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부정행위로 이혼 책임을 진 배우자가 양육자로 지정된 사례 2026-09-30

 

부정행위로 이혼 책임을 진 배우자가 양육자로 지정된 사례


 

 

1. 양육자 지정의 기준과 자녀의 복리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이혼을 결심하신 분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 가운데 하나는, 잘못을 저지른 쪽에게 아이를 맡길 수는 없다는 생각일 것입니다. 혼인파탄의 책임을 지는 ‘유책배우자’는 자녀의 양육자가 될 자격도 잃는다고 보는 것인데, 감정적으로는 충분히 이해되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법이 양육자를 정하는 기준은 이와 다른 곳에 놓여 있습니다.

민법 제837조는 이혼하는 부부가 자녀의 양육에 관한 사항을 협의로 정하되, 협의가 자녀의 복리에 반하거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때에는 가정법원이 자녀의 의사와 나이, 부모의 재산상황, 그 밖의 사정을 참작하여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구체화하여, 친권자와 양육자를 정할 때에는 "미성년인 자의 성별과 연령, 그에 대한 부모의 애정과 양육의사의 유무는 물론,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 능력의 유무, 부 또는 모와 미성년인 자 사이의 친밀도, 미성년인 자의 의사 등의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미성년인 자의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고 적합한 방향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므1458, 1465 판결).

이 기준에서 눈여겨볼 것은, 법원이 살피는 요소들이 모두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를 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부부 사이에서 누가 혼인을 깨뜨렸는지는 이 목록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재판에서 부정행위로 이혼 책임을 진 배우자가 양육자로 지정되는 일이 있을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 남는데, 그 답을 보여주는 사건이 있습니다.

 

2.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을 지고도 양육자로 지정된 이혼소송

약 26년간 혼인관계를 유지해 온 부부 사이에 미성년 자녀가 한 명 있었습니다. 부부는 한쪽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하는 일로 갈등을 겪다가 별거에 들어갔고, 별거 이후에는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지목된 배우자가 자녀를 데리고 지냈습니다. 그리고 그 배우자가 먼저 이혼과 위자료를 청구하자 상대방도 반소로 이혼과 위자료를 청구하였습니다.

법원은 부부가 약 3년간 별거하면서 관계를 회복하려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다고 보았고, 그 주된 책임은 혼인기간 중 배우자 아닌 이성과 부정한 행위를 하면서 부부간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못한 쪽에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결과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가 먼저 낸 이혼과 위자료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고, 상대방의 반소 청구에 따라 이혼과 함께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에게 위자료의 지급이 명해졌습니다. 혼인파탄의 책임에 관하여는 상대방의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그런데 자녀의 친권자와 양육자로는 바로 그 배우자가 지정되었습니다. 법원은 자녀의 나이, 과거 및 현재의 양육 상황, 양육 환경, 당사자의 의사, 부모 각자와의 유대관계를 참작하면서, 여기에 세 가지 사정을 더 적었습니다. 첫째는 이 사건 이전에 그 배우자의 "양육방식이나 자질에 큰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되지는 않는 점"입니다. 둘째는 "혼인파탄에 대한 귀책사유와 사건본인에 대한 양육자로서 누가 더 적합한지에 관한 판단은 구별될 필요가 있는 점"이고, 셋째는 다른 쪽 부모가 정기적으로 원만하게 면접교섭을 함으로써 자녀의 성장에 따라 양육환경의 변화가 필요해지는 경우 이를 민감하게 관찰하고 대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3. 위자료 책임과 양육자 지정이 함께 정해진 이혼소송

비슷한 결론에 이른 사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두 자녀를 둔 부부의 이혼소송에서, 법원은 혼인기간 중 부정행위를 하여 정조의무를 저버리고 상대방이 애정과 신뢰를 잃도록 한 쪽에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와 그 상대 이성이 함께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하였고,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가 반소로 낸 이혼과 위자료 청구는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부부가 별거한 이후 두 자녀는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와 함께 지내고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두 자녀의 친권자와 양육자로는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가 지정되었습니다. 다만 이 판결은 자녀들의 나이와 성별, 과거와 현재의 양육 상황, 양육 환경, 유대관계, 당사자들의 의사 등을 참작하였다고 적었을 뿐, 혼인파탄의 책임과 양육자 지정의 관계를 따로 설명하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어떤 사정이 결론에 결정적이었는지를 판결문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고, 다만 혼인파탄의 책임을 지는 것과 양육자로 지정되는 것이 한 판결 안에서 함께 성립하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을 뿐입니다.

 

4. 혼인파탄의 귀책과 양육자 적합성

첫 번째 사건의 법원이 적은 "구별될 필요가 있는 점"이라는 문장은, ‘혼인파탄의 귀책’과 ‘양육자로서의 적합성’이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제도에 속한다는 데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위자료는 혼인을 파탄에 이르게 한 사람에게 그 책임을 묻는 제도이므로 누가 잘못하였는가를 따지지만, 양육자 지정은 앞으로 자녀가 누구와 함께 자라는 것이 그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도움이 되는가를 묻는 제도입니다. 부정행위에 대한 책임은 이미 위자료와 이혼 청구의 기각이라는 형태로 물어졌고, 양육자 지정에서 다시 그 책임을 묻는다면, 그 결정의 영향을 직접 받는 것은 부모가 아니라 자녀라는 점에서 제도의 목적과 어긋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법원이 과거를 전혀 보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첫 번째 사건에서 법원이 확인한 것은 부부관계에서의 잘못이 아니라 부모로서의 양육방식과 자질이었고, 그것에 큰 문제가 없었다는 판단이 결론을 떠받쳤습니다. 여기에 현재의 양육 상황도 무게를 가집니다. 대법원은 앞서 본 판결에서, 별거 이후 한쪽 부모가 양육해 온 자녀의 양육상태를 바꾸어 다른 쪽을 양육자로 지정하려면 그 변경이 현재의 양육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보다 자녀의 건전한 성장과 복지에 더 도움이 된다는 점이 "명백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두 사건 모두 별거 이후 자녀가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와 지내고 있었다는 점은, 이 기준에 비추어 보면 가볍게 볼 수 없는 사정인 것입니다.

면접교섭에 관한 대목도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첫 번째 사건의 법원은 양육자로 지정되지 않는 부모가 면접교섭을 통해 자녀의 변화를 관찰하고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을 양육자 지정의 이유 가운데 하나로 들었습니다. 양육자 지정이 자녀와 다른 쪽 부모의 관계를 끊는 결정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양육 환경에 변화가 필요해지면 민법 제837조 제5항에 따라 가정법원이 양육에 관한 사항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이 함께 고려된 것으로 읽힙니다.

물론 이 두 사건을 가지고 부정행위가 양육자 지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이 말한 대로 양육자 지정은 모든 요소를 종합하는 판단이므로, 부정행위로 인해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였다거나 양육 환경이 나빠졌다는 사정이 있다면 그것은 부정행위로서가 아니라 양육 상황과 환경의 문제로서 고려될 수 있습니다. 또한 두 사건 모두 1심 판결이고, 두 번째 사건은 그 이유를 자세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두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유책배우자라도 양육자가 될 수 있다는 결론 자체보다는, 법원이 그 두 가지 질문을 서로 다른 자리에서 따로 묻는다는 구조인 것입니다.

 

5. 맺음말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혼인이 무너졌는데 그 배우자가 아이까지 키우게 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양육자 지정의 자리에서 법원이 묻는 것은 누가 혼인을 깨뜨렸는가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자라는 것이 자녀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가이며, 부정행위에 대한 책임은 위자료와 이혼의 판단에서 따로 물어집니다. 양육자 지정을 다투고 계시다면 상대방의 잘못을 강조하는 데 힘을 쏟기보다, 그동안 자녀를 어떻게 돌보아 왔고 앞으로 어떻게 양육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 글에 소개된 사례는 실제 재판례를 바탕으로 하되, 당사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사실관계를 각색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과 결과는 실제 판결의 내용 그대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