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상간소송 합의 요구,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2026-08-17

 

상간소송 합의 요구,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1. 합의 요구를 받게 되는 두 가지 국면

상간소송과 관련하여 합의 요구를 받았다며 상담을 청하시는 분들의 사정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아직 소송이 시작되기 전, 배우자 있는 사람과의 관계를 알게 된 상대방으로부터 내용증명이나 연락을 통해 합의금을 요구받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소장을 받아 소송이 진행되는 중에 재판 안팎에서 합의 이야기가 오가는 경우입니다. 두 국면은 놓인 자리가 다르지만 요구받은 쪽이 느끼는 압박감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제시된 금액이 적정한 것인지 가늠할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응하지 않으면 일이 더 커질 것 같다는 불안과 응하고 나면 정말 끝나기는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한꺼번에 밀려들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런 요구에는 대개 기한이 붙어 있어서, 며칠 안에 답을 달라는 재촉 앞에서 차분히 따져 볼 여유조차 갖지 못한 채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흔한 잘못은 두 극단으로 나타나는데, 불안에 쫓겨 상대가 제시한 조건을 서둘러 받아들이는 것과, 감정이 상한 나머지 연락을 끊고 상황 자체를 외면해 버리는 것입니다. 합의는 분쟁을 끝내는 유력한 수단이지만, 그것이 어떤 법적 성질을 갖고 무엇을 확정해 버리는지를 알지 못한 채 이루어진 합의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분쟁의 시작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합의 요구를 받은 쪽의 시선에서, 응하기 전에 무엇을 알고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2. 합의의 법적 성질, 화해계약이라는 것

일상에서 말하는 합의를 법의 언어로 옮기면 대개 화해계약이 됩니다. 민법은 당사자가 서로 양보하여 당사자 간의 분쟁을 끝낼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기는 계약을 화해라고 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눈여겨보셔야 할 것은 서로 양보한다는 부분과 분쟁을 끝낸다는 부분입니다. 합의가 성립하려면 어느 한쪽의 굴복이 아니라 쌍방의 양보가 있어야 하고, 그 대가로 얻는 것은 분쟁의 종결이라는 법적 상태라는 뜻입니다. 요구하는 쪽은 소송에서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한 금액을 확실하게 받는 대신 더 다투지 않기로 하고, 요구받는 쪽은 다투면 줄어들 수도 있는 금액을 지급하는 대신 소송이라는 절차와 그에 따르는 시간·비용·심리적 부담을 덜어내는 구조인 것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화해계약이 성립하면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는 계약의 내용대로 새로 정해지고, 민법은 화해계약을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분쟁을 끝내자고 한 약속을 나중에 사정이 달라졌다며 다시 열 수 있다면 화해라는 제도 자체가 설 자리를 잃기 때문입니다. 물론 당사자의 자격이나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처럼 예외가 없지는 않으나 그 문은 좁아서, 합의서에 서명하는 순간 그 내용은 사실상 되돌리기 어려운 것으로 확정된다고 생각하셔야 하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서명 전의 확인이 서명 후의 후회보다 백 배 값진 것입니다.

 

3.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에 확인할 것들

그렇다면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요? 첫째는 이 합의로 끝나는 분쟁의 범위입니다. 합의서에 어떤 분쟁을 끝내는 것인지가 명확히 적혀 있는지, 이 사건 부정행위와 관련하여 서로 더 이상의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취지가 들어 있는지를 보셔야 하는데, 범위가 불명확한 합의는 금액을 지급하고도 분쟁을 끝내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조항 하나하나의 의미입니다. 실무상 합의서에는 금액과 지급 방법 외에도 접촉 금지, 비밀 유지, 위반 시의 위약금과 같은 조항이 함께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조항들은 서명 이후의 생활을 오래 구속하는 것들이므로, 이행할 수 있는 내용인지와 위반했을 때 무엇을 부담하게 되는지를 미리 따져 보아야 합니다. 위약금 조항이 법적으로 어떤 성질을 갖는지는 그 자체로 별도의 논의가 필요한 주제이지만, 적어도 그 조항이 장식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약속이라는 점만은 분명히 인식하셔야 합니다.

셋째는 합의의 형식과 이행 방법입니다. 합의는 반드시 서면으로 남겨야 하고, 금액뿐 아니라 지급의 시기와 방법, 지급이 완료되었을 때 분쟁이 종결된다는 취지까지 문서 안에서 확정되어야 합니다. 말로 주고받은 약속은 지켰는지 여부를 두고 다시 다툼이 생겼을 때 증명할 길이 마땅치 않고, 서면이 있더라도 정작 핵심 조건이 빠져 있으면 그 공백이 새로운 분쟁의 씨앗이 됩니다. 또한 합의의 당사자가 누구인지, 즉 장차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사람과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인지도 확인해 두어야 할 부분입니다.

넷째는 제시된 요구에 응할 의무가 당연히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합의는 어디까지나 계약이므로 응할지 말지, 어떤 조건으로 응할지는 요구받은 쪽도 대등하게 정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상대방의 감정이 격앙되어 있는 국면에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기한을 일방적으로 못 박은 압박에 쫓겨 판단을 넘겨 버릴 일은 아닙니다. 다만 응하지 않기로 하는 판단에는 그 다음 국면, 즉 소송에 대한 대비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4.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합의가 결렬되면 남는 길은 소송이고, 소송에서는 부정행위의 존재와 정도를 증거로 다투게 되며 위자료 액수는 법원이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재량으로 정하게 됩니다. 미리 겁먹으실 필요는 없는 것이, 소송으로 가는 것이 반드시 불리한 선택인 것은 아닙니다. 요구받은 금액이 사안의 실체에 비추어 과도하다고 볼 사정이 있다면, 법원의 판단을 받는 쪽이 오히려 합리적인 결론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증거가 뚜렷한 사안이라면 소송을 거쳐도 책임 자체를 벗기는 어려우므로, 절차의 부담을 감수할 실익이 있는지를 냉정하게 따져야 합니다.

결국 합의에 응할 것인가의 판단은 사안의 실체, 곧 증거의 상태와 관계의 실제 경과에 대한 평가 위에서만 설 수 있습니다. 같은 금액의 요구라도 어떤 사안에서는 받아들일 만한 종결 비용이 되고, 어떤 사안에서는 근거 없는 청구가 됩니다. 이 평가를 건너뛴 채 금액의 크기만 놓고 고민하는 것은, 저울 없이 무게를 다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5. 서두르는 종결보다 앞서야 할 확인

합의 요구를 받은 분들이 가장 원하시는 것은 이 상황이 조용히, 빨리 끝나는 것입니다.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빨리 끝내는 것과 제대로 끝내는 것은 다른 일이어서, 화해계약의 구속력 때문에 잘못 맺은 합의는 고칠 기회가 사실상 없고, 범위가 불명확한 합의는 끝냈다고 믿은 분쟁을 끝내 주지 못합니다. 그러니 합의 요구 앞에서 먼저 할 일은 금액 흥정이 아니라 확인입니다. 이 합의가 무엇을 끝내는지, 조항들이 서명 이후의 나를 어떻게 구속하는지, 그리고 응하지 않았을 때의 국면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이 세 가지 확인이 선 다음에야 비로소 응할 것인지의 판단이 설 수 있고, 그렇게 이루어진 합의라야 다름아닌 분쟁의 진짜 종결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