소 요건과 입증의 대상, 증거의 수량과 방향

그렇다면 상간소송에서 입증하여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상간소송은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였다는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이므로, 입증의 대상은 크게 둘로 정리됩니다. 첫째는 상대방과 배우자 사이에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이고, 둘째는 상대방이 배우자가 기혼자임을 알면서도 그러한 관계를 맺었다는 점입니다. 첫째가 행위의 문제라면 둘째는 고의의 문제인데, 두 가지가 모두 갖추어져야 비로소 상간소송의 요건이 충족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증거의 수량에 관한 질문은 방향에 관한 질문으로 바뀝니다. 부정행위의 존재를 보여주는 자료가 아무리 많더라도 상대방이 배우자의 혼인 사실을 몰랐다는 항변을 무너뜨릴 자료가 없다면 소송은 어려워지고, 반대로 결정적인 자료 하나가 없더라도 두 사람의 관계의 내용과 정도, 상대방이 혼인 사실을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모여 있다면 소송은 가능합니다. 부정행위의 인정은 어느 하나의 증거가 아니라 제반 사정의 종합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상간소송을 고려하신다면 증거를 무작정 모으실 것이 아니라, 상간소송 승소를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입증방안부터 고민하셔야 합니다. 부정행위의 존재와 상대방의 인식이라는 두 축을 향하여 어떤 자료가 이미 있고 어떤 자료가 부족한지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순서인 것입니다.

 

3. 민사소송에서의 위법수집증거와 그 예외

문제는 그다음에 생깁니다. 입증하여야 할 것이 정해지면 증거를 수집하여야 한다는 일념 하에 불법적인 수단도 가리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형사재판에서라면 이렇게 수집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배제의 원칙에 따라 증거로 쓸 수 없지만, 상간소송은 민사소송이고 민사소송법은 자유심증주의를 택하면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민사소송에서는 원칙적으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 하더라도 증거로 쓸 수는 있는데, 다만 여기에는 분명한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통신비밀보호법입니다. 이 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이를 위반하여 취득한 내용은 재판이나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명문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상간소송에서 바로 이 문제를 다루었는데, 배우자의 차량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하여 배우자와 상간자의 대화를 녹음한 파일과 녹취록에 대하여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하면서도, 동거 중이던 배우자의 휴대전화에 있는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촬영한 것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민사소송법은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면서(제202조), 형사소송법과 달리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통신비밀보호법과 같이 개별 법령에 증거능력에 관한 규정이 별도로 존재하는 경우가 아닌 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하여 민사소송에서의 증거능력이 일률적으로 부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한 증거의 증거능력 유무는 민사소송법의 기본이념인 재판의 공정과 신의성실의 원칙을 기초로 상대방의 인격적 이익 등의 보호이익과 실체적 진실발견의 가치를 비교형량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4다222212 판결

풀어서 정리하자면 통신비밀보호법처럼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법이 직접 정한 경우가 아니라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도 곧바로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보호이익과 진실발견의 가치를 비교형량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위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그 증거가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의심할 만한 상황에서 동거 중인 주거지 안에서 수집되었고, 달리 적법하게 수집한 증거로 입증하기를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능력을 인정하였습니다.

다만 이 비교형량이라는 기준은 이론상의 문턱이지, 실제 민사소송에서 증거 수집 방법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비교형량 끝에 증거능력을 배척한 판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실무에서는 통신비밀보호법이 적용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민사소송에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문제를 증거능력이 배제된다는 취지로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4. 증거 수집에 따르는 책임과 정당한 수집의 필요

그렇다면 통신비밀보호법만 피하면 어떤 방법으로 수집하든 상관없는 것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은데, 문제의 소재가 증거능력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위 대법원 판결의 원고는 상간소송에서 승소하였지만, 그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녹음과 촬영 행위에 대하여 각각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와 정보통신망법 위반죄로 유죄판결을 받아 확정되었습니다. 증거로 쓸 수 있었고 소송에서도 이겼지만, 그 대가로 범죄자가 된 것입니다.

배우자의 차량에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하는 행위는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 금지하는 동의 없는 개인위치정보의 수집으로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상간자의 집이나 숙박업소에 들어가 현장을 확인하는 행위는 주거침입죄가 됩니다. 이러한 행위로 얻은 자료가 상간소송에서 증거로 쓰일 수 있다 하더라도, 그 행위 자체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는 것입니다.

결국 상간소송에서 불법적인 수단을 쓰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증거로 못 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증거로 쓸 수는 있겠고 상간소송에서 승소할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형사처벌이라는 상처를 입을 수 있는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쓰지 않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잘못을 묻기 위하여 시작한 소송이 자신의 형사사건으로 되돌아오는 것만큼 본말이 전도된 결과도 없으므로, 증거는 가급적 합법적인 방식으로 정당하게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어디까지가 허용되는 방법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그 자료를 확보하기 전에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의심하고 상간소송을 준비하고 계신 상황이라면, 증거를 수집하기에 앞서 무엇을 입증하여야 하고 어떤 방법이 허용되는지에 관하여 변호사와 상세한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