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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상간소송 소장 송달 후, 초기 대응의 순서
상간소송의 소장을 받은 분들이 처음 하는 행동은 서로 닮아 있는데, 청구금액을 보고 놀라 원고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어 해명하려 하거나, 교제 상대에게 연락하여 이 일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따지거나, 반대로 상대가 알아서 해결하겠다는 말에 기대어 소장을 덮어 두는 것입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께서는 이 상황에서 가장 급한 일이 원고의 마음을 돌리거나 금액을 낮추는 것이라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물론 결국에는 그것이 목표가 되겠지만, 사실 소장을 받은 직후에 해야 할 일은 해명도 합의도 아닙니다.
첫 대응의 목적은 기한과 주장 내용을 정확히 확인하는 것으로, 소송은 정해진 절차와 기한 위에서 움직이고, 그 기한을 놓치면 무엇을 해명하고 무엇을 합의할지 논할 기회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앞서 다른 글에서 부인할지 말지, 무엇을 다툴지를 다루었다면, 이 글은 그보다 앞선 단계, 즉 소장을 받은 날부터 답변 방향을 정하기까지 무엇을 어떤 순서로 하여야 하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무엇일까요?
가장 먼저 볼 것은 소장의 내용이 아니라 봉투와 첫 장으로, 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이 언제인지, 사건번호와 담당 법원이 어디인지, 함께 들어 있는 안내문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를 확인하여야 합니다. 민사소송법 제256조 제1항은 피고가 원고의 청구를 다투는 경우 소장의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하도록 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법원은 소장을 송달하면서 이 취지를 피고에게 알리게 되어 있는데, 그 안내문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기한이 중요한 이유는 같은 법 제257조에 있는데, 피고가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법원은 청구의 원인이 된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보고 변론 없이 판결할 수 있습니다. 즉 소장에 적힌 원고의 주장이 사실인지 다투어 보지도 못한 채, 그 주장을 인정한 것으로 취급되어 판결이 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같은 조 제1항 단서는 판결이 선고되기까지 다투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하면 그러하지 않다고 하므로, 30일을 넘겼다고 하여 곧바로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사이에 무변론판결의 기일이 잡혀 버릴 위험을 안고 가는 셈입니다. 송달일에 30일을 더한 날짜를 적어 두는 것이 소장을 받은 뒤 첫 번째로 할 일인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그다음에는 소장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소장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 읽어야 하는데, 첫째는 '청구취지'로 원고가 얼마를 요구하는지이고, 둘째는 '청구원인'으로 원고가 어떤 사실을 근거로 그 돈을 요구하는지이며, 셋째는 '첨부된 증거'로 원고가 그 사실을 무엇으로 입증하려 하는지입니다. 청구금액만 보고 놀라는 것은 첫째만 읽은 것이고, 소장의 서술에 분노하거나 낙담하는 것은 둘째까지만 읽은 것입니다. 정작 소송의 향방을 가르는 것은 셋째, 즉 그 서술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무엇이고 무엇이 없는가입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를 분명히 하여야 하는데, 소장에 적힌 것은 원고의 주장이지 법원이 인정한 사실이 아닙니다. 원고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실을 구성하여 적을 수 있고, 추정과 감정이 사실처럼 쓰여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소장의 내용을 그대로 전제하고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도, 반대로 전부를 부정하고 시작하는 것도 모두 잘못된 출발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 부분을 나누어 읽고 각 주장 옆에 그것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있는지 없는지를 표시해 두는 것, 그것이 소장을 읽는 방법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쪽에서는 무엇을 준비하여야 할까요?
소장을 읽었다면 이번에는 자신의 기억과 자료로 같은 시간표를 만들어야 합니다. 상대방을 처음 알게 된 시점, 관계가 어떻게 변해 갔는지, 상대방이 기혼자라는 사실을 언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관계가 끝난 시점과 발각 이후 오간 연락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이 시간표를 소장의 서술 옆에 놓으면 어디가 일치하고 어디가 다른지가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지켜야 할 것이 있는데, 불리해 보이는 대화를 삭제하거나 상대방과 설명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전체 자료를 보존한 상태에서 실제 사실과 소장의 차이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삭제한 자료는 소송에서 자신을 지켜 주지 못하고, 맞춘 설명은 다른 자료와 어긋나는 순간 신빙성을 무너뜨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교제 상대가 자신이 해결하겠다고 말하더라도, 소송의 피고는 자신이고 판결의 효력도 자신에게 미치므로 자신의 대응은 별도로 준비하여야 합니다. 상대방의 해결은 상대방의 문제이지 피고의 답변서를 대신하여 주지 않습니다.
시간표와 자료가 정리되면 비로소 답변의 방향을 고를 수 있습니다. 크게 보아 책임 자체를 다툴 사건인지, 일부 사실을 인정하면서 범위와 금액을 다툴 사건인지로 나뉘고, 어느 쪽이든 본안의 판단을 구하는 대응과 합의 가능성의 검토는 병행될 수 있습니다. 개별 감액 사유를 여기에서 길게 되풀이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사유의 목록이 아니라, 소장의 증거와 자신의 자료를 대조한 결과 어느 길이 열려 있는지를 판단하는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답변서를 내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요?
답변서를 준비하는 동안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소장을 받았다는 이유로 당장 합의를 서두르는 것입니다. 소송이 제기된 뒤에 원고가 소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이루어지는 합의는 기본적으로 피고에게 불리한 조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여야 하고, 어떤 조건이 적정한지는 소장의 증거와 자신의 자료를 대조한 뒤에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원고의 배우자와 연락을 계속 주고받는 것으로, 소장을 받은 뒤의 접촉은 그 자체로 새로운 사정이 되어 소송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답변서는 한 번 내고 끝나는 서면이 아니라 소송 전체의 대응 방향과 맞물려 있는 문서입니다. 답변서에서 인정한 사실은 뒤에 번복하기 어렵고, 답변서에서 세운 방향은 이후의 준비서면과 증거 제출을 규정합니다. 그래서 답변서는 단편적으로 생각하여 직접 적어 제출하기보다는, 상세한 법률 상담을 받고 소송대리인을 선임하여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인 대응 방향입니다. 소장을 받은 뒤 30일은 답변서를 쓰는 시간이 아니라 답변의 방향을 정하는 시간이고, 그 방향이 정해져야 답변서가 나옵니다.
결국 상간소송의 소장을 받은 직후에 할 일은 순서가 정해져 있어서, 송달일과 기한을 확인하고, 소장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읽고, 자신의 시간표와 자료를 보존한 채 정리하고, 그 대조 위에서 답변의 방향을 고르는 것입니다. 해명과 합의는 그 뒤에 오는 일이지, 그 앞에 오는 일이 아닙니다.
상간소송의 소장을 받고 무엇부터 하여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라면, 답변서 기한이 지나기 전에 변호사와 상세한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