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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혼자 키운 아이의 양육비, 이제 와서 청구할 수 있을까?
이혼 당시에는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아 양육비를 요구하지 않았지만, 혼자 양육을 감당한 뒤에 뒤늦게 청구를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동안 요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포기하여야 하는 것인지, 지금이라도 받을 수 있는 것인지가 질문입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께서는 오래된 일이니 시효가 지났으리라 생각하시거나, 반대로 아이를 키운 것은 사실이니 당연히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실 것입니다. 물론 어느 쪽도 그 자체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예전에 받지 못한 양육비'가 어떤 돈인지를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
흔히 과거양육비청구소송이라고 부르는 절차는, 부모 중 한쪽이 부담한 자녀의 양육비 가운데 상대방이 분담하였어야 할 상당한 금액을 상환하라고 구하는 것입니다. 대법원 2024. 10. 8. 자 2023스637 결정은 양육비는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는 부모가 원칙적으로 공동으로 부담하여야 하고, 어느 한쪽만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우에는 양육하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현재와 장래의 양육비 중 적정 금액의 분담을 청구할 수 있으며, 나아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거의 양육비에 대하여도 상대방이 분담하는 것이 상당한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즉 이것은 자녀가 부모에게 자신의 부양을 구하는 문제가 아니라, 양육한 부모가 상대방 부모에게 이미 지출한 비용의 정산을 구하는 문제이고, 소송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민법 제837조에 따른 가정법원의 양육비 심판 절차입니다.
이 구별이 중요한 것은, 정산을 구하는 것이라면 무엇을 기준으로 정산하고 언제까지 구할 수 있는지가 곧바로 문제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예전에 받지 못한 양육비는 모두 같은 청구일까요?
여기에서 세 가지 상황을 나누어야 합니다. 첫째는 이혼 당시 양육비의 액수와 지급 방법을 정한 적이 아예 없는 경우입니다. 둘째는 매달 일정액을 주기로 합의하였지만 상대방이 지급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셋째는 판결이나 심판, 조정으로 지급의무가 정해졌는데 이행되지 않은 경우입니다. 겉으로는 모두 밀린 양육비로 보이지만, 법률적으로 첫째와 나머지 둘은 전혀 다른 청구입니다.
첫째 상황에서 청구하는 것은 아직 액수가 정해지지 않은 돈입니다. 대법원 2024. 7. 18. 자 2018스724 전원합의체 결정은, 이혼한 부부 사이의 양육비 청구권이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기 전에는 상대방에게 분담액을 구할 수 있다는 '추상적인 청구권'에 불과하고, 협의나 심판에 의하여 비로소 구체적인 액수의 지급청구권이 발생한다고 하였습니다. 즉 이 경우의 과거양육비청구는 밀린 돈을 받는 절차가 아니라 지금 처음으로 분담액을 정하는 절차입니다.
반면 둘째와 셋째 상황에서는 이미 액수가 정해져 있습니다. 합의든 재판이든 매달 얼마라는 구체적인 채권이 성립하여 있고 그 채권의 이행을 구하는 것이므로, 새로 분담액을 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차이는 청구의 방법을 가르고, 무엇보다 소멸시효를 가릅니다. 단순히 과거의 돈이라는 이유로 하나의 시효를 적용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직 정해지지 않은 과거양육비의 시효는 언제부터 진행할까요?
위 2018스724 전원합의체 결정은 종전 판례를 변경하여 이 점을 정리하였습니다. 아직 협의나 심판으로 확정되지 않은 과거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자녀가 미성년이어서 양육의무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고,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된 때부터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로 대법원은 확정 전의 양육비 청구권이 친족법상 신분에 기한 양육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성질을 주로 가져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에는 시효가 진행한다고 볼 수 없지만, 자녀가 성년이 되면 그 권리는 이미 지출한 비용의 정산이라는 순수한 재산권의 성격을 띠게 되어 그때부터는 시효에 걸린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이 결정은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에는 시효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성년이 된 뒤에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성년이 된 때부터 진행하는 시효는 일반 채권의 10년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오해를 짚어 두어야 하는데, 판례가 2024년에 변경되었다고 하여 그날부터 새로 10년이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판례 변경은 법이 원래 어떠하였는지를 밝힌 것이지 시효를 새로 세운 것이 아니어서, 자녀가 이미 오래전에 성년이 된 경우라면 그 성년 시점부터 시효가 계산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정해진 양육비는 어떨까요?
이미 액수가 정해진 양육비는 성질이 다릅니다. 매달 지급하기로 정해진 양육비는 민법 제163조 제1호가 정한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의 지급을 목적으로 한 채권'에 해당하여 3년의 단기소멸시효에 걸립니다. 합의로 매달 얼마씩 주기로 하였는데 지급되지 않았다면, 각 회차는 그 지급기가 지난 때부터 3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하는 것입니다.
판결이나 심판, 조정으로 정해진 경우에는 민법 제165조가 문제됩니다. 같은 조 제1항과 제2항은 판결이나 재판상 화해, 조정으로 확정된 채권은 단기시효에 해당하는 것이라도 그 시효를 10년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제3항이 붙어 있습니다. 판결 확정 당시에 변제기가 도래하지 않은 채권에는 위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양육비 판결은 장래의 매달 양육비를 명하는 것이므로, 판결이 확정될 때 이미 지급기가 지난 회차는 10년의 시효를 얻지만, 확정 이후에 지급기가 오는 회차들은 여전히 3년의 단기시효에 걸립니다. 판결문이 있으면 모든 양육비가 무조건 10년이라는 생각은 여기에서 어긋납니다. 판결 이후 오래도록 받지 못한 양육비라면 회차별로 시효를 따져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시효는 진행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민법 제168조는 청구, 압류나 가압류·가처분, 승인을 시효의 중단 사유로 정하고 있으므로, 상대방이 그동안 양육비를 주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 문자 한 줄이 '승인'이 되어 시효의 계산을 바꾸어 놓을 수 있고, 지급을 요구하였던 기록도 그 뒤의 절차와 결합하면 의미를 갖습니다. 그렇다면 청구할 수 있다고 할 때, 그동안의 비용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요?
청구할 수 있다는 것과 청구한 금액이 전부 인정된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현재의 월 양육비에 지난 개월 수를 곱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위 2023스637 결정은 과거 양육비의 경우 이미 소요된 비용을 한꺼번에 상대방에게 부담시키면 예상하지 못한 금액을 일시에 부담하게 되어 지나치게 가혹하거나 형평에 어긋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이행청구 이후의 양육비와 동일한 기준으로 정할 필요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고려할 사정으로 한쪽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위와 소요된 비용의 액수, 상대방이 부양의무를 인식하였는지와 그 시기, 통상의 생활비인지 치료비 같은 특별한 비용인지, 당사자들의 재산 상황과 경제적 능력과 부담의 형평성을 들었습니다.
특히 이 결정이 강조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혼 시의 재산분할은 청산적 요소뿐 아니라 이혼 후의 부양적 요소와 위자료의 성격까지 포함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양육비의 분담 범위를 정할 때에는 이혼 당시 재산분할이나 재산상 합의가 있었는지와 그 내용, 그것과 양육비 부담의 관계를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사건은 협의이혼 뒤 약 16년이 지나 과거 양육비를 청구한 사안이었는데, 대법원은 상대방이 이혼 당시 아파트에 관한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은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원심을 파기하였습니다. 이혼 당시에 집을 양보받았거나 상대방이 재산분할을 포기하였다면, 그 사정이 과거 양육비의 액수에 되돌아온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오래된 영수증을 찾기 전에 먼저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자녀의 생년월일, 이혼 당시의 합의서나 재판 문서, 혼자 양육한 기간, 그동안 받은 돈과 지급을 요구한 내역, 그리고 이혼 당시 재산을 어떻게 나누었는지입니다. 이 자료가 세 가지 상황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시효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중단 사유가 있는지를 정합니다. 단순히 지난 연수만 보고 청구를 포기하거나 안심할 일이 아닌 이유입니다.
혼자 자녀를 키운 뒤 지난 양육비의 청구를 고민하고 계신 상황이라면, 위 자료를 정리하여 변호사와 상세한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