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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상간소송에서 부정행위의 기간, 통화 내역으로 늘어난 사례와 채팅 기록으로 줄어든 사례
배우자의 상대방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상간소송에서, 위자료의 액수는 미리 정해진 기준표에 따라 계산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정합니다. 대법원은 유책배우자에 대한 위자료의 액수가 "유책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정도, 혼인관계파탄의 원인과 책임, 배우자의 연령과 재산상태 등 변론에 나타나는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법원이 직권으로 정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1992. 11. 10. 선고 92므68 판결). 상간소송에서도 법원은 같은 방식으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액수를 정하는데, 그 사정 가운데 하나가 ‘부정행위의 기간’입니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두 판결도 모두 위자료를 정하면서 부정행위의 기간을 참작 사유로 적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정행위의 기간은 당사자가 주장한다고 그대로 인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부정행위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있었는지는 청구하는 쪽에서 증명하여야 하고, 법원은 증거로 뒷받침되는 범위에서만 기간을 인정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청구하는 쪽이 손에 쥔 자료가 어느 한 시점에 드러난 것이라면, 그 자료가 보여주는 기간과 실제 관계가 이어진 기간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같은 문제를 두고 결과가 반대 방향으로 갈린 두 사건이 있습니다. 한 사건에서는 하루 남짓의 메시지가 약 1년의 관계로 인정되었고, 다른 사건에서는 약 2년이라고 주장한 기간이 약 5개월로 줄었습니다. 두 사건을 나란히 놓고 보면 법원이 부정행위의 기간을 어떻게 정하는지, 그리고 기간을 다툴 때 무엇이 필요한지가 드러납니다.
첫 번째는 약 28년간 혼인관계를 유지하며 두 자녀를 둔 원고가 배우자의 상대방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한 사건입니다. 원고는 배우자의 액정이 파손된 휴대전화에 남아 있던 내용물을 통해 배우자와 상대방의 관계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휴대전화에서 나온 것은 하루 남짓, 약 26시간 사이에 두 사람이 주고받은 530여 통의 메시지였습니다. 법원이 인정한 바에 따르면 그 메시지에는 서로를 애칭으로 부르면서 "성관계를 가졌음을 연상하게 하는 애정표현"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메시지만으로 보면 두 사람의 관계는 어느 하루의 일에 그칩니다. 법원은 여기에 더하여 상대방이 그 메시지 이후에도 약 1년 뒤까지 배우자와 계속 전화통화를 한 내역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였는데, 판결문은 그 인정 근거에 원고가 제출한 서증과 함께 "통신사에 대한 문서제출명령회신 결과"를 따로 적고 있습니다. 통화 내역은 당사자가 스스로 가질 수 있는 자료가 아니므로, 그 뒤 약 1년의 기간은 법원이 통신사로부터 받은 회신으로 확인된 것으로 읽힙니다. 하루 남짓의 메시지로 드러난 관계가 그 뒤로도 약 1년간 이어진 관계로 확정된 것입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상대방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고 위자료의 지급을 명하였습니다. 위자료를 정하면서 법원이 첫 번째로 든 사정은 상대방이 배우자에게 "배우자 및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부정행위를 하였다는 점이었고, 이어서 혼인기간, 자녀의 수와 연령, 부정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내용 및 기간, 혼인관계에 미친 영향, 부정행위 후 상대방이 보인 태도를 참작하였습니다. 덧붙여 두자면, 원고가 배우자의 휴대전화 내용물을 통해 관계를 알게 되었다는 경위는 판결문에 사실로 적혀 있을 뿐 그 취득의 적법성은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는 배우자와 협의이혼한 원고가 배우자의 상대방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한 사건입니다. 원고는 상대방이 협의이혼에 이를 때까지 약 2년에 걸쳐 배우자에게 배우자가 있음을 알면서 교제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소액사건이어서 판결서에 이유를 적지 않을 수 있었는데도(소액사건심판법 제11조의2 제3항), 법원은 이유를 적었고 그 이유는 거의 전부 기간을 좁히는 데 쓰였습니다.
법원은 먼저 다툼이 없는 부분을 확정하였습니다. 상대방이 약 5개월간 배우자에게 배우자가 있음을 알면서 교제하였다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 앞뒤의 기간이었는데, 법원은 두 기간을 서로 다른 이유로 잘라냈습니다. 앞쪽의 약 1년 8개월에 관하여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그 기간에 상대방이 배우자에게 배우자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뒤쪽의 약 7개월에 관하여는, 그 기간 중 일부 연락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연락을 취한 것에서 나아가 교제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원고가 앞쪽 기간의 근거로 낸 핵심 증거는 배우자가 쓴 채팅방 글의 사진이었습니다. 원고는 그 글의 작성일자를 들어 그 무렵에도 두 사람이 교제하고 있었다고 주장하였지만, 법원은 그 글을 다르게 읽었습니다. 배우자는 채팅방 글에서 일관되게 상대방을 이름으로 특정하여 불렀는데, 같은 무렵의 글에는 이름으로 부른 사람과 따로 가리켜 부른 다른 사람이 함께 등장하고, 며칠 뒤의 글에서는 두 사람을 구별하여 각각 다르게 적고 있었습니다. 첨부된 사진의 작성자 계정명도 상대방 이름의 약자로 보기 어려웠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오히려 그 기간에 배우자가 교제한 사람은 상대방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보인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국 부정행위의 기간은 약 5개월로 인정되었고, 위자료는 청구한 금액의 일부만 인용되었으며 소송비용의 대부분을 원고가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두 사건을 나란히 놓고 보면, 부정행위의 기간을 다툴 때 생각하여야 할 것이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기간은 증거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잇는 것으로 정해집니다. 첫 번째 사건에서 휴대전화에서 나온 것은 하루치 메시지뿐이었고, 그 뒤 약 1년을 채운 것은 법원이 통신사로부터 받은 회신이었다고 읽힙니다. 민사소송법 제343조는 서증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문서를 직접 제출하는 방식 외에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그것을 제출하도록 명할 것을 신청하는 방식"을 두고 있고, 제344조는 일정한 경우 문서를 가진 사람이 그 제출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통신 내역처럼 당사자가 스스로 가질 수 없는 자료는 이러한 절차를 통해 법원이 확보하게 되는 것입니다. 다만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의2에 따라 법원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요청할 수 있는 것은 ‘통신사실확인자료’, 즉 통화의 일시와 상대방 번호 같은 내역이지 통화의 내용이 아니므로, 첫 번째 사건에서도 법원이 인정한 것은 약 1년간 통화가 이어졌다는 사실까지였습니다.
둘째, 기간은 두 사람이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채워지지 않습니다. 두 번째 사건에서 법원이 앞뒤 기간을 잘라낸 이유는 서로 달랐습니다. 앞쪽 기간은 상대방이 배우자에게 배우자가 있음을 알았다는 점, 즉 인식이 증명되지 않아 잘렸고, 뒤쪽 기간은 연락이 있었더라도 그것이 교제에 이르렀다는 점, 즉 관계의 정도가 증명되지 않아 잘렸습니다. 상간소송에서 책임이 인정되려면 배우자 있는 사람임을 알면서 부정행위를 하였다는 점이 필요하므로, 기간을 주장할 때에도 그 기간 내내 이 두 요소가 함께 있었음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만난 사실은 있으나 그때는 몰랐다는 기간, 연락은 있었으나 교제라고 보기 어려운 기간은 모두 인정되는 기간에서 빠집니다.
셋째, 채팅 기록은 언제 썼는가보다 누구를 가리키는가에서 갈립니다. 두 번째 사건에서 원고가 낸 채팅방 글은 작성일자가 분명하였지만, 법원은 그 글이 가리키는 사람이 상대방인지를 먼저 물었고 그 답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이는 영상이나 결제 내역이 촬영된 인물이나 동행자를 특정하지 못하여 배척되는 것과 같은 구조로, 증거의 날짜가 분명하더라도 그 증거가 가리키는 사람이 특정되지 않으면 날짜는 의미를 잃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상대방의 대화 기록을 증거로 낼 때에는 그 글이 내가 지목하는 사람에 관한 것이라는 점까지 증명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 두 사건을 가지고 통화 내역만 받으면 기간이 늘어난다거나, 채팅 기록으로는 기간을 증명할 수 없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두 사건 모두 1심 판결이고, 첫 번째 사건의 판결문은 문서제출명령이 어떤 요건으로 받아들여졌는지를 적고 있지 않으며, 두 번째 사건의 채팅 글도 다른 사람을 가리킨다고 읽힌 것은 그 글의 구체적인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두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정해진 결론이 아니라, 법원이 부정행위의 기간을 정할 때 자료가 보여주는 기간과 자료가 가리키는 사람을 어떻게 따져 보는가 하는 관점입니다.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되었을 때 손에 쥐게 되는 자료는 어느 한 시점의 것인 경우가 있고, 그래서 그 관계가 얼마나 오래 이어졌는지를 두고 막막함을 느끼시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두 사건이 보여주듯 기간은 자료의 양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료가 보여주는 시점들을 어떻게 잇는가, 그리고 그 자료가 누구에 관한 것인가로 정해집니다. 지금 가지고 계신 자료가 어느 시점을 보여주는지, 그 앞뒤를 메울 수 있는 자료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그 자료가 지목하는 사람이 분명한지를 먼저 정리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 이 글에 소개된 사례는 실제 재판례를 바탕으로 하되, 당사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사실관계를 각색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과 결과는 실제 판결의 내용 그대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