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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장래의 퇴직금도 이혼재산분할 대상일까?
이혼재산분할을 준비하며 부부의 재산 목록을 정리하다 보면, 아파트와 예금처럼 눈에 보이는 재산 다음에서 손이 멈추는 항목이 하나 있습니다. 배우자가 장차 받게 될 퇴직금입니다. 2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한 배우자가 퇴직할 때 받을 퇴직금이 상당한 금액일 텐데, 아직 퇴직하지 않았으니 그 돈은 현재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존재하지 않는 돈을 지금 이혼하면서 나눌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것입니다.
직관적으로는 나눌 수 없다는 쪽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재산분할이란 지금 있는 재산을 나누는 것인데 퇴직금은 아직 발생하지도 않았고, 배우자가 언제 퇴직할지, 그때까지 회사가 남아 있을지, 심지어 중간에 퇴직금을 정산해 버리지는 않을지 어느 것 하나 확정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재의 판례는 아직 받지 않은 장래의 퇴직금도 이혼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판례가 왜 그렇게 판단을 바꾸었는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기준으로 나누게 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사실 방금 말씀드린 직관은 과거 판례의 태도이기도 했습니다. 대법원은 오랫동안, 이혼 당시 아직 재직 중인 배우자의 퇴직금은 그 발생 여부와 액수가 불확실한 장래의 것이므로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고, 다만 장래에 퇴직금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는 사정을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할 때 참작할 수 있을 뿐이라고 보았습니다. 퇴직금 자체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저쪽에는 나중에 받을 퇴직금이 있으니 다른 재산을 나눌 때 그 점을 감안해 주는 방식이었던 셈입니다.
그러나 이 방식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참작이라는 것은 계산식이 드러나지 않는 조정이어서, 퇴직금이 분할 결과에 실제로 얼마나 반영되었는지 당사자로서는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나눌 다른 재산이 넉넉하지 않은 부부라면 참작할 바탕 자체가 없으니 반영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수십 년의 혼인기간 동안 배우자의 직장생활을 뒷받침해 온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그 세월이 쌓아 올린 가장 큰 재산이 정작 청산에서는 흐릿한 고려 사유로만 남는 결과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판례는 무엇을 근거로 이 오랜 태도를 바꾸었을까요? 대법원은 2014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습니다(대법원 2014. 7. 16. 선고 2013므2250 전원합의체 판결). 논리의 출발점은 퇴직급여의 성격입니다. 퇴직급여는 사회보장적 급여의 성격 외에 임금의 후불적 성격, 즉 재직 기간 동안 일한 대가를 뒤로 미루어 받는 성격을 지니고 있고, 그 급여를 받기 위한 근무가 이어지는 동안 배우자의 협력이 기여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퇴직급여 역시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이라는 것입니다. 매달의 월급으로 형성한 예금이 분할 대상이라면, 같은 근무의 대가이면서 지급 시기만 뒤로 미루어진 퇴직금을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인 셈입니다.
불확실성의 문제에 대해서도 판례는 정면으로 답했습니다. 퇴직급여채권이 이혼 시점에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이나 변동가능성을 지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분할 대상에서 제외하고 기타 사정으로만 참작하는 것은 부부가 혼인 중 형성한 재산관계를 청산하는 재산분할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고 실질적 공평에도 반한다고 본 것입니다. 그리고 불확실성을 다루는 기준으로,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시점에 퇴직할 경우 수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퇴직급여 상당액을 분할 대상으로 정했습니다. 먼 미래의 실제 퇴직 시점까지 내다보며 추측하는 것이 아니라, 재판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지금 퇴직한다면 받을 금액이라는 계산 가능한 값으로 바꾸어 놓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판결 이후의 실무에서는, 배우자가 재직 중이라는 사정은 퇴직금을 분할 대상에서 빼는 이유가 되지 못합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는데, 퇴직급여가 분할 대상이 되는 전제는 어디까지나 그 근무에 상대방 배우자의 협력이 기여했다는 점의 인정이므로, 혼인기간과 재직기간의 겹침 정도를 비롯한 구체적 사정에 따라 반영의 범위는 사안마다 달라지게 됩니다.
같은 날 선고된 또 하나의 전원합의체 판결은 반대편 국면을 다루었습니다. 퇴직이 장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지나간 일이어서, 배우자가 공무원 퇴직연금을 매달 수령하고 있는 경우입니다(대법원 2014. 7. 16. 선고 2012므288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은 이미 발생한 퇴직연금수급권도 혼인기간 중의 근무에 배우자의 협력이 인정되는 이상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하면서, 연금수급권자가 매월 수령할 연금액 중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대방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의 분할도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언제까지 받을지 알 수 없어 총액을 특정할 수 없는 연금의 성질에 맞추어, 나누는 방식 자체를 정기금으로 설계한 것입니다.
나아가 이 판결은 연금과 같은 특수한 재산에 대해서는 부동산 등 다른 일반재산과 분할비율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점도 밝혔습니다. 전체 재직기간 가운데 실질적 혼인기간이 차지하는 비율, 상대방 배우자가 실제로 협력하고 기여한 정도 등을 따로 고려하여 연금에 대한 비율을 정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연금이 걸린 사안에서는 재산 전체에 대한 비율 다툼과는 별도로 연금 부분의 비율을 둘러싼 주장과 증명이 하나의 독립된 전선이 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장래의 퇴직금은 과거에는 참작 사유에 머물렀지만, 2014년 이후로는 사실심 변론종결 시점의 예상 수령액을 기준으로 하는 어엿한 분할 대상 재산이고, 이미 수령 중인 퇴직연금이라면 정기금 방식의 분할까지 열려 있습니다. 이혼재산분할에서 중요한 것은 비율 못지않게 분할 대상 재산을 빠짐없이 확정하는 일인데, 퇴직급여는 등기부나 통장처럼 눈에 보이는 형태가 없다는 이유로 그 목록에서 빠뜨리기 가장 쉬운 재산입니다. 상대방이 먼저 알려줄 이유가 없는 재산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배우자가 재직 중인 상태에서 이혼을 준비하고 계시다면, 재산 목록을 정리하는 단계에서 배우자의 재직기간과 예상 퇴직급여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함께 챙기셔야 하고, 자료 확보가 어렵다면 소송 절차 안에서 조회를 구하는 방법까지 검토하셔야 합니다. 장래의 퇴직금이라는 말은 아직 없는 재산처럼 들리지만, 판례가 확인해 준 것은 그 반대입니다. 그것은 혼인기간 동안 부부가 함께 쌓아 올렸고 지급만 미루어져 있는 재산이므로, 장래의 퇴직금도 이혼재산분할의 대상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목록의 맨 앞에서부터 준비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