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혼 재산분할과 위자료의 차이, 파탄의 책임과 재산의 정산 2026-09-21

 

이혼 재산분할과 위자료의 차이, 파탄의 책임과 재산의 정산


 

 

1. 이혼으로 받는 돈에 대한 혼동, 두 제도를 섞을 때 생기는 판단 오류

이혼을 앞둔 분들의 말 속에는 두 가지 생각이 자주 섞여 나옵니다. 하나는 "배우자가 외도를 하였으니 재산은 모두 내 몫"이라는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반대편에서 나오는 "재산을 나누어 주었으니 위자료는 끝난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께서는 이혼하면서 오가는 돈은 결국 하나의 정산이라고 여기실 것입니다. 물론 협의로 정리할 때에는 하나의 금액으로 묶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 돈은 목적과 판단 기준이 다른 두 제도에서 나오는 것이고, 둘을 섞으면 위의 두 생각처럼 서로 반대 방향의 오류가 생깁니다.

이 글의 중심 질문은 하나로, 잘못한 배우자에게도 재산을 나누어 주어야 하는가 하는 것인데, 이 질문에 답하려면 재산분할이 무엇을 위한 제도이고 위자료가 무엇을 위한 제도인지를 먼저 갈라 놓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재산분할은 무엇을 나누는 제도일까요?

 

2. 재산분할의 목적과 기여도, 명의와 기여의 구별

민법 제839조의2는 이혼한 일방이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면서, 그 기준을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1993. 5. 11. 자 93스6 결정은 이 제도가 부부가 혼인 중에 취득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고 하였고,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23므10861 판결은 여기에 더하여 법원이 재산을 분할할 때 청산적 요소뿐 아니라 이혼 후의 부양적 요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기 위한 급부로서의 성질도 고려한다고 하였습니다. 즉 재산분할의 중심은 함께 만든 재산을 함께 만든 몫대로 나누는 '청산'이고, 그 위에 이혼 후 생활에 대한 배려가 얹히는 구조입니다.

여기에서 누구의 명의인가와 누구의 기여가 반영된 재산인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위 93스6 결정은 처가 가사노동을 분담하는 등으로 내조를 하여 부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기여하였다면 그 재산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된 재산으로서 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한쪽 명의로 되어 있어도 다른 쪽의 가사와 양육이 그 재산을 유지하고 불리는 데에 기여하였다면 그 기여는 분할에 반영되는 것이고, 기여는 소득 활동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다만 그 기여가 어느 정도의 비율로 계산되는지는 사건마다 재산의 형성 경위와 혼인 기간, 각자의 역할을 놓고 정해지는 것이어서 여기에서 특정한 숫자를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위자료는 무엇을 위한 돈일까요?

 

3. 위자료의 목적과 혼인 파탄의 책임

위자료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으로, 대법원 2024. 10. 25. 선고 2024므11526 판결은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청구권을 상대방 배우자의 유책불법한 행위에 의하여 혼인관계가 파탄 상태에 이르러 이혼하게 된 경우 그로 인하여 입게 된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기 위한 손해배상청구권이라고 정의하고, 그 액수는 유책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정도, 혼인관계 파탄의 원인과 책임, 배우자의 연령과 재산상태 등 변론에 나타나는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법원이 정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위자료에서 검토되는 것은 재산이 얼마나 있는가가 아니라 어떤 행위가 있었는가입니다. 외도나 폭력 같은 구체적인 유책행위, 그 행위가 혼인 파탄에 이른 경위, 그로 인하여 상대방이 입은 고통이 판단의 대상입니다. 재산분할이 '무엇을 함께 만들었고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묻는다면, 위자료는 '누가 어떤 잘못으로 어떤 손해를 입혔는가'를 묻습니다. 두 질문은 서로 다른 사실을 보고, 서로 다른 자료로 답해집니다. 그렇다면 잘못한 배우자는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4. 유책배우자의 재산분할청구, 책임과 정산의 구분과 그 한계

답은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인데, 위 93스6 결정은 혼인 중에 부부가 협력하여 이룩한 재산이 있는 경우에는 혼인관계의 파탄에 대하여 책임이 있는 배우자라도 그 재산의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재산분할은 함께 만든 재산의 청산이고, 청산은 누가 혼인을 깨뜨렸는가와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외도한 배우자라도 그가 혼인 기간 동안 재산의 형성에 기여하였다면 그 기여의 몫은 그에게 돌아가지 않을 수 없고, 그 배우자의 잘못은 위자료라는 별도의 제도에서 다루어집니다. "외도하였으니 재산은 모두 내 몫"이라는 생각이 어긋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그러나 잘못은 재산분할과 아무 관련도 없다고 단정하는 것도 지나칩니다. 재산의 낭비나 무단 처분처럼 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직접 관련된 행위는 재산분할 안에서 따로 검토됩니다. 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4므13669 판결은 혼인관계가 파탄된 이후 부부 일방이 부부공동생활이나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 관련 없이 적극재산을 처분하였다면 그 재산을 사실심 변론종결일에 그대로 보유한 것으로 보아 분할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즉 배우자의 행위 가운데 혼인을 깨뜨린 행위는 위자료의 문제로, 재산을 축낸 행위는 재산분할의 문제로 각각 자리를 잡는 것이고, 어떤 행위를 어느 문제로 다룰 것인지를 가리는 것이 이 두 제도를 제대로 쓰는 방법입니다.

 

5. 청구별 입증자료와 일괄 합의금의 구성

두 제도가 다른 사실을 보는 만큼 준비할 자료도 다른데, 재산분할에서는 부부의 재산과 채무의 내역, 그 형성 경위, 각자의 기여를 보여 주는 자료가 필요하고, 위자료에서는 유책행위와 그로 인한 손해에 관한 자료가 필요합니다. 외도의 증거를 아무리 많이 확보하여도 상대방 명의 재산의 누락이나 평가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재산 목록을 아무리 잘 정리하여도 위자료의 근거는 마련되지 않습니다. 하나의 자료 뭉치로 두 청구를 모두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어느 한쪽이 비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협의로 정리할 때에는 이 두 항목이 하나의 총액으로 묶이기도 하고, 그것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그 총액이 무엇을 포함하여 정리한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을 때 생깁니다. "이 돈을 받고 모든 문제를 끝낸다"는 문구를 받아들이기 전에, 그 돈이 재산분할과 위자료와 양육비 중 어디까지를 포함하는 것인지를 확인하여야 합니다. 앞서 본 2023므10861 판결이 재산분할에 위자료의 성격이 포함될 수 있다고 한 것은, 거꾸로 말하면 분할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위자료 청구를 정리한 것으로 읽힐 수도 있다는 뜻이어서, 무엇을 포함하였는지를 문서에 남겨 두지 않으면 "재산을 나누어 주었으니 위자료는 끝났다"는 주장과 마주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잘못한 배우자에게도 재산은 나누어 주어야 합니다. 다만 그것은 그의 잘못을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함께 만든 몫을 돌려주는 것이고, 그의 잘못에 대한 책임은 위자료라는 다른 자리에서 묻는 것입니다. 이 둘을 갈라 놓고 각각의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이혼에서 받을 돈을 제대로 받는 방법입니다.

이혼을 앞두고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어떻게 나누어 청구하여야 할지 고민하고 계신 상황이라면, 변호사와 상세한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