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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상간소송 방어, 인정하더라도 감액이 가능한 이유
상간소송의 소장을 작성하는 방향성은 사건마다 달라서, 어떤 사건에서는 원고 측이 철저히 정제된 증거를 가지고 입증이 가능한 범위로 정제된 소장을 보내오고, 어떤 사건에서는 제한된 증거를 가지고도 상당히 공격적으로 주장하여 옵니다. 그런데 소장을 받은 피고의 반응도 그에 따라 둘로 갈립니다. 사실과 다르거나 비약이 심한 소장을 받으면 무작정 이에 반박하려 하고, 반대로 부인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가득한 소장을 받으면 할 말이 없어 대응 방향을 두고 난감해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께서는 이 두 반응이 서로 반대라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물론 하나는 싸우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물러서려는 것이니 겉으로는 반대이지만, 사실 둘은 같은 전제 위에 서 있습니다. 인정하면 감액이 어렵고, 부인하여 원고의 주장을 반박하는 데에 성공하면 감액이 된다는 전제가 그것입니다. 반박하려는 피고는 그 전제 때문에 반박하고, 난감해하는 피고는 그 전제 때문에 난감해합니다. 이 글은 바로 그 전제가 틀렸다는 것을 설명하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상간소송의 위자료는 어떤 구조로 정해지는 것일까요?
상간소송은 민법 제750조와 제751조에 따라 부정행위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을 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이고, 그 배상이 위자료입니다. 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2다204708 판결은 불법행위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액수는 사실심 법원이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따라 확정할 수 있다고 하였고,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0다206564 판결은 그 참작의 대상에 피해자의 연령과 직업, 피해로 입은 고통의 정도 같은 피해자 측의 사정뿐 아니라 가해자의 고의·과실의 정도, 가해행위의 동기와 원인, 불법행위 후의 가해자의 태도 같은 가해자 측의 사정까지 들어간다고 하였습니다. 즉 위자료는 원고가 입은 손해가 얼마인지를 계산하여 나오는 금액이 아니라, 법원이 양쪽의 사정을 놓고 재량으로 정하는 금액입니다.
여기에서 청구금액과 판결금액이 갈라집니다. 소장의 청구금액은 원고가 받고자 하여 적은 금액이고, 판결금액은 법원이 위의 사정을 참작하여 정한 금액입니다. 상간소송의 위자료는 여러 상황을 보고 판사가 결정하는 것이지, 원고의 주장에 반박할 것이 없으면 청구한 금액대로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오는 구조가 아닙니다. 손해배상청구소송과 위자료의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것은 당연하고도 상식적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원고는 왜 그렇게 높은 금액을 청구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민사소송의 구조에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203조는 법원이 당사자가 신청하지 않은 사항에 대하여는 판결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고, 이것을 '처분권주의'라고 합니다. 원고가 청구한 금액이 판결의 상한이 되므로, 법원이 재량으로 정하는 금액이 그 상한을 넘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원고로서는 공격적으로 주장하여야 그 범위 안에서 판결이 나오는 것이고, 위자료가 수학적 계산으로 손해액을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재판부가 직권으로 도출하는 것인 이상, 원고가 넉넉한 상한을 걸어 두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다만 법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이 구조를 모르기 때문에 오해하기 쉬운데, 소장의 금액을 원고가 계산한 손해액으로 읽고, 그 계산을 무너뜨리지 못하면 그 금액을 그대로 물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금액은 손해의 계산이 아니라 판결의 상한을 정하는 신청이고, 그 상한 아래에서 얼마가 정해질지는 처음부터 법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습니다. 이 오해가 1절에서 본 두 반응을 낳는데, 공격적인 소장에 대하여는 그 '계산'을 반박하면 금액이 내려간다고 믿고, 정제된 소장에 대하여는 반박할 것이 없으니 금액이 그대로라고 믿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정하여야 하는 사안에서 피고에게는 무엇이 남아 있을까요?
위자료가 법원의 재량으로 정해지는 것이라면, 피고에게 남아 있는 것은 그 재량이 어떤 사정을 참작하여 행사되는지에 대한 주장입니다. 부정행위의 사실을 전체적으로 인정하더라도, 관계가 이어진 기간과 경위, 관계가 어떻게 끝났는지, 발각 이후의 태도, 원고의 혼인생활에 실제로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는 각각 참작 사정이 되고, 이것들은 부정행위의 존부와 별개로 다투어질 수 있는 것들입니다.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므12782 판결이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가 이혼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위자료 등의 명목으로 금원을 지급한 사정을 제3자가 부담할 위자료 액수를 정할 때 참작할 수 있다고 한 것도 같은 자리에 있는데, 이것은 부인으로 얻는 감액이 아니라 사정의 주장으로 얻는 감액입니다.
그러므로 인정과 감액은 양립하는데, 인정은 부정행위라는 사실에 대한 것이고, 감액은 그 사실을 전제로 한 사정의 평가에 대한 것이어서, 앞의 것을 인정한다고 하여 뒤의 것이 닫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인정하여야 하는 사안에서 무작정 억지를 써서라도 부인하려고 하면, 피고의 진술 전체가 신빙성을 잃어 정작 참작되어야 할 사정의 주장까지 믿기 어려운 것으로 취급되고, 소송 중의 그 태도 자체가 '불법행위 후의 가해자의 태도'로 참작됩니다. 반대로 지나치게 비관적인 인식으로 방어를 포기하여 버리면, 법원은 피고 쪽의 사정을 들을 기회조차 없이 원고가 제시한 사정만으로 재량을 행사하게 됩니다. 어느 쪽이든 안타까운 결과이고, 둘 다 1절의 전제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소장의 지엽적인 부분에 대한 반박은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소장에는 전체적인 사실관계와 별개로 지엽적인 부분, 즉 과장된 횟수나 추정에 불과한 서술이나 사실과 다른 세부가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을 반박할지는 그 서술이 틀렸는지가 아니라, 그 반박이 감액이라는 목적에 보탬이 되는지로 정하여야 하는데, 피고의 입장에서 이 소송의 궁극적인 목적은 감액이고, 반박은 그 목적을 위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참작 사정과 맞닿아 있는 세부, 예컨대 관계의 기간이나 경위에 관한 과장은 바로잡는 것이 감액으로 이어지지만, 참작 사정과 무관한 세부를 하나하나 다투는 것은 다툴 것과 다투지 않을 것을 가리지 못하였다는 인상만 남기고 감액에는 보탬이 되지 않습니다.
결국 상간소송의 피고가 소장을 받고 먼저 버려야 할 것은 인정하면 끝이고 반박하면 내려간다는 전제입니다. 위자료는 원고의 계산이 아니라 법원의 재량으로 정해지고, 그 재량은 피고가 내놓는 사정을 참작하므로, 인정하여야 하는 사안에서도 감액은 가능하고, 지엽적인 반박은 그 감액을 위하여 전략적으로 고르는 것입니다. 반박할 것이 없다는 것은 할 일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할 일이 반박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상간소송의 소장을 받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어서 방어를 포기하려 하시는 상황이라면, 답변서를 내기 전에 변호사와 상세한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