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양육비는 어떻게 정해지는가, 산정기준표의 성격과 조정 요소 2026-09-04

 

양육비는 어떻게 정해지는가, 산정기준표의 성격과 조정 요소


 

 

1. 양육비의 성격, 부모 공동의 의무

이혼을 앞두고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분들이 양육권 다음으로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문제가 양육비입니다. 그런데 상담을 하다 보면 양육비를 상대방이 나에게 주는 돈, 혹은 양육권을 가져간 대가로 내가 상대방에게 치르는 돈처럼 이해하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이해하면 양육비 액수를 놓고 벌어지는 다툼이 마치 상대방과의 흥정처럼 보이게 되는데, 사실 양육비란 그 성질부터 그렇게 볼 것이 아닙니다.

우리 민법 제837조는 이혼하는 당사자가 자녀의 양육에 관한 사항을 협의로 정하도록 하면서, 그 협의에 양육자의 결정, 양육비용의 부담, 면접교섭에 관한 사항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양육비용의 부담이란 부모 중 누가 자녀를 맡게 되든 그 비용은 부모가 함께 진다는 전제 위에 서 있는 것으로, 대법원 역시 부모는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고 양육에 소요되는 비용도 원칙적으로 부모가 공동으로 부담하여야 하며, 이는 누가 친권자이고 누가 양육권자인지를 물을 것 없이 친자관계의 본질로부터 발생하는 의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대법원 2023. 10. 31.자 2023스643 결정).

그러므로 양육비는 이혼한 배우자에게 주는 돈이 아니라, 자녀를 기르는 비용 가운데 자신이 부담하여야 할 몫을 자녀를 직접 기르고 있는 쪽에 건네는 것입니다. 이 점을 분명히 해 두는 것이 양육비 산정을 이해하는 출발점인데, 액수를 정하는 기준이 부모 어느 한쪽의 사정이 아니라 부모 쌍방의 소득과 자녀의 필요에 놓여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2. 협의와 심판, 그리고 양육비 산정기준표

양육비는 우선 부모의 협의로 정합니다.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이 당사자의 청구 또는 직권으로 이를 정하는데, 이때 법원은 자녀의 의사와 나이, 부모의 재산상황 그 밖의 사정을 참작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협의로 정한 내용이라도 자녀의 복리에 반한다면 법원이 보정을 명하거나 직접 정할 수 있으니, 양육비란 결국 부모의 합의만으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복리라는 기준 아래 놓이는 사항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법원은 무엇을 근거로 액수를 정하는 것일까요?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흔히 말하는 양육비 산정기준표입니다. 이 기준표는 법원이 실무의 통일성을 위하여 마련하여 공표하는 것으로, 부모의 합산소득과 자녀의 나이를 축으로 하여 그 구간에 해당하는 표준적인 양육비를 제시하고, 그 금액을 부모 각자의 소득 비율에 따라 나누어 상대방이 분담할 몫을 산출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자녀의 수, 거주지역, 치료비나 교육비처럼 통상의 범위를 넘는 특별한 지출, 부모의 재산 상태 등을 고려하여 표준액을 늘리거나 줄이는 과정이 이어집니다.

다만 이 기준표의 성격에 관하여 오해하지 않으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산정기준표는 법률이 아니라 법원이 재량을 행사하기 위하여 마련한 참고 기준이어서, 기준표의 숫자가 그대로 판결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숫자를 출발점으로 삼아 개별 사안의 사정에 따라 조정된 결과가 판결이 되는 것입니다. 대법원도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기 전에는 상대방에 대하여 분담액을 구할 수 있다는 추상적인 청구권에 불과하고, 법원이 양육비의 범위를 재량적·형성적으로 정하는 심판에 의하여 비로소 구체적인 액수의 지급청구권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6. 7. 13. 선고 2006므751 판결). 기준표를 미리 계산해 보는 것은 물론 유용하지만, 그 계산이 곧 결론이라고 여기고 소송에 임하면 정작 조정 요소를 둘러싼 다툼에서 준비가 비게 되는 것입니다.

 

3. 정해진 양육비의 변경과 과거 양육비의 문제

양육비는 한 번 정해지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자녀가 성장하는 동안 물가가 달라지고 부모의 소득이 바뀌며 자녀의 진학이나 질병처럼 예상하지 못한 사정이 생기기 마련이어서, 민법은 가정법원이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양육에 관한 사항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나아가 당사자의 협의로 정해진 사항이라면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더라도 그것이 민법 제837조가 정한 여러 사정에 비추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법원이 이를 변경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니, 양육비란 그 성질상 자녀가 성년에 이를 때까지 변동 가능성을 안고 있는 사항인 것입니다.

한편 이혼 이후 오랫동안 혼자 자녀를 기르면서 상대방으로부터 아무런 비용도 받지 못한 분들이 계신데, 이 경우 이미 지나간 기간의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대법원은 부모의 양육의무가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므로 과거의 양육비에 대하여도 상대방이 분담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에서 그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청구 이전의 과거 양육비 전부를 상대방에게 부담시키면 예상하지 못한 비용을 일시에 지게 되어 가혹할 수 있으므로 양육하게 된 경위, 상대방이 부양의무를 인식한 시기, 통상의 생활비였는지 이례적인 특별한 비용이었는지, 당사자들의 재산 상황과 형평 등을 고려하여 분담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앞서 본 2023스643 결정이 이 점을 다시 확인하였습니다.

여기에 최근 정리된 시효의 문제가 더해집니다. 대법원은 2024년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자녀가 미성년이어서 양육의무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지만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된 때부터는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7. 18.자 2018스724 전원합의체 결정).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에는 언제든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으나, 성년이 된 뒤에는 그때부터 시효가 흐르기 시작한다는 것이니, 오래 미루어 두었던 분일수록 자녀의 나이를 기준으로 청구의 시기를 따져 보셔야 하는 것입니다.

 

4. 정한 양육비를 어떤 형태로 남길 것인가

양육비 산정을 살펴본 끝에 한 가지를 덧붙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액수를 얼마로 정하느냐 못지않게, 그 액수를 어떤 형태로 남기느냐가 실제로는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협의이혼을 하면서 구두로 약속하거나 사적인 각서로만 남긴 양육비는 상대방이 지급을 멈추었을 때 그 자체로 집행할 수 있는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민법이 협의이혼 절차에서 가정법원으로 하여금 양육비부담조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그 조서에 집행력을 부여한 이유가 여기에 있고, 재판상 이혼이라면 판결이나 조정조서가 그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집행권원의 형태로 정해진 양육비에 대하여는 가사소송법이 마련해 둔 수단들이 작동합니다. 양육비를 정당한 사유 없이 두 차례 이상 지급하지 않으면 법원이 상대방의 급여에서 양육비를 공제하여 직접 지급하도록 명하는 직접지급명령을 할 수 있고, 담보의 제공을 명하거나 그 담보가 제공되지 않으면 양육비의 일시금 지급을 명할 수도 있습니다. 이행명령을 받고도 세 차례 이상 지급하지 않으면 감치가 가능하며,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이행명령이나 일시금 지급명령을 받고도 이행하지 않는 채무자에 대하여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명단 공개를 요청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고, 감치명령을 받고도 1년 이내에 이행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도록 하였습니다.

결국 양육비는 부모 공동의 의무를 자녀의 필요에 따라 나눈 몫이고, 산정기준표는 그 몫을 정하기 위한 출발점일 뿐 결론이 아니며, 한 번 정해진 뒤에도 자녀의 복리를 기준으로 달라질 수 있는 사항입니다. 그러니 양육비 문제를 준비하시는 입장이라면 기준표의 숫자를 계산하는 데에서 멈추지 마시고, 그 숫자를 움직이는 자녀와 부모의 사정을 자료로 갖추는 일, 그리고 정해진 양육비가 집행할 수 있는 형태로 남도록 하는 일까지를 하나의 문제로 놓고 보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