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별거 중 배우자의 외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2025-12-23

 

하나만 묻겠습니다.

 

별거 사유가 배우자의 근무지 발령, 자녀 교육 등 '어쩔 수 없는 이유'였나요,

아니면 함께 살 이유가 없어 정리하는 과정이었나요?

 

답변에 따라 별거중외도 행위의 '책임'도 달라집니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별거 중이라는 사실 자체가 외도에 대한 면책 사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별거에 이르게 된 경위와 외도 행위의 시점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한 별거

배우자의 지방 발령이나 자녀 교육 문제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지내는 경우라면,

별거 중이라는 사정만으로 혼인이 파탄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민법 제826조 제1항은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다만,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동거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민법 제826조 제1항).

 

지방 발령이나 자녀 교육 등은 바로 이러한 '정당한 이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정당한 사유로 인한 별거 중 외도 사실이 확인되었다면,

혼인을 파탄에 이르게 한 결정적 사유는 별거 그 자체가 아니라,

별거 중 이루어진 부정행위가 됩니다.

 

이 경우 배우자에 대한 이혼 청구는 물론, 상간자를 상대로 한 위자료 청구 역시 가능합니다.

 

나. 혼인 파탄 후의 별거

반대로, 두 사람의 실질적인 혼인 생활이 이미 무너진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별거 수순을 밟고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이 경우에는 단순히 '별거 중 외도'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책임을 묻기는 어렵습니다.

 

판례는 "혼인파탄에 있어 유책성은 혼인파탄의 원인이 된 사실에 기초하여 평가할 일이며

혼인관계가 완전히 파탄된 뒤에 있은 일을 가지고 따질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므1890 판결 혼인의 무효).

 

즉, 혼인이 이미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이후에 발생한 외도 행위는 혼인 파탄의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가. 혼인 파탄 이전부터 시작된 외도

혼인 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에 이르기 이전부터 외도 행위가 시작되었다면,

그 외도는 명백한 부정행위에 해당합니다.

 

설령 이후 별거에 이르게 되었다 하더라도,

혼인을 파탄에 이르게 한 결정적 원인이 외도 행위라면,

불륜을 원인으로 한 이혼소송과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모두 가능합니다.

 

민법 제840조 제1호는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를

재판상 이혼 사유로 규정하고 있으며(민법 제840조 제1호),

이는 혼인 중 배우자의 정조의무 위반을 의미합니다.

 

별거 중이라 하더라도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상태에서의 외도는 이에 해당합니다.

 

나. 혼인 파탄 이후의 외도

반대로, 혼인이 이미 파탄에 이른 이후에

별거 중 외도 행위가 이루어진 경우라면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법원이 혼인 파탄 시점을 단순히 '별거 시작 시점'과 동일하게 보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배우자는 "이미 별거 중이었으니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 말에 그대로 휘둘릴 필요는 없습니다.

 


민법 제840조 제6호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이혼 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840조 제6호).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하죠.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혼인이 이미 파탄에 이르렀는지를 판단합니다.

 

✅ 혼인계속의사의 유무,

✅ 파탄의 원인에 관한 당사자의 책임 유무,

✅ 혼인생활의 기간

✅ 자녀의 유무, 당사자의 연령,

✅ 이혼 후의 생활보장,

✅ 기타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
 
-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0므14763 판결 이혼및위자료)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이 고려됩니다.

 

1) 부부가 이혼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대화의 존재 여부

단순히 감정적으로 이혼을 언급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혼 절차나 조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 정황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2) 재산분할이나 자녀 양육에 대한 논의 여부

이혼을 전제로 재산분할이나 자녀 양육 문제에 대해 이미 논의한 정황이 있다면,

혼인이 실질적으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3) 부부로서의 교류 단절 여부

별거 기간 동안 생활비 송금, 명절이나 가족 행사 참석,

자녀 문제로 인한 만남 등 부부로서의 최소한의 교류가 있었는지 여부도 중요한 판단 요소입니다.

 


* 별거 중 부양의무

한편, 별거 중이라 하더라도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다면 부양의무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판례는 "사실상 별거중인 부부 중 일방이 미성년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경우,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할 의무가 있고,
는 부부가 동일한 장소에서 서로 협력하여 미성년자녀를 양육하는 등의 가정공동생활을 하면서
자기 생활을 유지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으로 상대방의 생활을 유지하여 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부부는 가정공동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공동하여 부담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상대방에 대하여 별거해소 또는 그 혼인관계의 종료시점까지
상대방의 생활과 동일한 수준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부양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서울가정법원 2000. 12. 5. 선고 99드단38784,76311 판결 이혼등,부양료).

 

 

이러한 부양의무의 이행 여부는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가. 불가피한 사정으로 별거한 경우

혼인 관계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1) 별거의 불가피성 입증

배우자의 전근 발령 통지서, 자녀의 학교 재학 증명서 등

별거가 불가피한 사정에 의한 것임을 보여주는 객관적 자료가 필요합니다.

 

2) 혼인관계 유지의 입증

별거 기간 중에도 부부관계가 유지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중요합니다.

  • 생활비 송금 기록: 정기적인 생활비 송금은 부부로서의 부양의무를 이행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됩니다.
  • 대화 내역: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었던 기록
  • 가족 간 왕래 내역: 주말/명절에 서로 방문했던 기록, 교통카드 사용 내역, 고속도로 통행료 영수증 등
  • 자녀 관련 공동 활동: 자녀의 학교 행사나 병원 진료에 함께 참석한 기록 등


나. 별거 이전부터 외도 관계가 시작된 경우

날짜가 확인되는 증거를 통해 외도 행위가 혼인 파탄 시점보다 앞서 있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시점이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차량 블랙박스 영상: 날짜와 시간이 기록된 영상
녹음 파일: 녹음 날짜가 확인되는 파일
카카오톡 대화 내역: 대화 날짜가 명확히 표시된 캡처 또는 동영상 녹화
신용카드 사용 내역: 모텔이나 숙박업소 결제 내역
사진 및 동영상: 촬영 날짜가 포함된 자료

 


 

별거 중 외도는 감정적으로는 억울함이 크지만,

법적으로는 매우 세밀한 판단이 요구되는 영역입니다.

 

별거 여부가 아니라, 별거에 이르게 된 경위와 외도의 시작 시점이 사건의 결론을 좌우합니다.

 

같은 별거 중 외도라도 증거 하나, 시점 하나로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섣부른 판단보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한 증거를 체계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배우자가 "이미 별거 중이었으니 문제없다"고 주장하더라도,

그것이 법적으로 타당한 주장인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별거 사유, 별거 기간 중 부부관계의 실질, 외도의 시작 시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