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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유책배우자이혼소송 기각, 이론과 실제가 다른 이유
우리나라의 법제에서 이혼의 방식은 협의이혼과 재판상 이혼의 둘이고, 그중 이론상 기본적인 형태는 협의이혼입니다. 민법 제834조는 부부가 협의에 의하여 이혼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제840조는 부부의 일방이 각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두 조문의 순서가 곧 두 제도의 관계인데, 부부의 합의로 혼인을 끝내는 것이 원칙이고, 합의가 되지 않을 때 비로소 법원이 끼어드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재판상 이혼의 요건이 까다로운 이유가 나옵니다. 협의이혼을 인정하지 않는 법제에 비하면 우리 법제에서는 비교적 간이한 이혼이 가능한 만큼, 협의가 아닌 재판으로 이혼을 구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그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여 둔 것입니다.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도 이혼에 관하여 파탄주의를 채택한 여러 나라의 법제는 재판상 이혼만을 인정할 뿐 협의상 이혼을 인정하지 않는 데 비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유책배우자라도 상대방과 협의하여 이혼할 길이 열려 있으므로, 재판상 이혼원인에까지 파탄주의를 도입하여야 할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즉 제840조의 재판상 이혼사유를 충족하여야 상대방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혼 청구가 인용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사유를 제공한 사람이 이혼을 청구하면 어떻게 될까요?
법조문을 보나 판례를 보나,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는 당사자 간의 협의이혼이 아닌 이혼소송으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위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은 민법 제840조 제6호의 이혼사유에 관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종래의 판례를 변경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아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하였고, 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1므14258 판결은 제840조가 원칙적으로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며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사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였습니다. 여전히 우리나라가 파탄주의가 아닌 유책주의를 택하고 있음은 이처럼 분명합니다.
물론 여기에서 '유책배우자'라고 하려면 제840조가 규정하고 있는 이혼사유를 제공한 장본인이어야 하고, 그 가운데 가장 명확한 것은 제1호의 부정행위, 즉 외도입니다. 다른 사유들이 그 정도와 책임의 소재를 두고 다투어질 여지가 있는 것과 달리, 부정행위는 그 사실이 인정되면 책임의 소재가 그 자체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외도를 저지른 사람이 이혼소송을 한다면 그것은 유책배우자이혼소송에 해당하여 패소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이론과 실제가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다름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첫째 자리는 법리 자체에 있습니다. 위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혼인제도의 도덕성과 신의성실의 원칙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책임이 반드시 이혼청구를 배척하여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은 경우에는 허용될 수 있다고 하면서,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과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유책성과 상대방의 고통이 약화되어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를 그 예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판단에는 유책배우자의 책임의 태양과 정도, 상대방의 혼인계속의사와 감정, 당사자의 연령, 혼인기간과 별거기간, 파탄 후 사정의 변경, 이혼이 인정될 경우 상대방의 생활보장의 정도, 미성년 자녀의 상황 등을 두루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다만 이것은 예외이고, 예외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사정들은 유책배우자가 주장하고 증명하여야 하는 것이고, 그 어느 것도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지워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론과 실제가 다른 경우의 대부분은 법리가 복잡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소송의 당사자들이 기계가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의 문제는 소송의 어디에서 나타날까요?
아무리 유책배우자이혼소송이라 하더라도, 피고가 답변서를 내어 원고가 유책배우자임을 지적하면 곧바로 기각 판결이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원고가 유책배우자인지, 예외적 허용 사유가 있는지, 상대방에게 혼인계속의사가 있는지가 모두 심리의 대상이고, 그 심리는 장기간의 소송을 거쳐야 하며, 기각 판결은 그 끝에서 나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께서는 원고가 외도를 하였다는 사실만 밝히면 소송은 끝난 것이라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물론 그 사실이 이 소송의 출발점이기는 하지만, 사실 최근의 분위기는 형식적으로 기각만 구하여서 될 일이 아닙니다. 청구인이 유책자라고 하여 자동으로 기각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위 2021므14258 판결이 그 이유를 보여 줍니다. 이 판결은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를 인정하려면 소송 과정에서 그 배우자가 표명하는 주관적 의사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혼인생활의 전 과정과 이혼소송이 진행되는 중에 드러난 언행과 태도를 종합하여 혼인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의사가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상대방 배우자가 오로지 일방에게만 잘못이 있다고 비난하고 대화와 소통을 거부하는 경우, 가정법원이 권유하는 부부상담 등에 정당한 이유 없이 불응하면서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는 경우에는, 혼인계속의사를 표명하더라도 이를 인정함에 신중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즉 피고가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과 법원이 피고에게 혼인계속의사가 있다고 인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고, 그 사이를 메우는 것은 소송 진행 과정에서 드러난 당사자들의 태도와 그로부터 추정되는 의사입니다. 기각을 구하는 피고에게도 냉정하고 전략적인 대응이 필수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각 판결을 받으면 그것으로 끝일까요?
기각 판결이 나더라도 그것이 끝이 아닌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원고는 상소할 수 있고, 상소심에서도 기각되면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위 2021므14258 판결의 사안이 바로 그것이었는데, 종전 이혼소송에서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기각 판결이 확정된 뒤 2년 만에 다시 제기된 소송이었습니다. 이 판결은 종전 소송에서 기각되었더라도 그 후 상대방 배우자 또한 유책성에 대한 비난을 계속하고 전면적인 양보만을 요구하거나 혼인관계의 회복과 양립하기 어려운 사정을 정리하지 않은 채 장기간의 별거가 고착화되어, 혼인관계가 와해되고 회복될 가능성이 없으며 협의이혼의 방법도 불가능해진 상태에 이르렀다면, 종전 소송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성이 상당히 희석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기각 판결 이후 피고가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다음 소송의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유책배우자의 청구를 막아 낸 뒤에 비난과 요구만을 반복하면 그 태도가 다음 소송에서 유책성의 희석을 뒷받침하는 사정이 되고, 반대로 혼인관계의 회복을 위한 노력을 실제로 기울였다면 그것이 혼인계속의사를 뒷받침하는 사정이 됩니다. 그러므로 유책배우자이혼소송의 피고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방의 외도에 대한 분노를 소송에서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이 소송이 상소심과 2차 소송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내다보고 자신의 태도와 의사가 기록에 어떻게 남을지를 계산하는 것입니다. 감정적인 대처가 아닌 냉정한 판단과 결정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결국 유책배우자이혼소송의 기각은 법조문과 판례가 보장하는 결과가 아니라, 소송의 과정을 거쳐 얻어 내는 결과입니다. 이론은 유책배우자의 청구를 허용하지 않지만, 실제의 법원은 그 이론을 당사자들이 소송에서 보인 모습 위에서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배우자의 외도 이후 상대방으로부터 이혼소송을 당하여 기각을 구하고자 하시는 상황이라면, 답변서를 내기 전에 변호사와 상세한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