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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배우자가 있는 줄 몰랐다」는 상간자의 항변, 배척된 사례와 받아들여진 사례
배우자의 상대방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상간소송에서, 청구하는 쪽은 두 사람이 만났다는 사실만 증명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상간자의 책임은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 책임이고,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유지를 방해하고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하여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가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는데(대법원 2015. 5. 29. 선고 2013므2441 판결), 그 제3자가 상대에게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는 셈이 됩니다.
그래서 상간소송에서는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과 별도로, 상대방이 배우자 있는 사람임을 알았거나 적어도 알 수 있었다는 사실, 즉 ‘혼인 사실의 인식’이 요건이 됩니다. 그리고 이 요건을 누가 증명하여야 하는가에 관하여 이 글에서 소개할 두 번째 사건의 법원은, 상간자의 "고의 또는 과실, 즉 부정행위를 한 상대방이 배우자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과실로 몰랐다는 점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원고가 증명하여야 한다"고 분명히 적었습니다. 상대방이 몰랐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청구하는 쪽이 알았음을 증명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상간소송에서 「배우자가 있는 줄 몰랐다」는 항변은 이 요건을 정면으로 다투는 방어 방법이 됩니다. 그런데 이 항변이 받아들여지는지는 사안마다 갈리는데, 그 갈림이 어디에서 생기는지를 서로 반대의 결론에 이른 두 사건이 보여줍니다.
첫 번째는 약 10년간 혼인관계를 유지하며 미성년 자녀 둘을 둔 원고가 배우자의 상대방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상대방과 배우자가 어느 해 봄 무렵부터 서로 사랑을 표현하면서 교제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였고, 원고는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 절차도 따로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상대방은 이렇게 항변하였습니다. 그해 말 배우자가 자신에게 아직 이혼하지 않았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배우자에게 배우자가 있음을 알지 못하였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뒤에는 배우자의 요구에 따라 소극적으로 연락에 응하였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점의 메시지를 증거로 제출하였습니다. 법원은 이 증거를 그대로 받아들여, 그 무렵 배우자가 상대방에게 그동안 속여 왔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고 상대방이 이혼을 하지 않은 것이냐며 자신을 기만하였다고 따지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인정하였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상대방의 항변은 증거로 뒷받침된 셈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그러나 한편"이라고 이어 갔습니다. 원고가 제출한 증거에 따르면, 그 메시지를 주고받은 이후에도 상대방은 여러 달에 걸쳐 배우자에게 먼저 애정을 표현하는 메시지를 보냈고, 배우자가 원고와의 이혼 이야기를 전하자 기다리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함께 살 계획을 말하고 두 사람이 교제한 기간을 헤아리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상대방이 "이혼 사실에 대하여 명확하게 들은 이후에도" 배우자에게 "먼저 사랑을 표현하면서 적극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음을 알 수 있다고 보았고, 따라서 배우자가 있음을 알면서도 부정행위를 지속하였다고 판단하여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법원은 상대방이 배우자에게 배우자가 있음을 "알았거나 적어도 알 수 있었음에도" 부정행위를 하여 혼인관계 파탄에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보아 위자료의 지급을 명하였고, 위자료를 정하면서는 혼인기간과 가족관계, 부정행위의 내용과 정도, 파탄에 미친 영향과 함께 이 사건 소송에서 상대방이 보인 태도를 참작하였습니다.
두 번째는 원고가 배우자의 상대방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하였다가 전부 기각된 사건입니다. 상대방은 취미 모임에서 원고의 배우자를 만나 교제하다가 약 1개월 만에 헤어졌고, 교제한 사실 자체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었습니다. 다투어진 것은 오직 하나, 상대방이 교제 당시 배우자에게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상대방은 배우자가 자신을 미혼으로 소개하였기 때문에 그렇게 알고 교제하다가 헤어진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원고가 낸 핵심 증거는 배우자가 직접 작성한 사실확인서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그 사실확인서가 "원고와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배우자가 작성한 것이므로 그 기재만으로는 상대방이 배우자 있음을 알면서 교제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그 밖에 원고가 제출한 다른 증거를 모두 살펴보아도 상대방이 교제 당시 배우자에게 법률상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거나 부부공동생활을 인식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상대방에게 과실에 기한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된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가장 협조적인 증인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배우자 본인이 상대방은 알고 있었다고 확인하여 준 것입니다. 그런데 법원은 바로 그 배우자가 원고와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그 확인서의 증명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배우자가 원고와 같은 편에 서 있다는 사정이, 그 배우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게 만든 것입니다.
두 사건을 나란히 놓고 보면, 「몰랐다」는 항변을 둘러싼 다툼이 어디에서 갈리는지가 네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몰랐다」는 항변에는 반드시 「그렇다면 언제 알았는가」라는 질문이 따라붙습니다. 첫 번째 사건의 상대방은 그 시점을 스스로 특정하여 그해 말이라고 하였고, 그 시점의 메시지를 증거로 냈습니다. 법원은 그 주장을 그대로 인정하였는데, 바로 그 인정 때문에 그 시점 이후의 모든 연락은 배우자가 있음을 알고 한 행동이 되었습니다. 항변을 뒷받침하려고 낸 증거가 ‘인식의 시점’을 고정시켰고, 그 뒤의 기록이 전부 상대편의 증거가 된 것입니다.
둘째, 인식 이후에 「소극적으로 응하였을 뿐」이라는 주장은 연락의 내용과 방향으로 판단됩니다. 첫 번째 사건에서 법원이 든 것은 그 이후의 메시지를 누가 먼저 보냈는가, 그 내용이 애정 표현과 장래의 계획이었는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배우자가 있음을 알게 된 뒤에도 먼저 사랑을 표현하며 연락을 이어갔다면, 그것은 요구에 응한 것이 아니라 관계를 지속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셋째, 인식의 증명은 청구하는 쪽의 몫이고, 그 증명에 배우자 본인의 확인서는 약한 증거가 됩니다. 두 번째 사건이 보여주듯 배우자는 가장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청구하는 쪽과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해관계인’이기도 합니다. 법원이 그 확인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 것은 그 진술이 거짓이라고 본 것이 아니라, 그 진술을 뒷받침하는 다른 자료가 없는 한 그것만으로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첫 번째 사건에서 인식 이후의 행동이 상대방 자신의 메시지로 증명되었던 것과 대비됩니다.
넷째, 두 판결은 모두 과실로도 책임이 성립할 여지를 열어 두었습니다. 첫 번째 사건의 법원은 "알았거나 적어도 알 수 있었음에도"라고 적었고, 두 번째 사건의 법원은 "과실에 기한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된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고 적어 과실 책임을 따로 살폈습니다. 다만 두 사건 모두 실제로 과실을 이유로 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어서, 어떤 사정이 있으면 몰랐더라도 알 수 있었다고 평가되는지는 이 두 판결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물론 이 두 사건을 가지고 「몰랐다」는 항변은 시점을 대면 무너지고 사실확인서만 있으면 기각된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두 사건 모두 1심 판결이고, 두 번째 사건의 판결문은 무엇이 있었다면 인식이 인정되었을지를 답하지 않습니다. 또한 상간소송에서 고의·과실의 증명책임을 정면으로 다룬 대법원 판례는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하였고, 위에서 설명한 것은 민법 제750조의 일반 법리와 두 판결문의 설시에 따른 것입니다. 두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정해진 결론이 아니라, 법원이 인식을 판단할 때 인식의 시점과 그 이후의 행동,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는 자료의 출처를 어떻게 보는가 하는 관점입니다.
배우자의 상대방이 「배우자가 있는 줄 몰랐다」고 주장하면, 청구하는 쪽에서는 뻔한 변명으로 들려 분노를 느끼시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두 사건이 보여주듯 이 항변은 뻔한 변명이어서 배척되는 것이 아니라 인식의 시점과 그 이후의 행동이 기록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배척되는 것이고, 반대로 그 기록이 배우자의 확인서뿐이라면 받아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상대방이 언제부터 알았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자료가 배우자의 말이 아니라 상대방 자신의 기록인지를 먼저 살펴보시기를 바랍니다.
※ 이 글에 소개된 사례는 실제 재판례를 바탕으로 하되, 당사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사실관계를 각색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과 결과는 실제 판결의 내용 그대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