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혼재산분할과 배우자의 사업체 재산 분할에 관한 권리 2026-09-14

 

이혼재산분할과 배우자의 사업체 재산 분할에 관한 권리


 

 

1. 분할대상재산의 특정, 기여도와 분할비율에 앞서는 문제

이혼소송에서 당사자들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재산분할입니다. 그런데 재산분할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냐고 물으면, 아마도 많은 분들께서는 기여도와 분할비율을 떠올리실 것입니다. 물론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사실 그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분할대상재산의 특정입니다. 어떤 재산이 분할의 대상에 포함되느냐 하는 문제를 넘지 않고서 단순히 기여도와 분할의 비율만을 논하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상대방이 5:5의 분할비율에 찬성하며 협의이혼을 제안한다고 하더라도, 이런저런 이유로 온갖 재산을 특유재산이라 주장하며 분할대상재산 자체에서 배제하고자 한다면 그 비율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절반을 준다는 말은 무엇의 절반인지가 정해진 뒤에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 것이고, 대상에서 빠져나간 재산은 비율이 아무리 높아도 한 푼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분할대상재산의 확정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민법 제839조의2가 재산분할의 기준으로 삼는 것도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이어서, 어떤 재산이 여기에 들어가는지를 가리는 일이 재산분할의 출발점이 됩니다. 그리고 이 문제가 특히 첨예해지는 것이 배우자가 법인이나 개인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그렇다면 사업체의 재산은 어떤 경우에 분할대상이 되는 것일까요?

 

2. 법인 재산과 개인사업체 재산, 분할대상이 되는 재산의 범위

여기에서는 사업체가 어떤 형태인지에 따라 출발점이 달라집니다. 개인사업체의 경우 사업에 쓰이는 재산은 법률상 사업주 개인의 재산이어서, 사업용 부동산이든 사업용 계좌의 예금이든 혼인 중에 취득한 것이라면 부부의 다른 재산과 마찬가지로 분할대상에 들어옵니다. 물론 그에 수반하는 사업상 채무도 함께 고려되는데, 대법원 1998. 2. 13. 선고 97므1486 판결은 부부 일방이 혼인 중 부담한 제3자에 대한 채무라도 공동재산의 형성에 수반하여 부담한 것이라면 청산의 대상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법인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릅니다. 법인은 그 구성원과 구별되는 별개의 인격이어서 법인 명의의 재산은 어디까지나 법인의 것이지 배우자 개인의 재산이 아니고, 분할대상이 되는 것은 배우자가 보유한 그 법인의 주식이나 지분입니다. 다만 그 주식의 가액을 산정할 때 법인이 보유한 재산과 부채가 반영되므로, 결국 법인 재산은 주식의 가치라는 형태로 재산분할에 들어오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주식이 비상장주식이라면 분할의 방법에서 또 하나의 문제가 생깁니다. 대법원 2026. 5. 29. 선고 2024므16033 판결은 배우자가 운영하는 비상장회사의 주식이 분할대상이 된 사안에서, 회사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 일방이 소수의 주식을 현물로 받으면 이를 적정한 가격에 환가하기 어렵고 다수 주식을 가진 상대방의 경영상 판단에 그 가치가 좌우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식은 운영자에게 귀속시키고 상대방에게 그 가액에 해당하는 금전을 지급하게 하는 '대상분할'을 우선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여기에 특유재산의 문제가 더해집니다. 사업체나 그 기반이 된 재산이 혼인 전부터 있었거나 상속이나 증여로 취득한 것이라면 상대방은 이를 특유재산이라 주장하게 되는데, 부부 일방의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분할대상이 되지 않지만 다른 일방이 적극적으로 그 유지에 협력하여 감소를 방지하였거나 증식에 협력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분할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위 97므1486 판결에서 밝힌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결국 사업체 재산이 분할대상에 들어오느냐는 상당 부분 그 재산에 대한 상대방의 기여가 인정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고, 이것이 다음 문제로 이어집니다.

 

3. 사업체 재산에 대한 기여도의 주장과 입증의 중요성

보통 배우자가 사업체를 운영하는 경우에는 단순히 사업체 재산에 대한 자신의 기여도를 입증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나 순서상 그것이 먼저입니다. 기여도는 분할비율을 정하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앞서 본 것처럼 특유재산을 분할대상으로 끌어들이는 문턱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사업체 재산에 대한 기여는 비율의 문제로 미루어 둘 것이 아니라, 대상의 문제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주장하여야 합니다.

여기에서 기여란 사업에 직접 자본을 댄 경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가사를 전담하는 외에 가업으로 운영하던 잡화점의 경리업무를 맡아 경영에 참여하고 가사비용의 조달에 협력한 배우자에 대하여, 특유재산의 감소 방지에 일정한 기여를 하였다고 보아 그 특유재산을 분할대상으로 삼은 원심을 수긍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4. 5. 13. 선고 93므1020 판결). 사업체의 장부를 맡았거나, 거래처를 상대하였거나, 사업체가 자리 잡는 동안 가사와 양육을 전담하여 상대방이 사업에 전념할 수 있게 한 사정은 모두 기여의 내용이 될 수 있는 것이고,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증명하느냐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대목에서 사업체 재산의 특수성이 드러납니다. 기여를 주장하려면 그 대상인 재산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하는데, 소송 전 단계에서는 상대방의 세부적인 재산 내역을 제대로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어려움은 소송에서 어떻게 작용할까요?

 

4. 소송 전 단계의 정보 비대칭과 심리전, 그리고 객관적 판단의 필요성

소송 전 단계에서 상대방의 세부적인 재산 내역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점은 상대방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을 이용하여 소송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심리전이 오가는 경우가 매우 흔합니다. 재산의 규모를 알 수 없는 상태에 상대방을 붙들어 둔 채, 지금 제시하는 조건이 최선이라는 식으로 협의를 받아들이도록 몰아가는 것입니다.

당사자로서는 상대의 재산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소송을 섣불리 시작하였다가 오히려 본전도 못 건지는 상황이 되지는 않을지 불안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불안은 정당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 불안이 판단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소송에서는 재산명시와 재산조회, 사실조회를 통하여 상대방이 밝히지 않은 재산을 확인할 길이 열려 있고, 법인이라면 그 주식의 가치가 회사의 재무 내용을 통하여 산정되므로, 소송 전에 보이지 않던 것이 소송 안에서는 보이게 됩니다. 소송을 할지 말지는 지금 보이는 것만으로 정할 일이 아니라, 소송 안에서 무엇이 보이게 될지를 가늠하여 정할 일인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본인의 직감이나 배우자의 말만 믿을 것이 아니라 법률전문가의 객관적인 판단을 빌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업체의 형태, 재산의 취득 경위, 본인의 기여 내용을 놓고 무엇이 분할대상에 들어오고 무엇이 다투어질지를 가늠하는 일은 감정이 아니라 법리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배우자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어 재산분할의 대상과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협의에 응하기에 앞서 변호사와 상세한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