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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혼 재산분할, 부모님이 보태준 집값은 어떻게 판단할까?
혼인을 하면서 집을 마련할 때 부모님이 집값의 일부를 보태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혼에 이르러 재산분할을 논의하게 되면, 그 집값은 누구의 몫으로 계산되어야 하는지가 문제됩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께서는 우리 부모님이 보태 준 돈이니 당연히 내 몫이라고 생각하실 것이고, 반대편에서는 혼인 중에 취득한 집이니 당연히 절반이라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물론 어느 쪽도 완전히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사실 답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고, 어디쯤인지는 몇 가지 기준에 따라 정해집니다.
출발점은 재산분할이 무엇을 나누는 제도인가 하는 것입니다. 민법 제839조의2는 재산분할의 기준을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으로 정하고 있고, 대법원 1998. 2. 13. 선고 97므1486 판결은 재산분할제도가 혼인 중에 취득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즉 나누는 것은 부부가 함께 이룬 재산이고, 함께 이루지 않은 재산은 원칙적으로 나누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특유재산의 개념이 나옵니다. 민법 제830조 제1항은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그 특유재산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재산분할에서는 명의보다 실질을 보므로 혼인 중 취득한 재산이라도 부부의 협력과 무관하게 취득한 것, 예컨대 일방이 상속이나 증여로 받은 재산이 특유재산으로 다루어집니다. 위 97므1486 판결도 부부 일방의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부모님이 보태 준 집값은 이 원칙 안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게 될까요?
부모의 지원이 재산분할에 반영되는 경로는 두 갈래입니다. 첫째는 그 지원으로 취득한 부분을 아예 분할대상에서 빼는 것이고, 둘째는 분할대상에는 넣되 지원을 받은 쪽의 기여로 참작하여 분할비율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앞의 경로는 특유재산 법리에서, 뒤의 경로는 기여도 법리에서 나옵니다.
첫째 경로부터 보면,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한 금전은 그 자녀의 특유재산이고, 그 돈으로 취득한 집의 해당 부분 역시 특유재산의 성격을 이어받습니다. 그래서 집값 전체가 아니라 그 지원금에 해당하는 부분만큼은 분할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가능해집니다. 다만 집 한 채가 지원금 부분과 나머지 부분으로 쪼개어 소유되는 것은 아니므로, 어느 경로를 택하든 결국은 지원금이 재산분할의 결과에 어떻게 반영되느냐의 문제로 수렴하게 됩니다.
둘째 경로가 바로 그것입니다. 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4므13669 판결은 이혼에 의한 재산분할이 재산의 명의와 상관없이 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기여한 정도 등 실질에 따라 각자의 몫을 분할하는 제도라고 전제한 뒤, 부부 일방의 부모 등이 부부나 그 가족에 대하여 한 경제적·비경제적 지원이 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기여하였다면 이를 그 부부 일방의 기여로 보아 재산분할에 참작하는 것이 형평에 부합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부모님이 보태 준 집값은 부모의 기여이지만, 재산분할에서는 그 자녀의 기여로 계산된다는 뜻입니다. 결국 어느 경로로 가든 부모의 지원은 지원받은 쪽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수 없고, 문제는 그 지원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 성격을 어떻게 증명하느냐입니다.
여기에서 사실 가장 먼저 가려야 할 것은 그 돈이 증여인지 대여인지입니다. 같은 돈이라도 부모가 준 것이라면 특유재산이나 기여의 문제가 되지만, 부모에게 빌린 것이라면 채무의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위 97므1486 판결은 부부 일방이 혼인 중 제3자에게 부담한 채무라도 공동재산의 형성에 수반하여 부담한 것이라면 청산의 대상이 된다고 하였는데, 집을 사기 위하여 부모에게 빌린 돈은 바로 그 공동재산의 형성에 수반한 채무여서, 분할대상재산에서 공제되어 부부가 함께 갚아야 할 몫이 됩니다. 증여라면 한쪽의 기여가 되고 대여라면 양쪽의 채무가 되는 것이어서, 같은 돈이라도 그 성격에 따라 결과가 정반대로 갈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부모와 자식 사이의 돈에는 차용증도 이자 약정도 없는 경우가 있고, 그 성격은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어서 증명이 문제됩니다. 증여라고 주장하는 쪽도, 대여라고 주장하는 쪽도,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송금 당시의 명목, 이후의 상환 여부, 부모와 부부 사이에 오간 말들이 모두 판단 자료가 되고, 어느 쪽도 증명되지 않으면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증여로 정리된 경우, 그 특유재산성은 언제까지 유지될까요?
특유재산이 원칙적으로 분할대상이 아니라는 것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위 97므1486 판결은 특유재산일지라도 다른 일방이 적극적으로 그 특유재산의 유지에 협력하여 그 감소를 방지하였거나 그 증식에 협력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였고, 대법원 1994. 5. 13. 선고 93므1020 판결은 혼인 전에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부동산에 대하여 상대방이 가사를 전담하면서 가업의 경리업무를 맡아 가사비용 조달에 협력한 사정을 들어 그 부동산을 분할대상으로 삼은 원심을 수긍하였습니다. 부모로부터 받은 재산이라도 그 뒤의 혼인생활에서 상대방의 협력으로 유지되고 불어났다면, 그 협력의 몫은 상대방에게 돌아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부모님이 보태 준 집값에 이를 적용하면 이렇게 됩니다. 지원을 받아 집을 산 직후에 이혼한다면 그 지원금은 특유재산으로서의 성격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지만, 그 뒤로 부부가 함께 대출을 갚고, 집을 관리하고, 그 집에서 오랜 혼인생활을 이어 왔다면 지원금과 부부의 협력은 하나의 재산 안에서 섞이게 됩니다. 혼인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리고 상대방의 협력이 뚜렷할수록 지원금의 특유재산성은 옅어지고, 그만큼 부모의 지원은 대상의 배제라는 첫째 경로보다 기여의 참작이라는 둘째 경로로 옮겨 가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부모님이 보태 준 집값은 무조건 내 몫도 아니고 무조건 절반도 아닙니다. 그 돈이 증여인지 대여인지, 증여라면 그 뒤의 혼인 기간과 상대방의 협력이 어느 정도였는지에 따라 반영의 방식과 정도가 달라지는 것이고, 그 각각을 증명할 자료가 있느냐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부모님의 지원으로 마련한 집을 두고 재산분할을 고민하고 계신 상황이라면, 지원의 경위와 자료를 정리하여 변호사와 상세한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