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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협의이혼 합의서와 공증, 그 효력의 한계
이혼을 고려하고 있는 분들은 대부분 이혼소송보다 협의이혼을 먼저 떠올리게 되어 있습니다. 이유는 분명한데, 협의이혼은 소송에 비하여 훨씬 빠른 시간 안에, 비용을 들이지 않고, 소송이라는 분쟁 자체를 피하면서 이혼에 이를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836조의2가 정한 절차만 보더라도 가정법원의 안내를 받고, 양육하여야 할 자녀가 있으면 3개월, 없으면 1개월의 기간이 지난 뒤 이혼의사의 확인을 받아 신고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므로,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는 소송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다 좋을 수만은 없어서, 협의이혼은 그 이름 그대로 협의를 전제로 하는 만큼 불확실성을 수반합니다. 상대방이 동의하여야만 가능한 절차이므로, 이혼의사가 없는 사람을 붙잡고 있거나 상대방이 받아들일 의사가 없는 조건을 관철시키려 하면서 협의이혼만을 고집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협의가 되지 않는다면 남는 길은 재판상 이혼뿐이고, 그 사실을 외면한 채 흘려보내는 시간은 그대로 손실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협의이혼의 진짜 문제는 애초부터 상대방이 응하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 응할 것처럼 하다가 마음을 바꾸는 경우로서 이 변심이야말로 협의이혼의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조건에 합의하고 법원에 신청까지 하였다가 확인기일에 나타나지 않거나, 숙려기간 중에 조건을 다시 들고나오거나, 이혼신고 직전에 말을 바꾸는 일이 그것입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배우자의 변덕을 경계하기 때문에 이 국면에서 '나중에 말을 바꾸지 못할 확실한 무언가'를 원하게 되는데, 그 무언가로 직감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공증입니다. 협의이혼 합의서에 재산분할과 양육에 관한 온갖 내용을 넣어 공증을 받아두면, 나중에 배우자가 말을 바꾸지 못하고 협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리라 기대하는 것입니다.
계약이라면 서면으로 남기고 공증까지 받아두는 것이 상대방을 구속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므로, 이 기대가 무리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러한 서류를 작성하는 것을 넘어 공증까지 받아둔다 하더라도 그 목적은 달성될 수 없는데, 이유는 공증이라는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협의이혼을 전제로 한 합의라는 것이 애초에 어떤 성질의 법률행위인가 하는 데에 있습니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습니다.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하여 위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차 당사자 사이에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질 것을 조건으로 하여 조건부 의사표시가 행하여지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그 협의 후 당사자가 약정한대로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그 협의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지, 어떠한 원인으로든지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혼인관계가 존속하게 되거나 당사자 일방이 제기한 이혼청구의 소에 의하여 재판상이혼(화해 또는 조정에 의한 이혼을 포함한다.)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위 협의는 조건의 불성취로 인하여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 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1다14061 판결
판시가 다소 길지만 구조는 단순하여, 협의이혼을 하기로 하면서 그 조건으로 재산을 어떻게 나누기로 한 합의는, 협의이혼이 실제로 이루어질 것을 조건으로 붙인 조건부 의사표시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약속한 대로 협의이혼이 이루어지면 그때 비로소 효력이 생기고, 반대로 협의이혼이 무산되어 혼인이 계속되거나 결국 소송으로 가서 재판상 이혼에 이르게 되면 조건이 성취되지 않은 것이므로 합의는 효력을 잃습니다. 화해나 조정으로 이혼하는 경우까지 재판상 이혼에 포함된다고 명시한 점도 눈여겨보실 대목입니다.
이 법리 앞에서 공증이 왜 무력한지가 드러나는데, 공증은 그 문서가 실제로 작성되었고 그 내용이 당사자의 의사에 따른 것임을 확실하게 해 주는 절차이지, 문서에 담긴 법률행위의 성질을 바꾸거나 거기에 붙은 조건을 없애 주는 절차가 아닙니다. 공증을 받은 합의서 역시 협의이혼을 조건으로 한 조건부 의사표시라는 점에서는 공증을 받지 않은 합의서와 다를 것이 없으므로, 협의이혼이 무산되는 순간 함께 효력을 잃는 것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겹치는데, 애초에 협의이혼에 동의하도록 상대방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고 이혼을 강제하는 유일한 수단은 이혼소송뿐이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혼소송에 들어가는 순간 협의이혼을 전제로 한 합의는 위에서 본 대로 조건 불성취로 효력을 잃게 되니, 상대방을 구속하려고 만든 합의서가 정작 구속이 필요한 국면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구조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공증을 받은 합의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일까요? 그렇게까지 볼 것은 아니어서, 그러한 합의서가 재판 과정에서 현출된다면 당사자들이 한때 어떤 조건에 합의하였는지를 보여주는 참고사항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상의 의미는 없으므로 확실한 근거를 만들어 놓고 상대방을 거기에 구속시키려는 본래의 목적은 달성될 수 없는 것입니다. 이 점을 오해하여 공증만 받아두면 틀림없이 강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협의이혼 절차에서는 상대방과 조건에 합의를 이룬 것처럼 보이더라도 최종적으로 이혼신고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방심할 수 없고, 상대방이 말을 바꾼다면 그때는 미련 없이 소송으로 전환하여야 합니다. 합의의 효력은 서명하거나 공증을 받은 순간이 아니라 협의이혼이 완성된 순간에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문제는 공증을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지금의 상황이 협의이혼으로 마무리될 수 있는 상황인가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데에 있습니다. 상대방의 이혼의사와 조건 수용 의사가 불확실한 상황이라면 공증까지 동원해 가며 협의이혼이라는 수단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소송이라는 선택지를 처음부터 시야에 넣고 보다 현실적으로 판단하셔야 합니다.
협의이혼을 진행하면서 합의의 효력이나 상대방의 변심이 걱정되시는 상황이라면, 절차를 더 진행하기에 앞서 변호사와 상세한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