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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상간자가 위자료를 물어준 뒤 부정행위 배우자에게 절반을 돌려받은 사례
상간소송에서 돈은 피해 배우자로부터 상간자에게로,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부정행위에는 상간자와 함께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가 있고, 법은 이 두 사람을 하나의 불법행위를 함께 저지른 사람으로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부부의 일방과 제3자가 부담하는 불법행위책임이 "공동불법행위책임으로서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15. 5. 29. 선고 2013므2441 판결).
이 관계에서 상간자가 피해 배우자에게 위자료 전액을 지급하였다면 어떻게 될까요. 대법원은 공동불법행위자가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연대책임(부진정연대채무)을 지되, 공동불법행위자들 내부관계에서는 일정한 부담 부분이 있고, 이 부담 부분은 공동불법행위자의 과실의 정도에 따라 정하여지는 것으로서 공동불법행위자 중 1인이 자기의 부담 부분 이상을 변제하여 공동의 면책을 얻게 하였을 때에는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에게 그 부담 부분의 비율에 따라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5. 7. 8. 선고 2005다8125 판결). 쉽게 말해서 밖으로는 두 사람이 각자 전액을 책임지지만, 안으로는 각자의 몫, 즉 ‘부담부분’이 있어서 자기 몫을 넘겨 갚은 사람은 상대에게 그 초과분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구상권’이 실제 사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 앞 단계에서 「위자료를 대신 냈다」는 말이 왜 변제가 되지 않았는지를 한 사건이 함께 보여줍니다.
이 사건의 원고는 상간자이고, 피고는 그 상간자와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입니다. 두 사람은 약 2년간 교제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부정행위 배우자는 상간자에게 「내 배우자가 상간소송을 걸 수 있으니, 그 소송이 제기되지 않게 하려면 배우자가 요구하는 위자료 명목의 돈을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개인적으로 급히 돈이 필요한 사정이 있다며 피해 배우자에 대한 위자료 지급으로 갈음하겠다고 하였고, 상간자는 그 말을 믿고 소송을 피하기 위하여 여러 차례에 걸쳐 돈을 지급하였습니다.
그럼에도 피해 배우자는 상간자를 상대로 상간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상간자는 그 소송에서 이미 위자료 명목으로 돈을 지급하였으므로 위자료는 모두 지급된 것이라고 항변하였으나, 피해 배우자는 그러한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였습니다. 법원은 상간자가 지급한 돈은 부정행위 배우자를 위하여 지출된 것으로 피해 배우자가 금전적 이익을 얻은 바 없으므로 위자료가 지급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항변을 배척하였고, 상간자에게 위자료 지급을 명하였습니다. 그 판결이 확정되자 상간자는 판결에서 명한 금액과 지연손해금, 소송비용을 피해 배우자에게 전액 지급하였습니다.
그 뒤 상간자는 부정행위 배우자를 상대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거짓말로 받아간 돈을 돌려달라는 손해배상 청구, 교제 중 빌려준 돈을 갚으라는 대여금 청구, 그리고 피해 배우자에게 지급한 위자료 가운데 부정행위 배우자의 몫을 돌려달라는 구상금 청구였습니다. 피해 배우자는 이 소송에 부정행위 배우자 쪽으로 보조참가하였습니다.
법원은 먼저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앞선 상간소송에서 피해 배우자가 위자료 명목의 돈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는 점이 밝혀졌으므로, 부정행위 배우자가 피해 배우자가 요구한다고 거짓으로 알려 돈을 받아간 것은 상간자에 대한 불법행위가 되고, 따라서 받아간 돈 전액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교제 중 빌려준 돈에 관하여는 금전을 대여한 것으로 보아 반환 의무를 인정하였습니다.
구상금 청구에 관하여 법원은 앞서 본 대법원 판례를 인용한 뒤, 상간자와 부정행위 배우자는 피해 배우자에 대하여 공동불법행위자로서 부진정연대채무인 손해배상책임을 지는데, 상간자가 상간소송의 판결에 따라 인정된 금액을 변제하여 공동의 면책을 얻었으므로 부정행위 배우자에게 그 부담부분 비율에 따른 구상금을 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공동불법행위의 내용과 경위 등을 참작하여 내부적 부담부분 비율을 각 50%로 정하였고, 그에 따라 상간자가 지급한 판결금의 절반을 구상금으로 인정하였습니다.
보조참가한 피해 배우자는 상간자와 부정행위 배우자 사이의 이 채권·채무가 통정허위표시로서 민법 제108조에 따라 무효이고 이 소송은 허위의 채권에 기반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제출된 모든 증거에 의하여도 그 주장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상간자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하나의 판결 안에 서로 다른 두 가지 법리가 들어 있어, 각각 나누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위자료를 대신 냈다」는 말은 피해 배우자가 직접 받지 않는 한 변제가 아닙니다. 앞선 상간소송에서 법원이 상간자의 항변을 배척한 이유는 돈이 지급되었는지가 아니라 그 돈이 누구를 위하여 지출되었는가였습니다. 부정행위 배우자에게 건너간 돈은 부정행위 배우자를 위한 것이었고, 피해 배우자는 그로부터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하였습니다. 위자료는 피해 배우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이므로, 피해 배우자의 손에 들어가지 않은 돈을 위자료의 지급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고, 그 돈이 아무리 많더라도 다르지 않습니다. 「소송에 걸리지 않게 해 주겠다」는 말을 믿고 부정행위 배우자에게 돈을 건네는 것은 피해 배우자에 대한 변제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이 사건처럼 그 돈을 따로 돌려받아야 하는 문제를 남깁니다.
둘째, 구상권은 실제로 변제하여 공동면책을 얻은 때에 성립합니다. 대법원이 말하는 요건은 "자기의 부담 부분 이상을 변제하여 공동의 면책을 얻게 하였을 때"이고, 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상간자가 판결금을 변제하였다는 사실을 구상의 전제로 확인하였습니다. 상간소송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여 ‘공동면책’이 있어야 하고, 그 판결에 따라 실제로 지급하여 피해 배우자의 채권을 소멸시켜야 비로소 부정행위 배우자에게 돌려달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셋째, 내부적 부담부분은 법원이 정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두 사람의 공동불법행위의 내용과 경위를 참작하여 각 50%로 정하였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부담부분은 "공동불법행위자의 과실의 정도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므로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의 절반이라는 비율은 이 사건의 사정에 따른 것이지, 언제나 절반이 되는 것은 아니며 절반을 넘지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넷째, 이 사건에서는 진 소송이 이긴 소송의 재료가 되었습니다. 상간자는 앞선 상간소송에서 위자료를 이미 지급하였다고 항변하였다가 배척되었는데, 그 소송에서 피해 배우자가 요구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 것이 「요구 사실이 없다」는 점을 확정하였고, 바로 그 점이 이 사건에서 부정행위 배우자의 기망을 인정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부정행위 배우자가 받아간 돈이 피해 배우자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면 불법행위가 되지 않았을 것이고 그 점은 앞선 소송 없이는 확정되지 않았을 것이므로, 앞선 소송의 패소가 이 사건 승소의 전제가 된 구조입니다.
물론 이 사건을 가지고 상간자는 언제나 절반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이 사건은 1심 판결이고, 피해 배우자가 주장한 통정허위표시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만 배척되었으며, 50%라는 부담부분은 이 사건의 사정에 따른 것입니다. 이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정해진 비율이 아니라, 상간소송에서 돈이 어느 방향으로 흐를 수 있는지와 그 흐름을 만드는 요건이 무엇인지 하는 구조입니다.
상간소송에서 위자료를 전부 물게 된 분들은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여기시기 쉽고, 반대로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 쪽은 자신에게는 더 이상 청구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이 보여주듯 두 사람은 하나의 손해를 함께 책임지는 관계이고, 한쪽이 전부 갚으면 다른 쪽에게 그 몫을 돌려달라고 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위자료를 지급하셨다면 그 지급이 피해 배우자에게 직접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판결에 따른 변제가 실제로 완료되었는지를 먼저 확인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 이 글에 소개된 사례는 실제 재판례를 바탕으로 하되, 당사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사실관계를 각색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과 결과는 실제 판결의 내용 그대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