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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친권과 양육권의 개념 차이와 법원의 지정 기준
이혼을 결심하고 상담을 청하시는 분들이 재산 문제보다 먼저, 그리고 더 간절하게 꺼내시는 것이 자녀 문제입니다. 아이는 제가 키울 수 있는 것인지, 아이를 데려오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물으시는 분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그 물음 속에서 친권과 양육권이라는 두 단어는 대개 같은 뜻으로 섞여 쓰입니다. 두 권리를 하나로 묶어 이해하고 계신 분들이 실제로 많고, 인터넷의 여러 글에서도 이 둘은 자주 혼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친권과 양육권은 법률상 엄연히 구별되는 개념이고, 그 차이를 정확히 알아야 법원이 친권자와 양육권자를 정할 때 무엇을 보는지도 제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두 권리의 개념 차이를 먼저 정리하고, 이어서 친권자 및 양육권자 지정에 관하여 법원이 세워 둔 기준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친권이란 부모가 미성년인 자녀에 대하여 가지는 법률상의 포괄적인 지위를 말합니다. 민법 제913조는 친권자는 자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의무가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자녀의 법률행위를 대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는 권한이 포함됩니다. 자녀 명의의 계좌를 만들거나 여권을 발급받는 일, 병원에서 수술 동의서에 서명하는 일처럼 미성년자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법률적 결정의 자리마다 친권자가 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에 비하여 양육권은 자녀와 함께 생활하면서 일상적으로 보호하고 가르치는, 말하자면 현실의 양육을 담당하는 권리입니다. 혼인 중에는 부모가 친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므로 이 구별이 드러날 일이 별로 없지만, 이혼을 하게 되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부부는 헤어져도 부모라는 지위는 남기 때문에, 누가 친권을 행사하고 누가 아이를 데리고 살 것인지를 반드시 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실무상 친권자와 양육자는 한 사람으로 함께 지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어서 친권자와 양육자가 서로 다르게 정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아이와 함께 사는 쪽은 양육자이지만 아이의 법률행위 대리와 재산 관리는 친권자의 몫으로 남게 됩니다. 그러니 양육권을 가져오면 친권도 자동으로 따라온다고 생각하셨다면 이는 오산입니다. 두 권리는 별개로 정해질 수 있는 것이므로, 협의서나 판결문에 무엇이 어떻게 적히는지를 정확히 확인해 두셔야 합니다.
그렇다면 친권자와 양육자는 어떤 절차로 정해질까요? 협의이혼이라면 부모의 협의로 친권자를 정하고(민법 제909조 제4항), 양육자의 결정과 양육비용의 부담, 면접교섭에 관한 사항 역시 협의로 정하게 됩니다(민법 제837조).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또는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정하고, 협의가 이루어졌더라도 그 내용이 자녀의 복리에 반한다면 가정법원은 보정을 명하거나 직권으로 정합니다. 부모가 합의만 하면 그대로 통과되는 것이 아니라, 그 합의조차 자녀의 복리라는 기준 아래에서 심사를 받는 구조인 셈입니다.
재판상 이혼의 경우에는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친권자를 정하고(민법 제909조 제5항), 양육에 관한 사항도 재판 안에서 함께 정해집니다. 즉 어느 길로 가더라도 자녀 문제를 정하지 않은 채 이혼 절차가 끝나는 일은 없고, 부모의 뜻이 일치하지 않는 순간 결정의 주체는 법원으로 넘어갑니다. 그래서 법원이 무엇을 보고 판단하는지가 이 문제의 중심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 누구를 친권을 행사할 자 및 양육자로 지정할 것인가를 정함에 있어서는, 미성년인 자의 성별과 연령, 그에 대한 부모의 애정과 양육의사의 유무는 물론,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 능력의 유무, 부 또는 모와 미성년인 자 사이의 친밀도, 미성년인 자의 의사 등의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미성년인 자의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고 적합한 방향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므1458, 1465 판결). 기준의 정점에 있는 것은 부모의 권리가 아니라 다름아닌 자녀의 복리인 것입니다.
판례가 들고 있는 고려요소들을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습니다. 자녀가 13세 이상인 때에는 가정법원이 심판에 앞서 자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규정도 마련되어 있습니다(가사소송규칙 제100조).
| 구분 | 고려요소 |
|---|---|
| 자녀 측 사정 | 성별과 연령 · 부모와의 친밀도 · 자녀의 의사(13세 이상은 원칙적으로 의견 청취) · 현재의 양육 환경과 적응 상태 |
| 부모 측 사정 | 자녀에 대한 애정과 양육의사 ·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 능력 · 양육에 쓸 수 있는 시간과 여건 · 지금까지의 양육 참여 |
| 판단의 원칙 | 어느 한 요소가 아니라 모든 요소를 종합하여,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판단 |
위 기준과 관련하여 짚어 두어야 할 오해가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경제적 능력은 고려요소 가운데 하나일 뿐이지 그것만으로 결론이 나는 요소가 아닙니다. 소득이 적은 쪽도 상대방이 부담하는 양육비를 통하여 경제적 부족을 보완할 수 있으므로, 벌이가 적다는 사정만으로 지레 포기하실 일은 아닙니다. 둘째, 어린 자녀는 어머니가 키우는 것이 당연하다는 통념 역시 법원에서 그대로 통하지 않습니다. 위 판결은 아버지가 수년간 양육해 온 어린 딸에 관하여, 어린 여아의 양육에는 어머니가 더 적합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고려만으로 현재의 양육상태를 바꾸는 것은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하여 원심을 파기한 사례이기도 합니다.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양육 상태를 바꾸려면 그 변경이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더 도움이 된다는 점이 분명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현재의 양육 상태가 중시된다는 말을 듣고, 그렇다면 소송 전에 아이를 먼저 데려와 기르는 편이 유리하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간혹 계십니다. 그러나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자녀를 일방적으로 데려오거나 만나지 못하게 하는 행동은 법원이 말하는 안정된 양육 상태가 아닐뿐더러, 오히려 자녀의 복리를 해치는 사정으로 평가될 수 있고 별도의 법적 분쟁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기준을 잘못 읽고 움직이면 유리해지기는커녕 스스로 불리한 사정을 만드는 셈이 됩니다.
덧붙여 지정이 한 번으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민법은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양육에 관한 사항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제837조 제5항), 친권자 변경의 길도 열어 두고 있습니다(제909조 제6항). 다만 앞서 본 것처럼 일단 정해진 양육 상태의 변경에는 엄격한 판단이 따르므로 처음 정할 때 신중하여야 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결국 이 문제를 준비하는 방향은 분명합니다. 상대방의 흠을 찾는 데 힘을 쏟기보다, 지금까지 자녀의 일상을 실제로 누가 어떻게 꾸려 왔고 앞으로 어떤 환경에서 키울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친권과 양육권을 둘러싼 다툼은 부모 사이의 승부가 아니라 자녀가 앞으로 살아갈 조건을 정하는 절차이므로, 법원을 설득하는 길 역시 자녀의 복리라는 기준 위에서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