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재산분할금을 나눠 주겠다는 배우자, 합의해도 괜찮을까? 2026-09-15

 

재산분할금을 나눠 주겠다는 배우자, 합의해도 괜찮을까?


 

 

1. 재산분할 합의의 효력과 분할 지급 제안의 의미

이혼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배우자가 재산분할금을 한 번에 줄 수는 없으니 몇 년에 걸쳐 나누어 주겠다고 제안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집을 팔아야 돈이 생기니 팔리면 주겠다거나, 사업이 풀리면 주겠다거나, 매달 얼마씩 주겠다는 식입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께서는 액수만 맞으면 지급 방법은 양보해도 된다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물론 액수가 중요한 것은 맞지만, 사실 재산분할 합의에서 액수만큼 중요한 것이 그 돈이 실제로 들어오느냐이고, 분할 지급 제안은 바로 그 지점에 변수를 심어 놓는 것입니다.

민법 제839조의2 제1항은 협의상 이혼한 자의 일방이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고, 제2항은 협의가 되지 않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 가정법원이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재산분할은 협의가 원칙이고 재판은 보충이어서, 부부가 재산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합의하는 것 자체는 법이 예정한 정상적인 모습입니다. 그러므로 분할 지급 합의도 그 자체로 무효이거나 위험한 것은 아니고, 문제는 합의의 내용이 아니라 합의가 지켜지지 않았을 때 무엇이 남느냐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합의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합의일까요?

 

2. 미래의 변수를 허용하는 합의의 위험, 불확실성이 클수록 다시 생각할 것

한꺼번에 지급하는 합의는 이행과 동시에 끝납니다. 그러나 나누어 지급하는 합의는 마지막 회차가 들어올 때까지 끝나지 않고, 그 사이의 시간만큼 상대방의 사정과 마음이 변할 여지를 안고 있는데, 여기에서 합의의 위험은 지급 횟수보다 조건의 성격에 따라 갈립니다.

지급의 시기와 액수가 확정되어 있는 합의, 예컨대 어느 날짜에 얼마씩이라고 정한 합의는 불이행 시에 무엇을 청구할지가 분명합니다. 반면 지급을 미래의 사정에 걸어 둔 합의, 예컨대 집이 팔리면 주겠다거나 형편이 나아지면 주겠다는 합의는 그 사정이 오지 않으면 지급 시기도 오지 않고, 그 사정이 왔는지를 두고 다시 다툼이 생깁니다. 재산분할 합의가 지나치게 불확실해지거나 미래의 상황에 변수를 허용하는 식이라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이유입니다. 합의서에 적힌 액수가 아무리 커도 그 액수에 이르는 길이 상대방의 사정에 달려 있다면, 그 합의는 액수를 정한 것이 아니라 기대를 적어 둔 것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 위험은 협의이혼 절차의 특성과 맞물려 커집니다. 협의이혼이 신고로 성립하고 나면 상대방은 이혼이라는 목적을 이미 달성한 상태가 되고 남은 것은 자신이 이행하여야 할 채무뿐이어서, 합의 당시의 협조적인 태도가 그대로 유지되리라고 기대할 근거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합의가 지켜지지 않을 때 그 합의서는 어떤 힘을 가질까요?

 

3. 협의이혼 합의서와 조정조서의 차이, 집행력의 유무

여기에서 협의이혼 과정에서 작성한 합의서와 법원의 조정조서 사이의 결정적인 차이가 드러납니다. 부부가 사적으로 작성한 재산분할 합의서는 계약이고, 계약은 당사자를 구속하지만 그 자체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문서는 아닙니다. 상대방이 약속한 회차를 지급하지 않으면 그 합의서를 근거로 다시 소송을 제기하여 판결을 받아야 비로소 집행에 나아갈 수 있고, 그 사이에 상대방의 재산이 줄어들거나 사라질 위험은 고스란히 청구하는 쪽이 부담합니다.

조정은 다릅니다. 가사소송법 제59조 제2항은 조정이나 확정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부여하고 있고, 같은 법 제41조는 금전의 지급이나 물건의 인도 등 의무의 이행을 명하는 심판이 집행권원이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같은 내용의 합의라도 그것이 조정조서에 담기면 확정판결과 같은 힘을 가져서, 상대방이 이행하지 않을 때 별도의 소송 없이 곧바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나누어 받기로 한 돈이라면 이 차이는 회차마다 되풀이됩니다. 합의서는 회차마다 소송의 부담을 남기고, 조정조서는 회차마다 집행의 권한을 남깁니다.

 

4. 조정으로 확보하는 안전장치, 기한의 이익 상실과 담보 그리고 집행권원

그러므로 분할 지급 제안을 받았다면, 합의의 내용을 다듬는 것과 합의의 그릇을 고르는 것을 함께 생각하여야 합니다. 내용에서는 세 가지가 핵심인데, 첫째로 지급의 시기와 액수를 미래의 사정이 아니라 날짜와 금액으로 확정하는 것입니다. 둘째, 한 회차라도 지급을 게을리하면 나머지 전액의 기한의 이익을 잃고 즉시 지급하도록 하는 이른바 '기한의 이익 상실' 조항을 두는 것입니다. 민법 제388조는 채무자가 담보를 손상시키거나 담보제공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때에 기한의 이익을 주장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이어서, 지급 지체를 이유로 한 상실은 당사자가 약정으로 정하여 두어야 합니다. 셋째,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거나 지급이 끝날 때까지 특정 재산의 처분을 제한하는 등 담보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릇의 문제가 있는데, 위 세 가지를 사적인 합의서에 담아 두는 것과 법원의 조정조서에 담아 두는 것은 같은 문장이라도 그 무게가 다릅니다. 합의의 내용이 모호하거나 미래의 변수에 걸려 있다면, 협의이혼으로 서둘러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조정을 통하여 보다 확실한 조건과 안전장치를 만들고 집행력까지 확보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정은 다투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합의를 법원의 문서로 만드는 절차이기도 하므로, 합의가 이미 이루어져 있다면 조정은 그 합의를 '집행권원'으로 바꾸는 절차가 됩니다.

결국 재산분할금을 나누어 주겠다는 제안에 합의해도 괜찮은지는 나누어 준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약속이 확정되어 있는지, 어겼을 때 무엇이 남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날짜와 금액이 확정되어 있고, 기한의 이익 상실과 담보가 붙어 있으며, 그것이 집행권원에 담겨 있다면 합의해도 좋고, 그중 어느 하나라도 비어 있다면 합의하기 전에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먼저입니다.

배우자로부터 재산분할금의 분할 지급을 제안받고 합의 여부를 고민하고 계신 상황이라면,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에 변호사와 상세한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