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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부정행위를 안 지 6개월이 지난 뒤의 이혼 청구, 제척기간 항변이 배척된 사례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알게 되었을 때 곧바로 이혼을 결심하는 분들도 있지만, 자녀와 생활을 생각하며 한동안 결정을 미루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뒤늦게 이혼을 준비하면서 「부정행위를 안 지 6개월이 지나면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걱정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말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어서, 민법 제841조는 부정한 행위를 이유로 한 이혼 청구에 관하여 다른 일방이 사전동의나 사후 용서를 한 때, 또는 "이를 안 날로부터 6월, 그 사유있은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이혼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은 소멸시효가 아니라 ‘제척기간’입니다. 쉽게 말해서 그 기간이 지나면 부정행위를 이유로 이혼을 청구할 권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고, 중단이나 정지 없이 정해진 기간이 흐르면 끝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이 조항에서는 6개월과 2년이라는 기간의 길이보다도, 그 기간을 어느 날부터 세기 시작하는가 하는 ‘기산점’이 정면으로 다투어지게 됩니다.
부정행위가 하루의 사건으로 끝난 경우라면 안 날을 정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일정 기간 이어지는 경우가 있고, 그 경우 처음 낌새를 알아차린 날, 확실한 자료를 확인한 날, 그리고 그 관계가 끝난 날이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이때 6개월은 어느 날부터 세는 것일까요. 이 질문이 정면으로 다투어진 사건이 있습니다.
약 18년간 혼인관계를 유지해 온 원고가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과 위자료를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배우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의 직원과 1박 2일로 여행을 다녀왔고, 그 이후에도 가게에서 그 직원과 신체적 접촉을 하는 등 약 2개월에 걸쳐 부정행위를 하였습니다. 원고는 이 사실을 알게 된 뒤 배우자와의 갈등이 깊어지자 이혼을 청구하였고, 배우자도 반소로 이혼과 위자료를 청구하였습니다.
배우자는 이 소송에서 제척기간을 항변으로 내세웠습니다. 원고가 여행이 있었던 무렵 또는 늦어도 그 달 말에는 부정행위를 알았는데,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뒤에야 이혼을 청구하였으므로 부정행위를 사유로 한 이혼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원고가 이혼을 청구한 시점은 배우자가 주장한 그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난 뒤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배우자와 직원의 부정행위가 여행이 있었던 날부터 "적어도" 약 2개월 뒤까지 "계속되었고", 원고는 "그로부터 6개월 이내에" 이혼을 청구하였으므로 배우자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처음 알게 된 날이 아니라 부정행위가 계속된 기간의 끝을 기준으로 6개월을 센 것입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법원이 그 「끝」을 무엇으로 확정하였는가 하는 점입니다. 판결문은 각주에서, 배우자가 준비서면에서 그 무렵 직원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단절하였다고 인정하였으므로 적어도 그때까지는 관계가 지속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적었습니다. 즉 부정행위가 언제까지 이어졌는지를 확정한 근거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가 아니라, 배우자 스스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쓴 서면의 한 문장이었던 것입니다. 배우자는 이 밖에도 부정행위 이전부터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되어 있었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고, 배우자의 반소는 유책배우자의 청구라는 이유로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이 판결이 보여주는 구조를 정리하면, 법원은 부정행위가 일정 기간 계속된 경우 그 기간을 하나의 부정행위로 보고, 6개월의 제척기간을 그 기간이 끝난 때를 기준으로 세었다는 것입니다. 배우자의 항변은 원고가 처음 부정행위를 알게 된 날을 기산점으로 삼은 것이었는데, 그 날을 기준으로 하면 6개월이 지났고 관계가 끝난 때를 기준으로 하면 6개월 이내였으므로, 기산점을 어디에 두는가가 그대로 결론을 갈랐습니다.
이러한 구조에서 실무적으로 중요한 것은 부정행위의 종기, 즉 관계가 언제 끝났는지를 무엇으로 증명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부정행위가 시작된 시점은 발각의 계기가 된 자료로 드러나는 경우가 있지만, 그 관계가 언제까지 이어졌는지는 당사자가 아닌 청구하는 쪽에서 직접 알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이 사건에서 그 부분을 메운 것은 배우자가 자신의 항변을 뒷받침하기 위해 쓴 「그 무렵 관계를 정리하였다」는 진술이었습니다. 처음 안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났다는 주장을 세우려다가, 관계가 그때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을 스스로 확정해 준 셈입니다. 소송에서 제출하는 서면의 한 문장이 자신의 주장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이 사건은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다만 이 판결을 읽을 때 유의할 것이 있습니다. 첫째, 이 판결은 1심 판결이고, 부정행위가 계속된 경우 제척기간의 기산점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에 관하여 대법원이 밝힌 일반적인 기준은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하였습니다. 따라서 이 판결의 판단이 모든 사안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부정행위가 어떤 형태로 얼마나 이어졌는지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둘째, 제841조는 안 날로부터 6개월 외에 그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2년이라는 기간을 따로 두고 있으므로, 6개월의 기산점이 뒤로 밀리더라도 2년의 기간은 별개로 흐른다는 점을 함께 보아야 합니다.
끝으로, 제척기간이 지난 뒤에 무엇을 청구할 수 없게 되고 무엇을 여전히 청구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구별하여 둘 필요가 있습니다. 부정행위를 알고도 자녀나 생활을 생각하여 결정을 미루다가, 갈등이 이어진 끝에 6개월이 지나서야 이혼을 결심하시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제척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이혼 자체를 포기하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841조가 소멸시키는 것은 민법 제840조 제1호, 즉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를 이유로 한 이혼청구권입니다. 그러나 재판상 이혼사유는 제1호만이 아니어서, 제840조 제6호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별도의 이혼사유로 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배우자의 부정행위 자체가 아니라 혼인의 파탄을 이혼 원인으로 삼고 부정행위는 그 파탄에 이르게 된 경위의 하나로 설시한 사안에서, 거기에 제841조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88. 5. 10. 선고 88므92 판결). 즉 부정행위를 이유로 한 청구가 기간의 제한에 걸리더라도, 그 부정행위를 포함한 여러 사정으로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면 제6호의 사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두 경로는 증명하여야 하는 대상이 다릅니다. 제1호에 의한 청구에서는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되지만, 제6호에 의한 청구에서는 혼인관계가 현재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어 있다는 상태를 증명하여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부정행위 외에 부부가 모두 이혼을 구하고 있다는 사정 등을 들어 파탄을 인정하였는데, 제6호로 청구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파탄의 상태와 그 경위가 심리의 중심이 되는 것입니다. 부정행위라는 과거의 한 사건이 아니라 현재의 혼인관계 전체가 판단의 대상이 되는 셈이므로, 제척기간이 지난 뒤에 이혼을 준비하신다면 부정행위의 증거만이 아니라 그 이후 혼인관계가 어떻게 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를 함께 갖추셔야 합니다.
부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대법원은 제841조의 제척기간이 "부정행위를 원인으로 한 이혼청구권의 소멸에 관한 규정"으로서, 배우자로서의 권리 침해를 원인으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1985. 6. 25. 선고 83므18 판결). 따라서 6개월이 지났다고 하여 배우자나 그 상대방에 대한 위자료 청구까지 함께 소멸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손해배상청구권에는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라는 소멸시효가 따로 적용되므로, 기간의 제한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혼청구권의 제척기간과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서로 다른 기간이고, 각각 따로 세어야 하는 것입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알고도 한동안 결정을 미루셨다면, 6개월이라는 기간이 이미 지나버린 것은 아닌지 불안하게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이 보여주듯 그 6개월을 어느 날부터 세는가는 부정행위가 언제까지 이어졌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설령 그 기간이 지났더라도 혼인 파탄을 이유로 한 이혼 청구와 위자료 청구는 별개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 가지고 계신 자료가 있다면, 그것이 부정행위가 시작된 때를 보여주는 자료인지 아니면 언제까지 이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자료인지를 구분하여 살펴보시기를 바랍니다.
※ 이 글에 소개된 사례는 실제 재판례를 바탕으로 하되, 당사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사실관계를 각색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과 결과는 실제 판결의 내용 그대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