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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상간 합의금 기준, 합의와 소송의 커다란 차이
상간소송의 피고가 될 수 있는 처지에서 상대방으로부터 합의 요구를 받으면, 대부분 가장 먼저 합의금의 적정 수준부터 궁금해하십니다. 대체 얼마를 주어야 끝나는 것인지, 상대방이 부른 금액이 과한 것인지 아닌지, 남들은 얼마에 합의하는지를 단편적으로 알고 싶어 하시는 것인데, 금액만 확인되면 이 불안한 상황이 계산 가능한 문제로 바뀔 것 같으니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질문에는 정직하게 답할 수밖에 없는데, 상간 합의금에는 조회해 볼 수 있는 시세표가 존재하지 않고, 얼마가 적당하다는 정답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실망스러우실 수 있지만, 왜 정답이 없는지를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합의를 그르치지 않는 출발점입니다. 그 이유는 합의와 소송이 전혀 다른 성질의 절차라는 데에 있습니다.
소송에서의 위자료는 법원이 정하는 것으로서, 부정행위의 기간과 정도, 혼인관계에 미친 영향, 당사자들의 사정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하여 사실심 법원이 재량으로 액수를 정하는 것이 확립된 법리이고, 그래서 판결에는 비록 수학 공식은 아닐지언정 축적된 재판례가 만들어 온 대체적인 범위와 판단의 기준이 있습니다. 어느 법원에 가더라도 비슷한 사안이라면 크게 다르지 않은 결론이 나오도록 설계된 절차, 그것이 소송입니다.
합의는 다릅니다. 합의는 제3자가 기준에 따라 액수를 정해 주는 절차가 아니라, 두 당사자가 각자의 사정을 안고 마주 앉아 서로의 의사가 일치하는 지점을 찾는 과정입니다. 법원도 없고 기준도 없으며, 양쪽이 받아들이면 그 금액이 맞는 금액이 되고 어느 한쪽이 거부하면 아무리 합리적인 금액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는 소송으로 갔을 때 예상되는 판결금액을 하나의 기준선으로 삼기는 하지만, 그것은 협상의 출발점이 되는 참조값일 뿐 합의금을 결정해 주는 힘이 없습니다. 실제 합의금이 그 기준선에서 위로도 아래로도 크게 벗어나는 일이 얼마든지 벌어지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기준선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법리도 계산식도 아닌, 각 당사자가 가진 이면의 사정입니다. 청구하는 쪽에도 소송이 부담스러운 사정이 있을 수 있어서, 소송 과정에서 자신의 혼인생활이 드러나는 것이 싫을 수도 있고, 판결까지의 시간을 견디는 것보다 지금의 종결을 원할 수도 있으며, 배우자와의 관계 정리 문제가 얽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요구받는 쪽에도 사정이 있으니, 배우자나 직장에 알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법정에 서는 것 자체에 대한 공포, 하루라도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조급함 같은 것들입니다.
합의금은 바로 이 사정들이 부딪히는 지점에서 정해지는데, 어느 쪽의 두려움이 더 크고 어느 쪽이 소송을 더 회피하고 싶어 하는지, 서로가 상대의 사정을 얼마나 읽고 있는지에 따라, 같은 사안이라도 합의금은 전혀 다르게 형성됩니다. 소송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쪽은 기준선보다 훨씬 무거운 금액을 받아들이게 되고, 반대로 소송이 와도 다툴 준비가 되어 있는 쪽은 가벼운 금액으로도 협상을 마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니, 합의금의 크기는 사안의 크기보다 당사자들의 심리 상태를 더 정직하게 반영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이렇게 보면 얼마가 적당하냐는 질문이 왜 성립하기 어려운지가 드러나는데, 그 질문은 소송의 언어로 합의를 묻는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적정 금액이라는 것은 기준이 있는 절차에서나 존재하는 개념이고, 협상의 절차에서 존재하는 것은 적정 금액이 아니라 양쪽이 수용 가능한 범위, 그리고 그 범위를 좌우하는 각자의 사정뿐입니다.
합의가 협상이라는 점을 받아들이고 나면, 접근의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는 결론이 따라 나옵니다. 판결을 받는 절차라면 준비할 것은 주장과 증거뿐이지만, 협상이라면 그보다 먼저 나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야 합니다. 지금 내가 상대방의 제안을 판단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두려움이 판단을 대신하고 있는 것인지부터 살펴야 하는 것입니다. 두려움에 쫓겨 이루어진 합의는 금액이 무거워질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 두려움이 가라앉고 나면 반드시 후회로 돌아옵니다. 협상임을 이해하면 상대방의 첫 제안을 보는 눈도 달라지는데, 소송이라면 청구금액이 곧 심리의 대상이 되지만 협상에서의 첫 제안은 출발점의 제시일 뿐이므로, 그 숫자에 놀라 판단을 잃을 일도 그 숫자에서 조금 깎였다고 안도할 일도 아닌 것입니다.
아울러 협상에는 판결과 달리 되돌릴 기회가 없다는 점도 기억하셔야 하는데, 판결에는 상소라는 절차가 있지만, 일단 성립한 합의는 원칙적으로 그것으로 끝이고 사후에 액수가 과했다는 이유로 뒤집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의 검토가 사실상 유일한 방어 기회이고, 금액이 어떤 사정 위에서 형성된 것인지, 그 사정이 시간이 지나도 유지될 것인지를 냉정하게 따져 본 뒤에 응해야 하는 것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소송은 법원이 기준에 따라 위자료를 산정해 주는 판결의 절차이지만, 합의는 예상 판결금액이라는 참조값 위에서 각 당사자의 두려움과 약점, 소송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부딪혀 금액이 형성되는 협상의 절차입니다. 그래서 합의금에는 시세도 정답도 없고, 같은 사안에서도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이 차이를 모른 채 적정 금액이라는 소송의 언어로 합의에 접근하면, 협상의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 즉 내 판단이 어떤 심리 위에 서 있는지를 놓치게 됩니다.
그러므로 합의 요구 앞에서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얼마가 적당한가가 아니라, 나는 지금 무엇이 두려워서 얼마까지 받아들일 생각을 하고 있는가입니다. 그 물음에 스스로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협상은 협상다워지고, 상간 합의금의 기준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 즉 기준은 표가 아니라 각자의 사정 속에 있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오게 되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