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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혼소송과 채무의 분할, 공동채무와 특유채무의 구별이 갖는 의미
이혼소송에서 다투게 되는 쟁점은 크게 셋으로 정리됩니다. 위자료와 재산분할, 그리고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양육권입니다. 그런데 이 중 위자료는 혼인 파탄의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이고 양육권은 자녀의 복리를 기준으로 정해지는 것인 반면, 재산분할은 그 어느 쪽과도 성질을 달리하는데, 누가 잘못했는지를 따져 책임을 묻는 절차가 아니라 혼인 기간 동안 부부가 함께 형성한 재산관계를 이혼에 즈음하여 청산하는 절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재산관계를 청산한다'는 말에서 대부분 아파트나 예금, 퇴직금과 같은 것을 떠올리시게 됩니다. 사실 이것은 절반만 맞는 이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청산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부부가 형성한 재산관계 전체이지, 그중 플러스 부호가 붙은 것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법률에서는 이를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으로 나누어 부릅니다. 적극재산이란 양수(+)의 가치를 갖는 재산 즉 흔히 말하는 재산이고, 소극재산이란 음수(−)의 가치를 갖는 재산 즉 채무입니다. 그러므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부부공동재산이란 이 둘을 합산한 결과인 것이지, 적극재산만을 늘어놓고 그 비율을 다투어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남편에게 3억 원의 적극재산과 1억 원의 채무가 있고 아내에게 3억 원의 적극재산과 2억 원의 채무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분할의 출발점이 되는 금액은 6억 원이 아니라 3억 원입니다. 채무를 빼놓고 계산한 6억 원을 기준으로 '몇 대 몇'을 다투는 것은, 설령 그 비율을 유리하게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애초부터 잘못된 전제 위에서 다투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혼인 기간 중에 발생한 채무는 전부 분할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요? 그렇게 볼 수는 없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공동채무와 특유채무의 구별이 등장합니다.
우리 민법은 부부별산제를 취하고 있으므로, 혼인 중이라 하더라도 각자 자기 명의의 재산을 보유하고 자기 이름으로 진 빚은 자기가 책임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 원칙을 채무에 그대로 관철한다면 배우자가 진 빚은 나와 무관한 것이 되겠지만, 부부가 함께 살면서 형성한 재산관계를 청산하겠다는 재산분할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본다면 그러한 결론이 언제나 공평하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 지점에 대하여 대법원은 일찍부터 기준을 정리해 두었습니다. 부부 일방이 제3자에 대하여 부담한 채무라 하더라도 그것이 공동재산의 형성에 수반하여 부담한 것이거나 부부 공동생활관계에서 필요한 비용 등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부담한 것이라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대법원 1993. 5. 25. 선고 92므501 판결).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실 수 있으니 쉽게 풀어서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그 빚을 져서 무엇을 했는지가 기준이 된다는 것입니다. 부부가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하여 받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생활비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신용대출, 자녀의 학비를 충당하기 위한 대출이라면 그 명의가 누구로 되어 있든 공동채무로 보아야 하는 반면, 어느 일방이 개인적인 투자나 유흥에 사용하였거나 배우자가 알지 못하는 별개의 목적에 사용한 채무라면 특유채무로서 청산의 대상이 되지 아니합니다.
그러므로 재산분할에서 문제되는 채무의 성격은, 그 형식에 있어서 쌍방의 원만한 협의가 있었는지 혹은 공동으로 계획한 채무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사용처와 목적이 무엇이었는지가 중요한 셈입니다.
이 부분에서 착오가 자주 발생합니다. 대출 서류에 내 이름이 적혀 있으니 내 빚이고 배우자 이름이 적혀 있으니 배우자의 빚이라고, 명의를 곧 귀속으로 이해하시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판단의 기준은 명의가 아니라 용처이므로, 남편 명의로 받은 대출이라 하더라도 그 자금이 부부가 함께 거주하는 아파트의 매수자금으로 들어갔다면 공동채무이고, 반대로 아내 명의로 받은 대출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아내 개인의 사업 실패를 메우기 위한 것이었다면 특유채무로 판단될 수 있는 것입니다. 대외적으로 누가 채권자에게 변제할 의무를 지는가 하는 문제와 부부 내부에서 그 부담을 어떻게 청산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애초에 층위를 달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기에서 한 가지 유의하셔야 할 점이 있습니다. 재산분할로 채무의 분담이 정해졌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채권자에 대한 관계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법원이 채무의 절반을 상대방이 부담하도록 정하였다 하더라도 은행은 여전히 명의자에게 변제를 구할 수 있는데(대외적 관계는 그 은행과 명의자 사이의 계약에 의하여 정해지는 것이지, 부부 사이의 판결에 의하여 좌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재산분할이란 어디까지나 부부 사이의 내부적 청산일 뿐 제3자인 채권자의 권리를 처분하는 절차는 아닌 까닭입니다.
그렇다면 법원은 채무의 분담을 대체 어떤 방식으로 명하게 되는 것일까요? 여기에서 채권과 채무의 결정적인 차이가 드러납니다. 채권은 채권자의 의사표시만으로 양도할 수 있는 반면, 채무의 인수는 채권자의 승낙이 있어야 비로소 효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민법 제454조 제1항). 그러므로 법원이 판결로써 '이 대출채무는 이제 상대방에게 귀속시킨다'고 선언한다 한들 그 판결이 은행을 구속할 수는 없는 것이고, 소송의 당사자도 아닌 금융기관이나 개인 채권자의 승낙을 판결 하나로 갈음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실제의 주문은 채무의 명의 자체를 옮기는 방식이 아니라, 채무는 명의자에게 그대로 둔 채 그로 인하여 어긋나게 되는 분할의 균형을 다른 방법으로 맞추는 방식이 됩니다. 명의자가 떠안게 되는 채무의 몫만큼을 상대방이 현금으로 청산하도록 명하거나, 다른 적극재산의 이전을 명하여 균형을 맞춘 뒤 남는 차액만 정산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즉 '채무를 나눈다'는 말은 채무의 명의를 나눈다는 뜻이 아니라, 채무를 떠안은 쪽의 부담을 최종 분할 결과에 반영한다는 뜻으로 이해하셔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부의 채무를 모두 합산한 결과 적극재산보다 소극재산이 더 많은 경우, 즉 청산하고 나면 나눌 것이 남지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과거에는 이러한 경우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태도였는데, 나눌 재산이 남지 않은 이상 분할하여 귀속시킬 것도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종전의 입장을 변경하였습니다.
"소극재산의 총액이 적극재산의 총액을 초과하여 재산분할을 한 결과가 결국 채무의 분담을 정하는 것이 되는 경우에도 법원은 채무의 성질, 채권자와의 관계, 물적 담보의 존부 등 일체의 사정을 참작하여 이를 분담하게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인정되면 구체적인 분담의 방법 등을 정하여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
— 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므4071, 4088 전원합의체 판결
즉 나눌 재산이 남지 않더라도 채무 자체의 분담을 정하는 방식의 재산분할이 가능해진 것인데, 부부가 혼인 중 형성한 재산관계를 이혼에 즈음하여 청산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본다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만 위 판결은 곧바로 단서를 붙이고 있습니다. 채무를 분담하게 함으로써 상대방이 채무초과 상태에 빠지거나 기존의 채무초과가 더욱 악화되는 경우라면, 채무부담의 경위와 용처, 채무의 내용과 금액, 혼인생활의 과정, 당사자의 경제적 활동능력과 장래의 전망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분담 여부와 그 방법을 정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적극재산을 나눌 때처럼 재산형성에 대한 기여도를 중심으로 일률적인 비율을 정하여 당연히 분할 귀속되게 하라는 취지가 아니라는 점을, 판결이 굳이 '덧붙여 밝혀 둔다'는 표현까지 써 가며 명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채무가 재산을 초과하는 사안에서 채무의 분담을 구하고자 한다면 단순히 비율을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채무가 어떤 경위에서 발생하여 어디에 쓰였는지, 그리고 분담을 명하는 것이 상대방을 파산에 이르게 하지는 않는지까지 함께 소명하여야만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이혼소송에서 채무의 문제는 적극재산의 분할에 딸린 부수적인 문제가 아닌데, 어떤 채무가 공동채무로 인정되는지에 따라 분할의 출발점이 되는 금액 자체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분할 비율을 어떻게 인정받든 최종적으로 손에 남는 것이 달라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명백한 공동채무와 명백한 특유채무라는 양 극단 사이에는 성격이 모호한 채무가 훨씬 더 넓게 놓여 있고, 정작 소송에서 다투어지게 되는 것은 대부분 그 중간 지대입니다. 어느 쪽으로 분류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리는데도 그 경계가 선명하지 않은 것이니, 앞서 살펴본 원론적인 기준만으로 모든 채무의 성격이 간단히 정리된다고 생각하셔서는 곤란합니다. 채무 하나하나의 발생 경위와 자금의 사용처를 짚어가며 다투어야 하는, 섬세하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혼을 앞두고 재산분할을 준비하고 계시다면 적극재산의 목록을 정리하는 데 그치지 마시고, 부부 각자의 명의로 존재하는 채무가 언제 어떤 목적으로 발생하였는지를 함께 정리해 두셔야 합니다. 대출 실행일과 입금 계좌, 그리고 그 자금이 최종적으로 어디에 쓰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결국 채무의 성격을 가르는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혼재산분할에서 채무의 분할 문제로 다툼이 예상되는 상황이시라면, 소송에 앞서 변호사와 상세한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