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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성격 차이로도 이혼이 되는가, 민법 제840조 제6호의 문턱
이혼을 고민하시는 분들께 그 이유를 여쭈어 보면 가장 자주 돌아오는 답이 성격 차이입니다. 외도나 폭력처럼 꼬집어 말할 수 있는 사건은 없지만 대화가 끊긴 지 오래고, 같은 집에 살면서도 남처럼 지내며, 이대로 남은 삶을 함께 보낼 자신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답을 들려주시는 분들이 곧이어 물으시는 것이 있는데, 성격 차이만으로도 이혼이 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 물음에 답하려면 먼저 재판상 이혼사유의 체계를 보아야 합니다. 협의이혼이라면 두 사람의 의사가 합치하는 이상 이유를 묻지 않지만, 상대방이 이혼에 응하지 않아 소송으로 가야 한다면 민법 제840조가 정한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제840조는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 악의의 유기, 배우자나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받은 심히 부당한 대우,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받은 심히 부당한 대우, 3년 이상의 생사불명을 제1호부터 제5호까지 구체적으로 열거한 다음, 제6호에서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두고 있습니다.
성격 차이는 이 다섯 가지 구체적 사유 어디에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성격 차이를 이유로 하는 이혼청구는 언제나 제6호의 문제가 되고, 성격 차이로도 이혼이 되는가라는 물음은 결국 제6호의 문턱이 어디에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제6호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란 부부 사이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 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한쪽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고 하면서, 이를 판단할 때에는 혼인계속의사의 유무, 파탄의 원인에 관한 당사자의 책임 유무, 혼인생활의 기간, 자녀의 유무, 당사자의 연령, 이혼 후의 생활보장 등 혼인관계에 관한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해 왔습니다(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므15398 판결). 이 기준은 1991년에 세워진 이래 최근의 판결들에서 같은 문언으로 되풀이되고 있는 확립된 법리입니다.
이 기준에서 눈여겨보셔야 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판단의 대상이 성격 차이라는 원인이 아니라 파탄이라는 결과라는 점입니다. 법원은 두 사람의 성격이 얼마나 다른가를 재는 것이 아니라, 그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졌는가, 그리고 그 관계를 계속하라고 강제하는 것이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가를 봅니다. 다른 하나는 그 판단이 어느 한 가지 사정이 아니라 혼인의 기간과 자녀, 나이, 이혼 후의 생활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평가라는 점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겹쳐집니다. 대법원은 혼인의 본질이 애정과 신뢰에 바탕을 둔 인격적 결합에 있고,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할 의무가 있으므로 애정과 신의 및 인내로써 상대방을 이해하고 보호하여 혼인생활의 유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1므15480 판결). 성격이 다르다는 것은 어느 부부에게나 있는 일이고, 법은 그 차이를 인내와 노력으로 넘어서는 것을 부부의 의무로 보고 있으니, 성격 차이 그 자체가 곧바로 이혼사유가 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격 차이로 시작된 불화가 제6호의 문턱을 넘는 것은 어떤 경우일까요? 앞서 본 기준에 따르면 답은 성격 차이의 크기가 아니라 그로 인하여 관계가 실제로 어떤 상태에 이르렀는가에 있습니다. 위 2021므15398 판결의 사안이 하나의 표본이 될 수 있는데, 혼인한 지 수십 년이 된 부부가 장기간 별거하면서 서로 재산에 관한 민사소송을 벌이고 상호 형사고소를 하여 함께 처벌을 받는 등 크고 작은 다툼을 이어 온 사건에서, 대법원은 부부 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혼청구를 배척한 원심을 파기하였습니다.
이 사안이 보여주는 것은 파탄이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의 문제로 다루어진다는 점입니다. 오랜 별거, 경제적 공동생활의 해체, 서로를 상대로 한 소송,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의 부재처럼 밖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정들이 쌓여 있을 때 비로소 회복 불가능한 파탄이라는 평가가 가능해지는 것이고, 반대로 같은 집에서 생활을 이어가며 가족 행사도 함께하고 있다면 마음속의 거리가 아무리 멀어도 그 거리를 법원에 보여줄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성격 차이로 이혼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준비하셔야 할 것은 성격이 얼마나 다른지를 설명하는 일이 아니라, 그 차이가 관계를 어디까지 무너뜨렸는지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여주는 일입니다.
다만 한 가지 유의하실 점이 있습니다. 파탄을 보여주려고 별거를 서두르거나 갈등을 키우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일입니다. 앞서 본 대로 부부에게는 혼인생활의 유지를 위하여 노력할 의무가 있고, 그 노력을 거두어들인 쪽이 오히려 파탄의 책임을 지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6호를 살펴보면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책임의 문제입니다. 앞서 본 판시는 혼인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인정되더라도 파탄의 원인에 대한 원고의 책임이 피고의 책임보다 더 무겁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이혼청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였는데, 이를 뒤집어 읽으면 파탄의 주된 책임이 청구하는 쪽에 있다면 파탄이 인정되더라도 청구가 배척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우리 판례가 유지하고 있는 유책주의의 태도이고, 제6호도 그 예외가 아닙니다.
성격 차이로 인한 파탄에서 이 문제가 갖는 의미는 조금 특별합니다. 외도나 폭력처럼 책임의 소재가 분명한 사안과 달리, 성격 차이에서 비롯된 불화는 어느 한쪽만의 잘못이라고 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위 2021므15398 판결에서도 대법원은 파탄의 원인에 대한 책임이 당사자 사이에 동등하거나 비슷하게 있다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혼인기간 중의 사정을 종합하여 파탄의 원인이 양쪽 모두에게 있는 것이 아닌지 심리하였어야 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책임이 양쪽에 비슷하게 있다면 청구하는 쪽이 유책배우자로 취급되지 않는다는 것이니, 성격 차이 사안에서는 파탄의 사실과 함께 그 책임이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성격 차이로도 이혼이 되는가라는 물음에는 두 방향의 오해가 붙어 있습니다. 하나는 성격 차이는 이혼사유가 아니라는 오해이고, 다른 하나는 성격이 맞지 않으면 언제든 이혼이 된다는 오해입니다. 판례가 그은 선은 그 사이에 있어서, 성격 차이 자체는 이혼사유가 아니지만 그로 인하여 부부 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파탄의 책임이 청구하는 쪽에 더 무겁지 않다면 제6호의 이혼사유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격 차이를 이유로 이혼을 생각하고 계시다면, 소송에서 말하여야 할 것은 성격이 아니라 파탄입니다. 두 사람이 어떻게 달랐는가가 아니라 그 다름이 관계를 어디까지 무너뜨렸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느 쪽이 관계를 지키려 하였는가를 사실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가능한지를 따져 보는 것이 성격 차이 이혼의 첫 단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