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서적 외도와 부정행위의 범위, 육체적 관계가 기준이 아닌 이유 2026-09-03

 

정서적 외도와 부정행위의 범위, 육체적 관계가 기준이 아닌 이유


 

 

1. 재판상 이혼사유로서의 부정한 행위와 그 범위

배우자의 외도가 문제되는 소송은 둘로서, 하나는 그 배우자를 상대로 하는 이혼소송이고 다른 하나는 외도의 상대방을 상대로 하는 상간소송입니다. 상대방도 다르고 절차도 다르지만 두 소송은 같은 하나의 개념 위에 서 있는데, 바로 '부정한 행위'입니다.

우리 민법 제840조 제1호는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를 재판상 이혼사유로 정하고 있고, 이는 여섯 가지 이혼사유 가운데 유일하게 구체적인 경위와 사안의 경중을 묻지 않고 그 행위가 있기만 하면 이혼이 가능한 절대적 이혼사유입니다. 한편 상간소송 역시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는 것을 불법행위로 보는 데에서 출발하므로, 부정행위에 해당하는지의 판단이 두 소송 모두에서 출발점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정한 행위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그 범위를 다음과 같이 새기고 있습니다.

"민법 제840조 제1호 소정의 재판상 이혼사유인 부정한 행위라 함은 간통에 이르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아니한 것으로 인정되는 일체의 부정행위를 포함하는 보다 넓은 개념으로 파악하여야 할 것"

— 대법원 1993. 4. 9. 선고 92므938 판결

조문이 '간통'이 아니라 '부정한 행위'라는 말을 쓰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으로, 부정행위의 범위는 육체적 관계보다 넓고 그 기준은 정조의무에 충실하였는지 여부인 것입니다.

 

2. 육체적 관계와 부정행위의 관계

부정행위가 간통보다 넓은 개념이라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닙니다. 이를 나누어 정리하자면 첫째, 실제로 육체적 관계가 없었던 경우라 하더라도 부정행위로 인정될 수 있는 내용이 있다면 이혼소송이든 상간소송이든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실제로 어떠하였든 간에 성적 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 하더라도 소송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첫째가 요건의 문제라면 둘째는 입증의 문제인데, 실무에서는 오히려 둘째의 의미가 더 자주 문제됩니다. 육체적 관계란 그 성질상 직접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위 대법원 판결의 사안이 바로 그 표본입니다. 배우자와 상대방이 함께 식료품을 사러 다니고, 선물을 주고받고, 늦은 시간에 함께 나가고, 식당에 딸린 방에 수십 분씩 함께 들어가 있거나 서로 껴안고 있는 모습이 목격된 사건이었는데, 간통죄로 고소된 두 사람은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간통을 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부부간의 정조의무를 저버린 부정한 행위를 하였다고 보기에는 충분하다고 하여 이혼사유와 위자료 책임을 모두 인정하였습니다.

풀어서 말하자면, 형사재판에서 성적 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민사와 가사의 국면에서 부정행위의 인정을 막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성적 관계의 존재를 입증하여야만 소송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여 정황 자료를 갖추고도 소송을 단념하는 것은, 부정행위의 범위를 조문과 판례보다 좁게 이해한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3. 정서적 유대와 정조의무 위반의 경계

그런데 정서적 외도라는 말을 검색하시는 분들 중에는 조금 다른 것을 궁금해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육체적 관계가 전혀 없었다 하더라도 정서적인 관계 형성만으로 부정행위가 인정될 수 있는지 하는 물음입니다. 앞서 본 것처럼 육체적 관계가 부정행위의 기본 조건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맺는 모든 정서적 유대관계가 부부간의 정조의무에 반하는 부정행위가 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결국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가 문제인 것입니다.

기준은 판시의 문언 그대로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아니한 것으로 인정되는가'에 있습니다. 예컨대 서로 애정표현을 주고받거나, 늦은 시간에 통상적인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자주 사적인 통화를 하거나, 단둘이서 여행을 자주 다니는 경우라면 실제 육체적 관계가 없었다 하더라도 부정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관계의 내용과 정도가 부부 사이에서만 허용되는 영역에 들어와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배우자가 이성과의 어떠한 교류관계도 없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 직장 동료와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거나, 특별히 어떤 이성 친구를 더 챙긴다는 것만으로는 부정행위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회생활에서 이성과의 교류 자체는 당연히 허용되는 것이고, 그 교류가 정조의무의 영역을 침범하였다고 평가할 만한 내용이 있어야 비로소 부정행위가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서적 유대가 부정행위에 이르렀는지는 그 관계의 성격, 연락과 만남의 빈도와 시간대, 배우자에게 숨겼는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4. 부정행위의 범위에 관한 두 가지 오해와 그 교정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하면 부정행위의 범위를 둘러싼 오해는 정반대 방향으로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육체적 관계를 부정행위의 기본 전제라고 이해하여, 그것을 입증할 수 없으면 소송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오해입니다. 다른 하나는 정서적 외도도 충분히 부정행위에 해당한다는 말만 듣고 그 범위를 무한정 확장시켜, 배우자의 어떤 이성 교류든 문제 삼을 수 있다고 여기는 오해입니다. 전자는 범위를 조문보다 좁게 잡은 것이고 후자는 판례보다 넓게 잡은 것인데, 어느 쪽도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두 오해는 소송의 국면에서 서로 다른 형태의 손해로 이어집니다. 전자는 충분한 사유가 있음에도 소송에 나서지 못하게 만들고, 후자는 사유가 되지 않는 사정을 들고 소송에 나섰다가 부정행위의 인정을 받지 못하게 만듭니다. 상간소송이라면 후자의 경우 오히려 상대방으로부터 역으로 책임을 추궁당할 여지까지 생기는 것이니, 범위를 정확히 아는 것은 소송의 성패뿐만 아니라 소송을 할 것인지의 판단 자체와도 직결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배우자의 관계가 부정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으신다면, 성적 관계의 증거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으실 것이 아니라 그 관계의 내용과 정도를 보여주는 정황 자료, 즉 연락의 빈도와 시간대, 대화의 내용, 만남의 경위와 장소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먼저 정리하셔야 합니다. 부정행위의 인정은 어느 하나의 결정적 증거가 아니라 제반 사정의 종합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배우자의 관계가 부정행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이혼소송과 상간소송 중 어떤 대응이 적절한지 판단이 필요하신 상황이라면, 변호사와 상세한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