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성관계의 증거 없이, 말을 바꾼 해명으로 부정행위가 인정된 사례 2026-10-06

 

성관계의 증거 없이, 말을 바꾼 해명으로 부정행위가 인정된 사례


 

 

1. 부정행위의 증명과 법원의 사실인정

배우자의 상대방에게 위자료를 청구하려 할 때 먼저 걱정되는 것은 증거일 것입니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사진이나 숙박업소 출입 기록처럼 성관계를 직접 보여주는 자료가 없으면 소송을 해도 진다고 생각하시는 것인데, 이 생각에는 두 가지 전제가 들어 있습니다. 하나는 증명하여야 하는 것이 성관계라는 전제이고, 다른 하나는 법원이 자료만 본다는 전제입니다.

첫 번째 전제부터 보겠습니다. 대법원은 민법 제840조 제1호의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란 "간통을 포함하여 보다 넓은 개념으로서 간통에까지는 이르지 아니하나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는 일체의 부정한 행위"가 포함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1988. 5. 24. 선고 88므7 판결). 따라서 상간소송에서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두 사람의 관계가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정도에 이르렀다는 사실입니다.

두 번째 전제 역시 정확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민사소송법 제202조는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를 판단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즉 법원이 판단의 재료로 삼는 것은 제출된 증거만이 아니라 ‘변론 전체의 취지’, 쉽게 말해서 소송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주장하고 해명하였는가까지 포함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상대방이 내놓은 설명이 앞뒤가 맞지 않을 때 법원은 그것을 어떻게 다루는가 하는 질문이 남는데, 이 질문에 답을 보여주는 사건이 있습니다.

 

2. 해명이 두 번 바뀐 상간소송

약 20년간 혼인관계를 유지하며 두 자녀를 둔 원고가, 배우자와 오래된 친구 사이인 상대방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상대방은 어느 해 초부터 원고의 배우자와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하였고, 얼마 뒤 원고 부부가 사는 집의 주차장에 드나들 수 있도록 자신의 차량을 등록해 둔 다음, 그 무렵부터 늦은 밤에 여러 차례 그 주차장에 들어왔습니다. 그로부터 몇 달 뒤 배우자는 원고에게 거짓말을 하고 상대방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 사실을 알게 된 원고가 배우자를 추궁하자, 배우자는 상대방이 자기 지인의 연인이고 그 지인이 사정이 있어 자신을 데리고 간 것이며 차량 등록도 그래서 해 준 것이라고 해명하였습니다. 그런데 그해 말 원고는 배우자의 옷 주머니에서 상대방으로부터 통화가 걸려오고 있는 휴대전화를 발견하였고, 이번에는 배우자가 그 휴대전화는 또 다른 지인의 것이고 상대방은 그 지인의 연인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상대방 역시 소송에서, 자신은 그 지인에게 소개해 준 오래된 친구일 뿐이고 앞서의 여행은 그 지인까지 셋이 함께 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지인이 작성한 사실확인서를 제출하였습니다. 배우자는 원고가 두 사람의 관계를 계속 추궁하자 집을 나갔고,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상대방과 메신저로 연락을 이어갔습니다.

법원은 두 사람이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따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들었습니다. 첫째, 배우자는 여행이 발각되자 상대방을 지인의 연인이라고 하면서 그 여행에 동행하였을 뿐이라고 거짓말하였다가, 통화가 발각되자 상대방을 다른 지인에게 소개해 준 친구일 뿐이고 여행은 그 지인과 셋이 간 것이라고 말을 바꾸었습니다. 둘째, 여행에 그 지인이 동행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는 그 지인이 작성한 사실확인서 외에 다른 객관적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고, 그 지인은 원고와의 통화에서는 상대방을 자신의 연인이라고 하였다가 사실확인서에는 평소 친분이 있는 관계에 불과하다고 적는 등 주장이 일관되지 않아 그 사실확인서는 믿기 어렵습니다. 셋째, 상대방이 원고 부부의 집 주차장에 방문한 시간 등에 비추어 보면 오래된 친구로서의 친분이나 친목만을 위한 만남이었다는 주장은 쉽사리 믿기 어렵고, 두 사람이 소송 중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은 빈도와 시간을 참작하면 교제하는 관계에서 주고받은 연락으로 보입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상대방이 배우자 있는 사람임을 알면서도 함께 여행하거나 만남을 가지는 등 이성관계로 교제하여 왔다고 보아 부정행위를 인정하고 위자료의 지급을 명하였습니다.

 

3. 배우자와의 조정과 상간자에 대한 청구의 분리

이 사건에는 절차상 눈여겨볼 대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원고는 처음에 배우자와 상대방을 함께 피고로 하여 소를 제기하였는데, 소송 도중 배우자와는 이혼하기로 조정이 성립하였고 상대방에 대한 청구만 남아 판결에 이르렀습니다. 그 조정조서에는 "이 조정이 상대방에 대한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는 취지의 조항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 조항은 배우자와 먼저 관계를 정리하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청구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두는 것입니다. 배우자와 상대방의 책임은 공동불법행위책임으로서 부진정연대채무의 관계에 있으므로(대법원 2015. 5. 29. 선고 2013므2441 판결), 배우자와의 조정이 상대방의 책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뒤에 다투어질 여지를 미리 막아 두는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법원은 위자료 액수를 정하면서 혼인기간과 혼인관계의 내용, 부정행위의 기간과 내용, 발각 후의 정황, 혼인관계에 미친 영향과 함께 배우자와의 조정 결과를 참작하였습니다.

 

4. 해명의 변천과 사실확인서의 증명력

이 판결을 읽을 때 먼저 확인할 것은, 법원이 무엇을 인정하였는가 하는 점입니다. 법원은 성관계를 인정하지 않았고, 인정한 것은 두 사람이 ‘이성관계로 교제’하여 왔다는 사실입니다. 앞서 본 대법원 판례에 따라 부정한 행위는 간통에 이르지 않더라도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행위를 포함하므로, 배우자 있는 사람과 이성관계로 교제한 사실이 인정되면 그것으로 부정행위의 요건은 충족되는 것입니다. 결정적인 장면을 증명하지 못하였다고 하여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다음으로 볼 것은 그 사실을 무엇으로 인정하였는가 하는 점입니다. 법원이 든 사정 가운데 가장 앞에 놓인 것은 해명이 두 번 바뀌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바뀐 해명 그 자체가 부정행위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여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사실이 하나라면 그에 대한 설명도 하나여야 하고, 설명이 발각될 때마다 달라졌다는 것은 처음의 설명이 사실이 아니었음을 당사자 스스로 드러낸 것이 됩니다. 민사소송법 제202조가 말하는 변론 전체의 취지에는 이처럼 당사자의 주장이 소송 과정에서 어떻게 변해 왔는가도 포함되므로, 법원은 바뀐 해명을 상대방의 주장 전체를 믿기 어렵게 만드는 사정으로 읽은 것입니다.

사실확인서가 배척된 이유도 같은 선상에 있습니다. 법원이 든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작성자가 이전에 한 말과 사실확인서의 내용이 어긋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사실확인서 외에 그 내용을 뒷받침하는 다른 객관적 자료가 없다는 점입니다. 사실확인서는 제3자가 자기 이름으로 어떤 사실을 확인하여 주는 문서이지만, 그 작성자가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거나 이전의 발언과 다른 내용을 적었다면 그 문서만으로 사실을 인정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판결문이 「다른 객관적 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점」을 따로 적었다는 것은, 반대로 그러한 자료가 하나라도 있었다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소송이 시작된 뒤의 행동입니다. 법원은 두 사람이 소송 계속 중에도 연락을 이어간 빈도와 시간을 교제 관계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소송이 제기되었다는 것은 두 사람의 관계가 정면으로 다투어지고 있다는 뜻인데, 그 뒤에도 같은 방식의 연락이 계속되었다면 그것은 과거의 관계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되비추는 자료가 됩니다. 소송 전의 사실만이 아니라 소송 중의 행동도 판결문에 들어온다는 점은 청구하는 쪽과 청구받는 쪽 모두가 알아두지 않으면 안 되는 부분입니다.

물론 이 판결을 가지고 해명이 바뀌기만 하면 부정행위가 인정된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고, 해명이 바뀌지 않았다고 하여 부정행위가 부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도 바뀐 해명 아래에는 차량을 등록해 두고 늦은 밤 드나든 사실, 거짓말을 하고 다녀온 여행, 발각된 통화와 소송 중의 연락이라는 객관적 사실들이 놓여 있었고, 해명의 변천은 그 사실들을 달리 설명할 길을 막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또한 이 판결은 1심 판결입니다. 이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거짓말이 곧 증거라는 공식이 아니라, 법원이 사실을 인정할 때 자료와 함께 그 자료에 대한 당사자의 설명이 앞뒤가 맞는지를 본다는 관점입니다.

 

5. 맺음말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하면서도 결정적인 장면을 잡지 못하여 소송을 망설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이 보여주듯 법원이 인정하여야 하는 것은 성관계가 아니라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관계이고, 그 판단에는 제출된 자료만이 아니라 상대방이 내놓은 설명이 발각될 때마다 어떻게 달라졌는가도 들어갑니다. 지금까지 상대방과 배우자가 한 해명이 있다면 그것이 언제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날짜와 함께 정리해 두시고, 그 해명을 뒷받침한다며 내놓은 자료가 있다면 그 자료가 작성자의 이전 말과 맞는지를 먼저 살펴보시기를 바랍니다.

※ 이 글에 소개된 사례는 실제 재판례를 바탕으로 하되, 당사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사실관계를 각색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과 결과는 실제 판결의 내용 그대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