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배우자와의 이혼 결과가 상간자의 위자료를 정한 두 사례, 화해권고 금액이 상한이 된 사례와 상계로 전액 소멸한 사례 2026-10-20

 

배우자와의 이혼 결과가 상간자의 위자료를 정한 두 사례, 화해권고 금액이 상한이 된 사례와 상계로 전액 소멸한 사례


 

 

1. 배우자와 상간자의 공동책임과 부진정연대채무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알게 된 분들이 이혼소송과 상간소송을 함께 생각하실 때, 배우자에게서 위자료를 받고 상대방에게서 또 위자료를 받으면 두 배가 되는 것으로 여기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제3자가 부담하는 불법행위책임이 "부정행위를 한 부부의 일방이 배우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불법행위책임과 공동불법행위책임으로서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므12782 판결). 쉽게 말해서 배우자와 상대방은 하나의 손해를 함께 배상하는 관계에 있고, 피해 배우자가 받을 수 있는 것은 그 하나의 손해에 대한 배상이지 두 사람 몫의 배상이 아닌 것입니다.

같은 판결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부진정연대채무자 사이에서는 "채권의 목적을 달성시키는 변제와 같은 사유"가 채무자 전원에 대하여 효력을 가지므로,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가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면 그 변제의 효과는 상대방에게도 미칩니다. 그리고 배우자가 이혼 과정에서 지급한 돈에 위자료뿐 아니라 재산분할금이나 양육비 같은 다른 성격의 돈이 섞여 있어 그중 위자료를 구분하여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법원은 그 사정을 상대방이 부담할 위자료 액수를 정할 때 참작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 법리에 따르면 배우자와의 이혼이 어떻게 마무리되었는가는 그 뒤의 상간소송과 무관한 문제가 아닙니다. 배우자 쪽 사건에서 정해진 것이 상대방 쪽 사건의 결론을 그대로 정해 버린 두 사건이 이를 보여줍니다.

 

2. 배우자와의 화해권고 금액이 상간자 위자료의 상한이 된 상간소송

첫 번째는 원고가 배우자의 상대방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한 사건으로, 상대방이 배우자와 부정한 행위를 하였고 그 부정행위가 한 원인이 되어 원고 부부가 이혼한 사실은 다툼 없이 인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원고는 이 소송에 앞서 배우자와의 이혼 사건을 화해권고결정으로 마무리하였고, 그 결정에 따라 배우자로부터 일정한 금액을 위자료로 받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법원은 상대방이 "배우자와 공동하여 이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즉 상대방이 지급할 위자료를 새로 정한 것이 아니라, 배우자가 지급하기로 한 그 위자료를 상대방이 함께 부담하는 것으로 보아 그 금액을 ‘상한’으로 삼은 것입니다. 원고는 이에 대하여, 배우자로부터 받기로 한 위자료 액수는 자녀 양육이나 재산분할 등을 감안하여 정해진 것이어서 그 액수를 상대방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고 반박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위자료 액수가 자녀 양육비나 재산분할에 참작되었다는 것은 참작된 만큼 원고가 위자료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여 이 반박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원고의 청구는 화해권고결정에서 정한 금액의 범위에서만 인용되었고, 소송비용은 양쪽이 절반씩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3. 배우자 쪽 상계로 상간자의 채무가 전액 소멸한 상간소송

두 번째는 어린 자녀 한 명을 둔 원고가 배우자의 상대방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하였다가 전부 기각된 사건입니다. 다만 이 기각은 책임이 없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법원은 먼저 상대방의 부정행위를 인정하였습니다. 배우자와 오래 알고 지낸 사이였던 상대방은 어느 날 저녁 배우자와 식사한 뒤 같은 날 늦은 시간에 함께 숙박업소에 갔고, 그 뒤 멀리 떠난 뒤에도 약 한 달간 배우자와 메시지를 주고받았습니다. 상대방은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다투었으나, 법원은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란 "간통을 포함하여 보다 넓은 개념으로서 간통에까지는 이르지 아니하나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는 일체의 부정한 행위"가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1988. 5. 24. 선고 88므7 판결)에 따라, 늦은 시간에 함께 숙박업소에 간 점과 그 뒤에도 "연인 사이에서나 할 만한 내용"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점을 들어 부정행위를 인정하였습니다. 법원은 나아가 혼인기간, 부정행위의 기간과 정도, 혼인관계에 미친 영향, 발각 이후 상대방이 보인 태도 등을 참작하여 상대방이 지급하여야 할 위자료의 액수까지 정하였습니다.

그런데 결론은 기각이었습니다. 원고는 이 소송과 별도로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하였고, 그 소송에서 배우자는 원고에게 위자료를 지급하고 원고는 배우자에게 그보다 큰 재산분할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원고는 그 판결이 확정되자 배우자에 대한 위자료채권과 배우자가 원고에게 가지는 재산분할금채권을 대등액에서 상계하였습니다. 법원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하여,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한 사람이 자신의 반대채권으로 상계를 한 경우에도 "채권은 변제, 대물변제, 또는 공탁이 행하여진 경우와 동일하게 현실적으로 만족을 얻어 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므로, 그 상계로 인한 채무소멸의 효력은 소멸한 채무 전액에 관하여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 대하여도 미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0. 9. 16. 선고 2008다97218 전원합의체 판결). 상대방에게 산정된 위자료는 배우자가 지급하기로 한 위자료보다 작았으므로, 배우자 쪽 상계로 상대방의 채무도 전액 소멸하였다는 것입니다.

 

4. 하나의 손해와 두 사람의 채무

두 사건을 나란히 놓고 보면, 배우자와 상대방의 책임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가 네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배우자와 상대방은 같은 손해를 함께 배상하는 관계이므로, 한쪽이 갚으면 다른 쪽의 채무도 그만큼 줄어듭니다. 앞서 본 대법원 판결이 말하는 ‘부진정연대채무’의 핵심이 이것이고, 두 사건 모두 이 법리가 결론을 만들었습니다. 배우자에게서 받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상대방에게서 받을 몫을 미리 받은 것이지, 상대방과는 별개로 받은 것이 아닙니다.

둘째, 갚는 방법은 현금만이 아닙니다. 두 번째 사건이 보여주듯 ‘상계’, 즉 서로 가진 채권을 같은 금액만큼 소멸시키는 것도 변제와 같은 효력을 가집니다. 원고는 배우자로부터 위자료를 현금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급하여야 할 재산분할금에서 그만큼을 깎는 방식으로 위자료를 받은 것이 되었는데, 법원은 이를 「현실적으로 만족을 얻은」 것으로 보았습니다. 내가 줄 돈에서 깎이는 방식으로 「받은 것」이 되는 순간, 상대방에게서 따로 받을 돈은 그만큼 사라지는 것입니다.

셋째, 위자료를 낮추는 대신 다른 이름으로 받은 것도 같은 문제를 낳습니다. 첫 번째 사건의 원고는 배우자와의 위자료 액수가 양육이나 재산분할을 감안하여 낮게 정해진 것이라고 주장하였지만, 법원은 참작된 만큼 위자료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이 위자료와 재산분할금이 섞여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그 사정을 참작할 수 있다고 한 것과 같은 방향입니다. 위자료라는 이름을 줄이고 다른 이름을 늘리는 조정은 상간소송에서 그대로 되돌아오는 것입니다.

넷째, 두 사건의 차이도 보아 두어야 합니다. 첫 번째 사건에서는 배우자가 지급하기로 한 액수가 상대방 채무의 범위를 정하였고, 두 번째 사건에서는 이미 소멸한 채무가 상대방의 채무를 함께 소멸시켰습니다. 앞의 사건은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한이 생긴 것이고, 뒤의 사건은 받을 것이 아예 남지 않은 것입니다. 두 번째 사건에서 법원이 부정행위를 인정하고 위자료 액수까지 정해 놓고도 청구를 기각한 것은 이 때문이며, 그 기각은 책임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이미 만족되었다는 뜻입니다.

물론 이 두 사건을 가지고 배우자와 먼저 정리하면 언제나 상간소송이 무의미해진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두 사건 모두 1심 판결이고, 첫 번째 판결은 판례 인용 없이 짧게 쓰였으며, 두 판결 모두 어떤 순서로 소송을 진행하였어야 했는지는 답하지 않습니다. 두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정해진 결론이 아니라, 배우자 쪽 사건에서 정해진 것이 상대방 쪽 사건에 어떤 경로로 들어오는가 하는 구조입니다.

 

5. 맺음말

배우자와의 이혼을 먼저 마무리하고 상대방에 대한 청구는 나중에 생각하시는 것은 자연스러운 순서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 사건이 보여주듯 배우자와의 사이에서 위자료를 얼마로 정하였는지, 그것을 현금으로 받았는지 아니면 내가 줄 돈에서 깎는 방식으로 받았는지는 그 뒤 상대방에게서 받을 수 있는 금액을 그대로 정합니다. 배우자와의 사건을 정리하실 때에는 그 조정이나 판결의 내용이 상대방에 대한 청구에 어떻게 작용할지를 함께 살펴보시기를 바랍니다.

※ 이 글에 소개된 사례는 실제 재판례를 바탕으로 하되, 당사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사실관계를 각색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과 결과는 실제 판결의 내용 그대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