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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실혼 재산분할, 인정 근거와 청구 시기의 문제
우리 민법 제812조는 혼인이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정한 바에 의하여 신고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른바 '법률혼주의'로서 혼인이라는 법률관계의 성립 여부를 신고라는 형식적 기준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결혼식을 올리고 오랜 기간 부부로서 함께 살아온 경우라 하더라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법률상의 부부로 인정되지 않는데, 이처럼 혼인의 의사를 가지고 객관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의 실체를 이루고 있으면서도 신고라는 형식만을 갖추지 않은 관계를 사실혼이라 부릅니다.
문제는 그러한 사실혼 관계가 끝나는 국면에서 발생하는데, 함께 사는 동안 모은 재산이 어느 일방의 명의로 되어 있을 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일방이 아무런 청산도 받지 못한 채 관계를 끝내야 하는 것일까요? 신고의 유무가 대외적인 법률관계에서 차이를 만드는 것은 법률혼주의의 당연한 귀결이지만, 그 차이가 두 사람 사이의 재산 청산에까지 그대로 이어져야 하는지는 조금 다른 질문입니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기준을 명확히 세워두고 있습니다.
"사실혼은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사회관념상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는 경우이므로, 법률혼에 대한 민법의 규정 중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는 규정은 유추적용할 수 없지만 부부재산 청산의 의미를 갖는 재산분할 규정은 부부의 생활공동체라는 실질에 비추어 인정되는 것이므로 사실혼관계에 유추적용할 수 있다."
— 대법원 2022. 6. 30.자 2020스561 결정
이 판시가 가르고 있는 선을 눈여겨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혼인신고라는 형식을 전제로 하는 제도, 예컨대 배우자로서 상속을 받는 것과 같이 제3자와의 관계에서 누가 배우자인지가 문제되는 영역은 사실혼에 적용될 수 없는데, 대외적인 관계에서는 신고에 의하여 공시된 신분이 기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재산분할은 두 사람이 생활공동체를 이루어 함께 형성한 재산을 그들 사이에서 청산하는 문제, 즉 당사자들 간의 대내적인 관계이므로 신고의 유무에 따라 차등을 둘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실혼 관계가 해소되는 경우에도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고, 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대한 기여를 실질에 따라 평가한다는 법리 역시 법률혼의 경우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함께 모은 재산이라면 명의가 누구에게 있든 기여한 만큼의 몫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원칙은, 신고의 유무와 무관하게 관철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법리가 같으니 분쟁의 양상도 같을까요? 사실 실제의 국면에서는 오히려 사실혼 쪽이 더 어려워지는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관계의 해소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법률혼은 그 해소에 반드시 법률적 절차가 따라서, 협의이혼이라면 법원의 확인을 거쳐야 하고 재판상 이혼이라면 판결이나 조정조서에 의하여야 하므로 혼인이 언제 어떻게 끝났는지가 절차에 의하여 명확하게 확정됩니다. 반면 사실혼은 애초에 신고로 성립한 관계가 아니므로 그 해소에도 아무런 절차를 요하지 않는데, 일방의 의사표시나 별거만으로도 관계가 끝날 수 있다는 것은 뒤집어 보면 끝났다는 사실을 확정해 주는 절차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차이는 재산 청산의 국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기 쉽습니다. 청산을 요구받는 쪽, 즉 재산의 명의를 가진 일방으로서는 절차에 의하여 해소가 확정되는 법률혼과 달리 응하지 않고 버틸 여지가 넓으므로, 분할을 해 주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 일방일수록 더욱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협의에 의한 청산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인 만큼, 사실혼의 재산분할은 실질적으로 소송을 통하여 해결하여야 할 필요성이 법률혼의 경우보다 오히려 높은 편인 것입니다.
여기에 반드시 유의하셔야 할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재산분할청구권은 언제까지나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민법 제839조의2 제3항은 재산분할청구권이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소멸한다고 정하고 있고, 위 대법원 결정은 이 2년의 기간이 제척기간으로서 그 기간 내에 재판 외의 청구로는 부족하고 법원에 재산분할심판 청구까지 하여야 하는 출소기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실제로 위 결정의 사안 자체가 사실혼 해소 시점부터 2년이 지난 뒤에 심판을 청구하였다가 각하된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기간의 문제는 사실혼에서 한층 무겁게 다가오는데, 법률혼이라면 이혼한 날이 절차에 의하여 명확하므로 기산점을 다툴 여지가 없지만 사실혼은 앞서 본 것처럼 해소의 시점 자체가 불분명하여 언제부터 2년을 세어야 하는지부터 다투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으로서는 '관계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고 주장하며 기간의 도과를 내세울 유인이 있으므로, 청산을 구하는 입장에서 시간을 끌수록 위험은 커지는 셈입니다.
그러므로 사실혼 관계의 정리를 앞두고 계시다면 두 가지를 기억하셔야 하는데, 하나는 부부공동생활의 실체를 보여주는 자료, 즉 결혼식과 동거의 기간, 생활비의 부담과 재산 형성의 경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갖추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관계가 해소되었다면 지체 없이 청구에 나서는 것입니다. 권리가 인정되는지의 문제 못지않게, 그 권리를 제때 행사하는지가 결론을 가르기 때문입니다.
사실혼 재산분할의 청구를 고민하고 계신 상황이라면, 기간이 지나기 전에 변호사와 상세한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