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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배우자의 재산 은닉을 예방하기 위해 취해야 할 조치는 무엇일까요?
'보전처분'입니다.
잠정적인 처분을 통하여 나의 권리를 보전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의미합니다.
보전의 대상이 되는 권리를 법률상 피보전권리라 하고,
이 보전처분의 종류로는 가압류와 가처분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이혼소송을 포함한 수많은 민사소송에서 보전처분은
본안소송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권리 보전의 필요성이 있는 상황이라면 망설임 없이 제도를 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전처분의 종류인 가압류와 가처분은
본질적으로는 피보전권리의 보전을 위하여 현재 취하는 잠정적인 처분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나,
세부적인 내용이 다릅니다.
실무상으로는 가압류가 가처분에 비해 훨씬 많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가처분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고요.
가압류란 금전채권의 강제집행을 보전하기 위한 것입니다.
반면 가처분은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
첫째는 다툼의 대상에 관한 가처분이고(예컨대 소유권의 다툼)
둘째는 임시지위확정을 위한 가처분입니다(예컨대 근로자의 지위 확인을 위한 가처분).
이혼소송에서는 재산분할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보전처분을 진행하기 때문에,
가압류를 하게 됩니다.
예컨대 서로 아파트를 내가 갖겠다고 다투고 있어도 이는 소유권에 대한 다툼이 아니라,
금전적으로 환산되는 재산분할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내가 분할 받을 수 있는 가액을 보전하는 것이니 가압류를 하게 되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부동산 뿐만 아니라 자동차나 예금채권,
심지어 급여에 대해서도 가압류를 ‘이론상’ 할 수 있기는 하나
가압류결정을 받을 수 있는지, 가압류의 필요성이 있는지는 따로 살펴봐야만 합니다.
배우자의 재산 은닉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해당 재산에 재산분할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가압류를 걸어
마음대로 재산을 현금화하여 은닉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실제로 배우자의 재산 처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경우에는 보전처분을 많이 이용합니다.
상대방의 재산 처분 가능성이 있고,
만일 처분이 될 경우 판결 이후의 이행에 있어서 지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적극적으로 부동산 가압류 등을 통해 판결 시점까지 현 상태를 유지해 둘 필요가 있는 것이죠.

그런데, 보전처분을 하려면 어디까지나 재산 처분 이전이어야 합니다.
이미 배우자가 재산을 은닉해버린 극단적인 상황에서,
특히 그 재산의 은닉으로 인해 대부분의 재산이 사라져버린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남편과 아내의 이혼소송 도중에,
아내가 자신 명의로 된 시세 10억원의 토지를 학교 후배에게 단돈 1억원에 매각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1억원이라는 매각대금은 남겠지만, 부부공동재산의 가액은 9억원이 줄어들죠.
남편 명의로 이미 수십억 원의 재산이 있고
어차피 아내에게 재산을 분할해 주어야 하는 입장이라면
위 거래행위에도 불구하고 현금분할의 가액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겠지만,
만약 남편 명의의 재산이 거의 없다면 위 부동산의 매각으로 인해 남편은 받을 돈이 사라지게 됩니다.
이혼소송 전후로 배우자가 재산을 은닉한 케이스 중, 위와 같은 케이스가 가장 복잡합니다.
사실 이런 우려가 있는 상황이었다면 조금 더 빠르게 이혼소송을 결단하고,
신속하게 보전처분을 통해 재산 처분 자체를 막아두는 것이 최선이었을 겁니다.
남편 명의의 부동산을 가압류 함으로써 처분을 막았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이미 지나간 이후 수습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이혼소송 내에서 해결하거나,
이혼소송에서 보전처분을 하는 식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합니다.
전혀 다른 별개의 소송을 제기해야 하죠.
'채권자취소권'을 주장하는 겁니다.
: 민법상 채권자가 채무자와 제3자(수익자) 간의 법률행위를 취소시킬 수 있는 매우 강력한 권리
아무리 채권자라 한들 채무자와 수익자 간의 유효한 법률행위에 대해서는
제3자의 입장에 놓여 있으므로, 채권계약의 효력을 문제삼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점을 악용하여, 채무자가 수익자와의 거래를 통하여
자신의 상태를 무자력으로 만들어 채권자의 채권 회수를 불가능하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법률상으로 ‘사해행위’라고 하죠.
즉, 사해행위는 채무자가 악의적으로 자신의 책임재산을 감소시켜
채권자가 법적 조치를 취하더라도
자신에게서 강제집행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악의적인 행위를 의미합니다.
이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는 방법이 바로 사해행위취소소송인데,
이 소송의 요건과 절차는 매우 복잡합니다.
단순히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하였다고 하여 모두 사해행위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해당 법률행위로 인하여 채권자에게 피해가 발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해행위를 한다는 고의가 있어야 하고,
결정적으로 수익자 또는 전득자(수익자로부터 다시 권리를 넘겨받은 사람)의 악의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사해행위취소소송은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내에,
법률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5년 내에 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해행위가 된다고 하려면 최소한 채권자의 채권 즉, 피보전권리가 존재해야 하죠.
문제는 법리상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소송이 진행되면서 발생하는 것이지,
그 이전에 이미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권리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피보전권리인 재산분할청구권이 발생하기 이전에 배우자의 처분행위가 있었다면,
원칙적으로는 사해행위로 볼 수 없습니다.
대법원의 판례는 이혼소송 이전이라 하더라도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러 이혼소송이 임박하였음을 알 수 있는 상황이라면
‘시간적 인접성’으로 인해서 사해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만,
이혼소송 이전 실질적인 혼인관계의 파탄 시점이 언제인지,
어느 정도의 시간접 인접성이 있어야 사해행위로 인정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으므로
처분행위가 이혼소송 제기 이전에 있었다면 사해행위로 인정받기 위한 추가적인 입증이 필요합니다.
이혼소송에서 사해행위취소소송까지 함께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 자연스레 이혼소송의 기간도 한참 늘어날 수밖에 없고
✅ 매우 복잡한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데다
✅ 결정적으로 사해행위취소소송을 통해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사례도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미 처분이 있었던 다음에 사해행위취소를 통하여 원상회복을 하려 하기보다
미리 보전처분을 통해 처분을 방지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에 유념하여야 합니다.
또한, 배우자의 재산 처분 등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는 이혼의 결단을 빠르게 내려야 한다는 점은 물론이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