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협의이혼 거부하는 배우자, 이제는 이혼소송을 검토해야 할 때 2026-08-17

 

협의이혼 거부하는 배우자, 이제는 이혼소송을 검토해야 할 때


 

 

1. 협의이혼이 막히는 상황

이혼을 결심하고 배우자에게 협의이혼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채 시간만 보내고 계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배우자가 이혼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고, 이혼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재산이나 자녀 문제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고집하여 협의가 제자리를 맴도는 경우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시간을 두고 설득하면 되리라 생각하지만, 몇 달이 지나고 해가 바뀌어도 같은 대화가 같은 자리를 맴돌기만 하면 이 관계를 대체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 것인지 막막해지실 수밖에 없고, 그 사이 별거가 길어지거나 갈등이 자녀에게 옮겨붙는 등 상황은 오히려 나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분명히 해 두어야 할 것이 있는데, 협의이혼은 말 그대로 협의, 즉 두 사람의 의사가 모두 있어야만 성립하는 절차라는 점입니다. 한쪽이 아무리 간절히 원해도 상대방이 응하지 않으면 협의이혼의 문은 열리지 않고, 설득의 시간이 길어진다고 하여 그 문이 저절로 열리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어느 시점에 이르면, 협의라는 방법 자체를 계속 붙들고 있을 것인지를 냉정하게 재검토해야 하는 순간이 옵니다.

 

2. 협의이혼의 구조, 두 사람의 의사가 전부인 절차

협의이혼의 절차를 잠시 보겠습니다. 협의상 이혼을 하려면 부부가 함께 가정법원이 제공하는 이혼 안내를 받아야 하고, 그 안내를 받은 날부터 양육하여야 할 자녀가 있으면 3개월, 없으면 1개월의 기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이혼 의사의 확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흔히 숙려기간이라 부르는 이 기간은 순간의 감정으로 혼인을 해소하는 일을 막기 위한 장치인데,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양육과 친권에 관한 협의서까지 갖추어 제출하여야 합니다. 이 모든 단계는 두 사람이 함께 움직여야 진행됩니다.

바꾸어 말하면 배우자가 법원에 함께 출석하지 않거나 이혼 의사의 확인 단계에서 마음을 바꾸면 절차는 그 자리에서 멈추는 것이고, 실무에서는 숙려기간 중에 일방이 태도를 바꾸어 다 되어 가던 협의이혼이 무산되는 일도 드물지 않게 보게 됩니다. 협의이혼을 전제로 재산 정리나 거처 문제까지 준비해 두었던 쪽에서는 허탈한 일이지만, 제도의 구조가 그러한 이상 상대방의 번복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협의이혼은 끝까지 두 사람의 의사에 매달려 있는 절차인 것입니다.

 

3. 재판상 이혼의 문, 민법이 정한 이혼사유

배우자의 의사에 매달리지 않고 혼인을 해소하는 길이 재판상 이혼입니다. 다만 소송은 원한다고 하여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민법이 정한 이혼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와 같은 사유들이 열거되어 있고, 마지막에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포괄적인 사유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실무에서 다툼의 중심에 서는 것은 대개 이 마지막 사유로서, 장기간의 별거, 회복하기 어려운 갈등의 누적, 경제적 무책임이나 신뢰의 붕괴처럼 어느 하나의 극적인 사건은 없더라도 혼인의 실체가 이미 무너져 있는 사안들이 여기에 기대어 판단을 받습니다. 중요한 것은, 협의이혼과 달리 소송에서는 이런 사정들을 증거로 증명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배우자가 이혼을 거부하며 혼인관계가 멀쩡하다고 다투는 이상, 혼인이 계속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는 사정은 청구하는 쪽이 구체적인 자료로 보여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하실 것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상대방과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졌다거나 세월의 경과로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해졌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혼인이 흔들리게 된 경위에서 내 쪽의 책임이 문제될 수 있는 사안이라면, 소송이라는 길 자체가 좁아질 수 있다는 점까지 계산에 넣고 방향을 정하셔야 합니다.

 

4. 소송으로 넘어가면 달라지는 것들

협의에서 소송으로 국면이 바뀌면 달라지는 것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 결정의 주체가 바뀝니다. 협의 단계에서는 상대방의 동의가 절대적이었지만, 소송에서는 이혼사유가 증명되는 한 상대방이 반대해도 법원이 이혼을 명할 수 있습니다. 둘째, 쟁점이 한꺼번에 정리되어, 이혼과 함께 재산분할, 자녀의 친권·양육, 위자료까지 하나의 절차 안에서 판단받게 되므로, 협의에서 번번이 막히던 조건 다툼도 결국 법원의 기준 위에서 결론이 납니다. 셋째, 증명의 부담이 생겨서, 파탄의 사정도, 재산의 내역도, 양육 환경도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자료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소송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 때문에 망설이시는 분들을 위해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이혼소송을 제기한다고 하여 모든 사건이 판결까지 가는 것은 아닙니다. 소송 절차 안에도 조정이라는 단계가 마련되어 있어서, 법원이라는 중립적인 자리가 열리고 나서야 비로소 현실적인 조건 협의가 시작되는 사안도 적지 않습니다. 협의 단계에서는 꿈쩍도 하지 않던 배우자가 소장을 받고 나서 태도를 바꾸는 경우도 실무에서는 드물지 않게 보게 됩니다. 소송의 제기는 대화의 단절이 아니라, 멈춰 있던 협의를 법원의 기준 위에서 다시 여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송 검토는 소장을 내는 일이 아니라 자료를 정리하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혼인이 파탄에 이른 경과를 보여줄 수 있는 기록, 부부 재산의 규모와 형성 경위에 관한 자료, 자녀 양육의 실제 모습을 담은 자료가 갖추어져 있는지에 따라 같은 사안도 전혀 다른 사건이 됩니다. 협의가 막혀 있는 기간은 그런 의미에서 마냥 흘려보낼 시간이 아니라, 다음 국면을 준비하는 데 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5. 설득의 시간과 전환의 시점

협의이혼이 가능하다면 그것이 가장 부드러운 길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시간과 비용이 덜 들고, 두 사람이 정한 조건이므로 이행도 원만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협의는 상대방이 응할 때에만 존재하는 선택지입니다. 거절이 거듭되는데도 같은 제안을 반복하는 것은 설득이 아니라 지연이 되기 쉽고, 그 사이 재산 상태가 바뀌거나 자녀의 환경이 굳어지는 등 사정은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배우자의 거부가 완강하다면 어느 시점에는 물음을 바꾸셔야 하는데,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가 아니라, 설득 없이도 정리할 수 있는 길이 내 사안에서 열려 있는가라는 물음입니다. 민법이 정한 이혼사유에 기댈 수 있는 사정이 있는지, 그것을 증명할 자료가 있는지, 그리고 내 쪽의 책임이 걸림돌이 될 여지는 없는지. 이 세 가지에 대한 검토가 서면, 계속 기다릴 것인지 움직일 것인지의 판단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내려집니다. 협의이혼의 문이 닫혀 있다는 사실은 이혼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니라, 이제 다른 문을 검토할 때가 되었다는 신호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