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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상간소송 비용의 부담, 소송비용과 변호사비용의 구별
상간소송을 준비하시는 분들께서 위자료 다음으로 궁금해하시는 것이 비용의 문제인데, 이에 관하여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생각은 아마도 승소하기만 하면 변호사비용은 패소한 상대방이 전부 물어주는 것 아니냐는 생각일 겁니다. 당연히 그럴 것 같지만, 사실 이 생각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개념이 뒤섞여 있어서 그 매듭을 풀지 않고서는 정확한 답에 이를 수 없습니다.
출발점은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고 정한 민사소송법 제98조로서, 문언만 보면 매우 간명한 조문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두 가지 물음이 갈라져 나오는데, 첫째는 여기서 말하는 소송비용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고, 둘째는 위자료 소송처럼 청구금액의 일부만 인정되는 경우에 승소와 패소를 어떻게 가를 것인가 하는 물음입니다. 이 두 물음에 대한 답이 통념과 다르기 때문에 결론 역시 통념과 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우선 소송비용이란 법원에 납부하는 인지대와 송달료 등 문자 그대로 소송절차에 소요되는 비용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소송을 제기할 때 청구금액에 비례하여 납부하는 인지대와 서류의 송달에 쓰이는 송달료가 그 중심이 되고 사안에 따라 감정비용 등이 더해집니다. 그렇다면 변호사에게 지급한 수임료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변호사비용은 원칙적으로 위의 소송비용에 포함되지 않는데, 당사자가 소송상 법률적 조력을 받기 위하여 지출한 개인적인 비용일 뿐 법원의 소송절차에 본질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승소하면 수임료를 상대방에게 그대로 청구할 수 있다는 통념은 바로 이 지점에서 어긋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다만 전혀 반영되지 않는 것은 아니어서,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이라는 대법원규칙에 따라 실제로 지급한 보수액의 범위 내에서 소송목적의 값에 따라 별표의 기준이 정한 '일정 금액'만이 소송비용에 산입됩니다. 청구금액이 클수록 산입될 수 있는 상한이 커지고 작을수록 상한도 작아지는 차등 구조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전액이 아니라 일정 금액만 산입되는 것일까요? 극단적인 상황을 상정해 보면 이유가 드러나는데, 누군가 300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에서 변호사비용으로 1억 원을 지출하였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만일 전액 산입이 가능하다면 피고는 패소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청구금액의 서른 배가 넘는 변호사비용을 물어주어야 하는데, 이러한 결론을 합리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나아가 전액 산입이 허용된다면 비싼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 자체가 상대방에 대한 공격 수단이 되는 상황마저 생길 수 있으므로, 소송의 규모를 보여주는 소가에 따라 산입의 상한에 차등을 두는 것은 제도의 균형상 자연스러운 귀결인 셈입니다.
이제 두 번째 물음인 승소와 패소의 문제로 넘어가겠습니다. 상간소송의 청구금액인 위자료는 재산상 손해처럼 자료에 의하여 수학적으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심 법관이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정하는 추상적인 손해배상금이므로, 이러한 특성상 전부승소도 전부패소도 흔치 않고 실제 사건의 대부분은 청구금액의 일부만 인정되는 일부 승소로 끝나게 됩니다.
여기에 청구금액을 정하는 실무의 사정이 겹쳐집니다. 원고로서는 소액사건심판법의 준용을 피할 필요가 있고, 법원이 청구범위를 넘어서 판결할 수 없는 민사소송의 특성상 여유를 두어야 하므로, 통상 3천만 원을 상회하는 금액을 청구하게 됩니다. 그런데 판결로 인정되는 위자료가 청구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이상, 청구금액 대비 인정금액의 비율은 일정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소송비용의 부담은 바로 이 승소비율을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그리고 이 결정에는 법관의 재량이 개입하는 영역이 있어서, 외견상 비슷해 보이는 사건에서도 부담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3천만 원을 청구하여 3천만 원 가까이 인정되었다면 소송비용의 상당 부분을 피고에게 돌려받을 수 있겠지만, 1억 원을 청구하여 3천만 원이 인정되었다면 승소비율이 3할에 그치므로 각자 부담하는 결정만 나오더라도 다행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원고가 오히려 피고의 소송비용 일부를 물어주어야 하는 상황까지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오면 청구금액이라는 것이 단순히 받고 싶은 금액이 아니라, 인지대의 크기를 정하고 승소비율의 분모가 되어 소송비용 부담의 향방을 가르며 산입되는 변호사보수의 상한까지 좌우하는 소송 전략의 변수라는 점이 드러납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상처를 입은 입장에서 큰 금액을 청구함으로써 책임을 무겁게 묻고 싶은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과다한 청구는 소장을 받아든 피고에게 순간의 압박감을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승소비율을 떨어뜨려 종국적으로는 오히려 피고에게 이익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감정이 이끄는 대로 금액을 정할 것이 아니라 사안의 내용과 예상되는 인정 범위를 고려하여 청구금액을 설계하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끝으로 회수의 관점에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일반적인 수준인 3천만 원을 청구하는 상간소송에서 산입될 수 있는 변호사보수는 대략 280만 원 안팎이 됩니다. 즉 승소하여 소송비용을 피고가 부담한다는 결정까지 받는 경우, 원고는 판결금액에 더하여 이 금액과 소 제기 시에 납부한 인지대·송달료를 회수할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이 제도가 예정하고 있는 회수의 전부입니다. 실제 지출한 수임료와의 차액은 승소하더라도 각자의 부담으로 남는 것이므로, 소송을 계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이 구조를 전제로 실익을 계산해 보셔야 합니다.
상간소송의 비용과 청구금액의 설계에 관하여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시다면, 소 제기에 앞서 변호사와 상세한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