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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상간소송 위자료 감액 전략, 답변서 제출 단계부터 고민해야
상간소송의 소장을 받아들고 상담을 청하시는 분들의 첫 물음은 대개 비슷합니다. 이 금액을 정말 전부 물어야 하는 것인지, 소송에서 이길 수는 없는 것인지를 물으시는데, 그 물음 아래에는 하루아침에 피고가 되었다는 당혹감과 청구취지에 적힌 숫자가 주는 압박감이 함께 놓여 있습니다. 소장은 원고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사실관계를 구성하여 작성한 서면이므로, 이를 처음 읽는 피고로서는 사실과 다른 대목과 과장된 표현들에 격앙되기 마련이고, 그 감정이 이후의 대응을 흔드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부정행위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어느 정도 갖춰진 사안에서 청구 자체를 기각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책임의 존부 자체를 다툴 수 있는 사안인지는 별도로 검토되어야 할 문제이지만, 실제 소송 실무에서 다수의 사건은 책임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책임의 크기, 다름아닌 위자료 액수를 둘러싸고 다투어집니다. 그래서 소장을 받은 피고에게 감액은 차선책이 아니라 가장 현실적인 목표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그 감액을 위한 고민이 생각보다 훨씬 이른 시점, 즉 답변서를 제출하는 단계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오늘은 그 이유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위자료가 어떻게 정해지는지부터 보겠습니다. 부정행위로 인한 위자료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금인데, 정신적 고통이라는 것은 성질상 수학 공식처럼 계산될 수 있는 손해가 아니므로, 대법원은 위자료 액수의 결정을 사실심 법원이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직권으로 정하는 재량 사항으로 보고 있습니다. 법원은 부정행위의 기간과 정도, 관계에 이르게 된 경위, 당시 혼인관계가 놓여 있던 상태, 당사자들의 나이와 혼인 기간, 부정행위가 드러난 뒤의 정황과 태도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액수를 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비슷해 보이는 사안이라도 판결마다 금액이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피고의 입장에서 반드시 붙잡아야 할 지점은 그 다음입니다. 산정이 법원의 재량이라는 말은 법원이 알아서 피고의 사정까지 헤아려 준다는 뜻이 아닙니다. 소송은 주장과 증명으로 움직이는 절차이고, 기록에 나타나지 않은 사정은 참작될 길이 없습니다. 원고는 소장에서부터 관계의 기간과 정도, 그로 인하여 혼인이 흔들리게 된 경과, 발각 이후 피고가 보인 태도에 이르기까지 위자료를 늘리는 방향의 사정들을 빠짐없이 주장하며 들어오는 반면, 위자료를 줄이는 방향의 사정들은 피고가 스스로 주장하고 자료로 뒷받침해야 비로소 저울 위에 오릅니다. 가만히 있으면 저울에는 원고가 올린 추만 놓이는 셈입니다.
민사소송에서 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피고는 원고의 청구를 다투는 경우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하여야 하고, 답변서를 내지 않으면 법원은 청구원인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보아 변론 없이 판결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무변론 판결이 선고되면 원고가 청구한 금액이 그대로 인용될 수 있으므로, 소장을 받아들고 고민만 거듭하다가 기한을 넘기는 것은 감액을 논하기 이전에 다툴 기회 자체를 잃는 일이 됩니다.
그러나 답변서 단계가 중요한 이유가 기한 때문만은 아닙니다. 답변서는 재판부가 피고의 입장을 처음으로 접하는 서면이고, 재판부는 소장과 답변서를 나란히 놓고 이 사건이 무엇을 다투는 사건인지에 대한 첫 그림을 그립니다. 책임의 존부를 전면적으로 다투는 사건인지, 책임을 인정하되 액수의 조정을 구하는 사건인지의 윤곽이 이 단계에서 잡히고, 이후의 심리와 증거 제출은 대체로 그 윤곽 위에서 진행됩니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자면, 주장을 내놓는 시점은 그 주장의 신빙성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관계 자체를 부인하다가 증거가 제출되자 뒤늦게 감액 사유를 늘어놓는 피고와, 첫 서면에서부터 일관된 태도로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참작을 구해 온 피고가 재판부에 같은 무게로 받아들여지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감액 전략을 답변서 제출 단계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실무상 30일 안에 모든 방향을 정하기 어려운 경우, 우선 청구를 다투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하여 무변론 판결을 피해 두고 구체적인 주장은 추후 준비서면으로 정리해 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시간을 버는 조치일 뿐이어서, 그렇게 벌어 둔 시간 동안 사실관계의 정리와 자료의 수집, 주장 방향의 선택이라는 본래의 고민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결국 처음의 문제로 되돌아오게 됩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어떤 사정들이 감액의 방향으로 참작될 수 있을까요? 실무상 문제되는 요소들을 성격에 따라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습니다.
| 구분 | 주요 내용 |
|---|---|
| 관계 자체의 사정 | 관계의 기간과 정도 · 관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주도성 · 기혼 사실을 알게 된 시점과 그 이후의 경과 |
| 혼인관계 측 사정 | 부정행위 당시 혼인관계가 놓여 있던 상태 · 별거 등 혼인 균열이 선행하였는지와 그 정도 |
| 피고의 사후 태도 | 관계의 단절 여부 ·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나 배상에 나선 정황 · 소송 과정에서의 대응 태도 |
표의 요소들은 어느 하나가 결정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얽혀 종합적으로 평가됩니다. 예컨대 관계의 기간이 짧다는 사정 하나만으로 액수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관계에 이르게 된 경위에서 피고가 주도적이지 않았고 부정행위가 드러난 뒤 관계를 곧바로 정리하였다는 사정들이 자료와 함께 겹쳐질 때 비로소 의미 있는 참작이 이루어지는 것이고, 반대로 개별 요소가 아무리 그럴듯하게 나열되어 있어도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면 법원에 닿는 것은 참작할 사정이 아니라 변명에 그치게 됩니다. 감액 주장은 나열의 문제가 아니라 증명의 문제인 것입니다.
표를 읽을 때 주의하실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성격이 다른 주장이 섞여 있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상대방이 기혼자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알지 못하였다는 주장은 위자료를 깎는 사유가 아니라 불법행위의 성립 자체를 다투는 주장이고, 반대로 기혼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고 그 후 관계를 정리하였다는 사정은 책임을 전제로 하되 그 정도를 가볍게 평가받으려는 감액의 주장입니다. 혼인관계 측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원은 부부공동생활이 실질적으로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른 뒤라면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성적인 행위를 하더라도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면서, 그러한 파탄 상태는 이를 주장하는 제3자가 증명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완전한 파탄의 증명은 책임 자체를 벗는 항변이지만 그 문턱은 결코 낮지 않고, 파탄에는 이르지 않았더라도 혼인의 균열이 선행하였던 사정은 그 정도에 따라 위자료 산정에서 참작될 수 있습니다. 같은 사실관계라도 어느 국면에 세워 어떻게 주장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주장이 되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 가운데는 감액 사유를 답변서에 최대한 담아내면 되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그 전에 정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사실관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의 방향입니다. 소송에서 한 번 인정한 사실은 재판상 자백으로서 함부로 되돌릴 수 없으므로, 다툴 수 있는 것을 서둘러 인정하는 것도, 증거상 인정될 수밖에 없는 것을 무리하게 부인하는 것도 각각의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이 갈림은 증거의 상태와 원고 주장의 구체성, 관계의 실제 경과를 놓고 사안마다 달리 판단할 문제이므로, 어느 쪽이 옳다고 일반론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는 영역입니다.
한 가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소장의 표현에 격앙되어 원고의 혼인생활을 들추거나 배우자 쪽에 책임을 미루는 데 힘을 쏟는 답변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감액은 어디까지나 책임을 전제로 한 조정의 문제인데, 반성 없는 태도로 읽히는 서면은 사후 태도라는 참작 요소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가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상간소송에서 답변서는 기한 안에 내야 하는 서류이기 이전에, 이 사건의 다툼을 어디에 세울 것인지를 정하는 첫 설계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감액이라는 목표는 마지막 변론에서의 호소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첫 서면에서 세운 방향과 그 방향을 뒷받침하는 증명이 쌓여 도달하는 결론이므로, 소장을 받으셨다면 30일이라는 시간을 고민을 미루는 데가 아니라 방향을 정하는 데 쓰셔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