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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혼 시 재산분할의 기준시점에 관하여
이혼을 준비하시는 분들께서 재산분할에 관하여 가장 먼저 궁금해하시는 것은 대체로 '얼마나 받을 수 있는가', 즉 분할의 비율에 관한 문제입니다. 당연히 중요한 질문이지만, 사실 그 비율을 논하기에 앞서 반드시 정리되어야 하는 질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어느 시점의 재산을 기준으로 나누는가' 하는 기준시점의 문제입니다. 부부의 재산이라는 것은 고정되어 있지 않아서, 예금 잔고는 매일 변하고 부동산 시세는 쉼 없이 오르내리며, 소송이 진행되는 일 년 이상의 기간 동안에도 재산은 끊임없이 늘거나 줄어들기 때문에,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삼는지에 따라 재산분할의 결론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재산분할이 놓여 있는 좌표를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재산분할은 혼인 파탄의 책임을 묻는 위자료와는 전혀 다른 제도로서, 누가 잘못하였는지가 아니라 혼인기간 동안 부부가 함께 이룩한 재산에 누가 얼마나 기여하였는지를 묻는 청산의 절차입니다. 위자료가 과거의 잘못에 대한 손해배상이라면, 재산분할은 명의와 무관하게 실질적인 기여를 평가하여 각자의 몫을 정하는 재산법적 정산인 것입니다. 그런데 '청산'이라는 말은 필연적으로 어느 한 시점을 전제합니다. 장부를 정리하려면 결산일이 있어야 하듯, 부부의 공동재산을 청산하려면 그 재산을 무엇으로 확정하고 얼마로 평가할 것인지에 관한 기준일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 민법은 1990년 개정으로 제839조의2를 신설하여 협의상 이혼한 일방이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 규정은 민법 제843조에 의하여 재판상 이혼의 경우에도 준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문은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정작 그 재산을 언제를 기준으로 확정하고 평가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공백은 판례가 채워온 영역인데, 바로 이 지점에서 일반 독자분들은 물론이고 실무에 충실한 법률가들조차 개념의 혼동을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재판상 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에서 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과 그 액수는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0. 5. 2.자 2000스13 결정에서 확립된 이래, 최근 대법원 2025. 8. 14.자 2025스595 결정에서도 재확인된 법리입니다). 한편 협의이혼의 경우에는 협의이혼이 성립한 날, 즉 이혼신고일이 기준이 되고(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5다74900 판결), 이혼소송 도중에 이혼하기로 하는 조정이 성립하였다면 조정이 성립한 날이 기준이 됩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재산분할청구권은 혼인 중에 항상 보유하고 있는 권리가 아니라 이혼이 성립함으로써 비로소 현실화되는 권리이고(이 때문에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 포기도 인정되지 않는 것입니다), 재산분할 제도의 본질은 혼인관계를 해소하는 시점에서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청산하고 분배하는 데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청산의 기준은 혼인관계가 법률적으로 해소되는 시점과 최대한 가까워야 할 것인데, 재판상 이혼에서 법원이 당사자들의 재산 상태를 심리할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이 바로 사실심 변론종결일이므로, 이 시점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원칙은 제도의 구조에서 자연스럽게 따라나오는 결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기준은 단순한 이론적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예컨대 대법원은 협의이혼을 예정하고 미리 재산분할 협의를 한 뒤 이혼신고일까지 사이에 분할대상인 채무의 일부가 변제된 사안에서, 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과 액수는 협의이혼이 성립한 날을 기준으로 정하여야 하므로 그 변제된 금액은 원칙적으로 채무액에서 공제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위 2005다74900 판결). 재산분할 협의서에 도장을 찍은 날이 아니라 이혼신고가 이루어진 날의 재산 상태가 기준이 된다는 것이니, 협의와 신고 사이에 시차가 있는 경우라면 그 사이의 재산 변동까지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문제인 셈입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실제 이혼소송의 공방을 들여다보면, 재산분할에 관한 다툼은 대체로 별거가 시작된 시점, 즉 혼인관계가 파탄된 시점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별거일 무렵의 예금 잔고를 기준으로 재산목록이 정리되고, 별거 이후에 일방이 새로 취득한 재산이나 새로 부담한 채무는 분할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오갑니다. 그러다 보니 '재산분할의 기준시점은 파탄 시'라고 이해하시는 분들이 많고, 심지어 원래 이론과 실무는 다른 것이라는 식으로 설명하고 넘어가는 경우마저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옳다고 할 수 없습니다. 만일 기준시점 자체가 파탄 시라면, 파탄 이후 변론종결일까지 사이에 부동산 시세가 상승한 경우 그 상승분이 재산분할에 반영되는 이유를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실무의 감각과 대법원의 원칙이 서로 달라 보이는 것은 어느 한쪽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성질이 다른 두 개의 질문이 '기준시점'이라는 하나의 말 아래 뒤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재산분할에는 반드시 구별하여야 할 두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첫째는 '무엇이 분할의 대상인가', 즉 어떤 재산이 부부 공동재산에 포함되는가 하는 대상 확정의 문제이고, 둘째는 '그 대상을 언제의 가액으로 평가하는가' 하는 평가 시점의 문제입니다. 파탄 시점이 등장하는 곳은 첫째 질문이고, 변론종결일이 지배하는 곳은 둘째 질문입니다.
대법원은 혼인관계가 파탄된 이후 변론종결일 사이에 생긴 재산관계의 변동이 부부 중 일방에 의한 후발적 사정에 의한 것으로서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관계와 무관하다면, 그 변동된 재산은 재산분할의 대상에서 제외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므1455, 1462 판결). 별거 이후 일방이 홀로 벌어들인 소득은 상대방의 협력과 무관하므로 애초에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이 아니고, 따라서 분할대상에 들어오지 않는 것입니다. 실무가 파탄 시점을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지, 기준시점이 파탄 시로 앞당겨지기 때문이 아닙니다.
예컨대 별거 당시 부부 공동재산인 아파트의 시세가 5억 원이었고 변론종결 시점에 7억 원이 되었다면, 이 아파트는 파탄 이전에 공동으로 형성된 재산이므로 분할대상에 포함되고, 그 가액은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7억 원으로 평가됩니다. 반면 별거 이후 일방이 새 직장에서 받은 성과급 1억 원은 변론종결일에 엄연히 존재하는 재산이라 하더라도 공동재산이 아니므로 분할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무엇을 나눌 것인가'는 파탄 시점이 좌우하지만 '얼마로 평가할 것인가'는 변론종결일이 좌우한다고 정리한다면, 대법원 판례와 실무의 모습이 전혀 모순되지 않는다는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다만 이 원칙에도 한계 상황은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대법원 2025스595 결정의 사안은 조정으로 이혼이 성립한 뒤 별도로 재산분할심판이 청구된 경우였는데, 조정 성립 무렵 2억 6,750만 원이던 아파트 시세가 심판 사건의 심문종결 시점에는 1억 9,000만 원까지 하락해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분할의 대상과 액수는 조정이 성립한 날을 기준으로 정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그 이후 발생한 외부적이고 후발적인 사정으로 인한 이익이나 손해를 일방에게만 귀속시키는 것이 공평한 청산이라는 제도의 목적에 현저히 부합하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가액 산정에 참작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원칙이 있고, 예외가 있으며, 그 예외는 '특별한 사정'이라는 한계 안에서만 작동하는 것입니다.
결국 재산분할의 기준시점이라는 개념은 파탄 시와 변론종결일 중 어느 하나를 고르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대상의 확정과 가액의 평가라는 두 층위를 정확히 구별할 때에 비로소 이해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이혼을 준비하시는 분들이라면 별거 시점 전후의 재산자료를 미리 확보해 두시는 한편, 파탄 이후의 재산 변동이 어떤 성격의 것인지까지 염두에 두고 재산분할의 전략을 세우셔야 합니다. 반대로 별거 이후에 형성한 재산을 지키고자 하는 입장이라면, 그것이 상대방의 협력과 무관하게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을 구체적인 자료로 소명할 수 있어야, 단지 변론종결일에 존재하는 재산이라는 이유만으로 분할대상에 포함되는 결과를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이혼 재산분할 관련하여 법적인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변호사와 전문적인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유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