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배우자가 있음을 알게 된 시점부터만 상간자의 책임을 물은 두 사례 2026-10-08

 

배우자가 있음을 알게 된 시점부터만 상간자의 책임을 물은 두 사례


 

 

1. 상간자 책임의 시기와 인식의 시점

배우자의 상대방에게 위자료를 청구하는 상간소송에서, 상대방이 「배우자가 있는 줄 몰랐다」고 다투는 경우 그 항변은 받아들여지거나 배척되거나 둘 중 하나로 끝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 판결에서는 그 둘 사이에 또 하나의 결론이 있고, 이를 모르고서는 판결을 제대로 읽을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알았다고 보아, 그 시점 이후의 관계에 대하여만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이러한 결론이 가능한 것은 상간자의 책임이 불법행위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유지를 방해하고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하여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가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는데(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 이 글에서 소개할 두 번째 사건의 법원은 여기에 "다만 제3자의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제3자가 교제 당시 상대방에게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교제 당시’라는 말이 뜻하는 것은, ‘혼인 사실의 인식’을 관계 전체에 대하여 한 번에 묻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행위 시점마다 묻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나의 관계 안에서 몰랐던 구간과 알았던 구간은 어디에서 나뉘고, 그 경계는 무엇으로 정해지는 것일까요. 같은 구조로 판단된 두 사건이 그 답을 보여줍니다.

 

2. 교제 시작 시점의 인식은 부정되고 그 뒤부터 책임이 인정된 상간소송

첫 번째는 약 10년간 혼인관계를 유지하며 미성년 자녀 둘을 둔 원고가 배우자의 상대방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한 사건입니다. 상대방은 어느 해 봄 원고의 배우자를 알게 되어 교제를 시작하였고, 원고는 그로부터 약 1년 4개월 뒤 상대방에게 배우자와의 교제를 중단해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며, 그 뒤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법원은 먼저 교제가 시작될 당시의 인식을 부정하였습니다.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과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상대방이 교제를 시작할 당시에 배우자가 있는 사람임을 알았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곧이어 "적어도" 교제 시작으로부터 약 9개월 뒤의 어느 시점부터는 상대방이 배우자가 있는 사람임을 알면서도 계속 교제하였고, 원고로부터 중단 요청을 받은 뒤에도 부정행위를 지속하였다고 보아 그 부분에 대하여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하나의 관계가 책임이 없는 앞부분과 책임이 있는 뒷부분으로 나뉜 것입니다.

상대방은 여기에 다시 항변하였습니다. 배우자가 있음을 알게 된 뒤에도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되었다는 배우자의 말을 믿고 교제를 계속한 것이므로 책임이 없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배우자가 상대방에게 혼인관계가 파탄난 것처럼 기망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보았고, "오히려" 다음과 같은 사실을 들었습니다. 원고는 중단을 요청할 무렵까지도 배우자의 일정을 알고 있었고 배우자의 SNS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었으며, 그래서 배우자는 상대방과의 관계를 원고에게 들키지 않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원고의 아이디를 차단해 달라고 요청하였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상대방이 그 무렵에도 원고와 배우자가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지속하고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아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청구의 일부를 인용하였습니다.

 

3. 알게 된 날이 특정되지 않아 그 전의 만남이 책임에서 빠진 상간소송

두 번째는 약 24년간 혼인관계를 유지해 온 원고가 배우자의 상대방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한 사건입니다. 상대방은 온라인 거래를 계기로 원고의 배우자를 알게 되었는데, 처음 만난 다음 날 상대방이 배우자에게 혼자인지를 묻자 배우자는 어쩌다 보니 혼자가 되었다는 취지로 답하였고, 그렇게 두 사람의 교제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원고는 상대방이 일하던 가게로 찾아가 가정이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하여 따졌고, 상대방은 앉아서 이야기하자고 할 뿐 특별히 반박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주장한 부정행위를 시기별로 나누어 판단하였습니다. 먼저 교제 시작부터 원고가 가게로 찾아간 날까지 사이에 있었던 다섯 차례의 만남에 관하여, 법원은 그것이 "객관적으로 부정행위에 해당하기는 한다"고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이 처음 만났을 때 배우자의 답을 듣고 혼인 사실을 알지 못하였음은 명백하고, 원고가 찾아가 따졌을 때 반박하지 않은 점에 비추어 적어도 그 무렵에는 알았다고 보이기는 하지만, 그 사이의 어느 시점에 알게 되었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시점에 관한 증명이 없는" 이상 각각의 만남 당시에 알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알 수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는 아무런 주장과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판결문은 각주에서 상대방이 그 다음 날 배우자에게 보낸 「몰랐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사실과 다른 외관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기까지 하였는데, 그럼에도 시점의 증명이 없다는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원고가 찾아간 뒤의 사정에 관하여는 판단이 갈렸습니다. 그 뒤 두 사람 사이에 이어진 전화통화는 배우자가 있음을 안 뒤에도 계속된 것이어서 이례적이기는 하지만, 그 사이에 소가 제기되어 소장이 송달되었으므로 소송 대응에 관한 내용일 여지가 있고 상대방이 배우자로부터 돈을 빌리고 차용증을 쓴 관계여서 변제에 관한 내용일 수도 있다는 이유로, 통화 사실만으로는 부정행위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배우자가 상대방의 주거지에서 외박한 사실과, 몇 달 뒤 두 사람이 큰 가구를 마주 들고 공동현관으로 들어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탄 영상이 남은 만남은 부정행위로 인정되었고, 그 결과 청구의 일부가 인용되었습니다.

 

4. 인식 시점의 분할과 증명책임

두 사건을 나란히 놓고 보면, 「몰랐다」는 항변이 다루어지는 방식이 네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법원은 하나의 관계를 ‘몰랐던 구간’과 ‘알았던 구간’으로 나눕니다. 첫 번째 사건에서는 교제 시작 시점의 인식은 부정되고 약 9개월 뒤부터 책임이 인정되었으며, 두 번째 사건에서는 처음 만났을 때 몰랐음이 명백하다고 인정되고 약 4개월 뒤의 어느 날부터 알았다고 인정되었습니다. 상간소송에서 책임을 지는 것은 배우자 있는 사람임을 알면서 한 행위이므로, 알기 전의 행위는 객관적으로는 부정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책임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둘째, 그 경계를 앞으로 당기는 것은 청구하는 쪽의 몫입니다. 두 번째 사건이 이 점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데, 법원은 상대방이 원고가 찾아간 날 이전의 어느 시점에 배우자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것이라는 점까지는 인정하면서도, 그 시점이 구체적으로 언제인지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전의 만남을 모두 책임에서 덜어냈습니다. 알았다는 사실과 언제 알았는지가 증명되었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고, 후자가 증명되지 않으면 그 공백은 청구하는 쪽에 불리하게 돌아가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셋째, 그 경계를 정한 것은 당사자들의 행동이었습니다. 첫 번째 사건에서 책임 인정의 근거로 든 사정은 원고가 보낸 중단 요청 문자와 그 뒤에도 이어진 관계였고, 두 번째 사건에서 인식 시점의 상한을 정한 것은 원고가 가게로 찾아가 따진 일이었습니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첫 번째 사건에서 배우자가 상대방에게 원고의 아이디를 차단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입니다. 관계를 숨기려 한 이 행동은, 숨겨야 할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음을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증거로 되돌아왔습니다.

넷째, 두 판결은 모두 「알 수 있었다」는 과실의 기준을 함께 쓰고 있습니다. 첫 번째 사건의 법원은 이 기준으로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다고 믿었다는 항변을 배척하였고, 두 번째 사건의 법원은 알 수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아무런 주장과 증거가 없다고 따로 적었습니다. 즉 알았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더라도 알 수 있었다는 사정이 주장되고 증명된다면 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없지 않은 것이고, 두 번째 사건에서는 그 주장 자체가 없었던 것입니다.

물론 이 두 사건을 가지고 상간자의 책임은 언제나 중간의 어느 시점부터 시작된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두 사건 모두 1심 판결이고, 두 판결 모두 무엇이 있었다면 인식의 시점이 더 앞당겨졌을지는 답하지 않습니다. 또한 상간소송에서 고의·과실의 증명책임을 정면으로 다룬 대법원 판례는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하였고, 위의 설명은 두 판결문의 설시에 따른 것입니다. 두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정해진 결론이 아니라, 법원이 인식의 시점을 어떻게 나누고 그 경계를 무엇으로 정하는가 하는 관점입니다.

 

5. 맺음말

배우자의 상대방이 「처음에는 몰랐다」고 주장하면, 청구하는 쪽에서는 그것이 전부 거짓이라고 느끼시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두 사건이 보여주듯 법원은 그 주장을 전부 받아들이거나 전부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시간으로 나누어 판단하고, 그 경계가 어디인지는 청구하는 쪽이 증명하여야 합니다. 상대방이 언제 알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뒤에도 관계가 이어졌음을 보여주는 자료가 무엇인지를 시점별로 나누어 정리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 이 글에 소개된 사례는 실제 재판례를 바탕으로 하되, 당사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사실관계를 각색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과 결과는 실제 판결의 내용 그대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