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전체메뉴
칼럼
황혼이혼에서 재산분할은 무엇이 달라지는가
혼인기간이 20년, 30년을 넘긴 부부의 이혼에서 재산분할은 젊은 부부의 그것과는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차이를 만드는 사정은 결국 앞으로 벌어서 메울 시간이 없다는 것인데, 은퇴가 눈앞이거나 이미 지난 시점에서는 이번 분할의 결과가 곧 남은 생활의 조건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시 모을 기회가 있는 사람의 재산분할과 이것이 사실상 마지막 정산인 사람의 재산분할이 같은 온도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오래 산 부부의 재산분할에는 그 사정에서 비롯되는 고유한 쟁점들이 있습니다.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재산 가운데 무엇까지가 나눌 재산이 되는지, 별거가 길었다면 언제를 기준으로 재산을 확정하는지, 그리고 은퇴 세대의 핵심 자산인 퇴직금과 연금은 어떻게 되는지가 그것입니다. 이 세 가지를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긴 혼인의 재산분할에서는 정반대의 두 기대가 정면으로 부딪히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한쪽에는 30년을 살았으니 재산은 당연히 반반이라는 기대가 있고, 다른 쪽에는 내 명의로 되어 있으니 내 재산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둘 다 그대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우선 명의부터 보자면, 판례는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이라면 그것이 누구 명의로 되어 있는지, 누가 관리하고 있는지를 묻지 않고 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오랜 혼인에서는 재산의 명의가 소득 활동을 해 온 한쪽에 몰려 있는 경우가 많지만 명의는 분할 대상인지를 정하는 기준이 아니고, 소득 활동을 하지 않고 살림과 자녀 양육을 맡아 온 배우자의 기여 역시 재산 형성에 대한 협력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니 전업으로 살림만 했으면 인정받을 기여가 없다고 생각하셨다면 이는 오산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혼인기간이 분할 비율을 자동으로 정해 주는 것도 아닙니다. 분할의 비율은 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대한 쌍방의 기여를 비롯한 여러 사정을 개별 사건마다 평가하여 정해지는 것이지, 몇 년을 넘으면 얼마라는 공식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재산분할은 기여의 청산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혼 후의 부양적 요소도 함께 고려되는 제도이므로, 고령으로 소득 능력을 새로 만들기 어려운 사정은 바로 이 통로를 통해 실제 판단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부모에게 상속받은 것은 절대 나눠줄 수 없다는 말씀도 자주 듣게 됩니다. 상속이나 증여로 받은 재산, 혼인 전부터 가지고 있던 재산을 특유재산이라고 하는데, 대법원은 부부 일방의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분할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나 특유재산일지라도 다른 일방이 적극적으로 그 특유재산의 유지에 협력하여 그 감소를 방지하였거나 그 증식에 협력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3. 5. 25. 선고 92므501 판결).
주목하실 것은 이 법리가 혼인기간과 만났을 때의 작동 방식입니다. 상속받은 부동산을 수십 년간 함께 관리하고 그 재산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생활을 꾸리고 세금과 유지비를 가계에서 부담해 온 세월이 길수록, 상대방이 그 재산의 유지와 감소 방지에 협력해 왔다는 평가가 쉬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젊은 부부의 이혼에서는 특유재산이 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지만 긴 혼인에서는 그 벽이 낮아지는 구조인 셈입니다.
다만 오래 살았으면 특유재산도 무조건 나눈다는 식으로 건너뛰어서는 안 됩니다. 법리의 요건은 어디까지나 유지와 증식에 대한 협력의 인정이고 기간은 그 인정을 뒷받침하는 사정일 뿐이므로, 혼인기간이 길더라도 해당 재산과 무관하게 지내 온 사정이 있다면 결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개별 재산마다 그 유지와 관리의 실제 모습을 따져 보는 작업이 필요한 것입니다.
황혼이혼 사안에는 별거가 길었던 경우가 많습니다. 마음이 떠난 지는 오래되었으나 자녀와 체면 때문에 혼인을 유지하다가 자녀가 독립한 뒤에야 비로소 정리에 나서는 경우들입니다. 이때 실제 결과를 크게 바꾸는 것이 다름아닌 기준 시점의 문제인데, 판례는 재판상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에서 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과 그 가액을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정하는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별거가 길었던 사안에서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실질적인 공동생활이 끝난 뒤 한쪽이 혼자 형성한 재산까지 분할 대상에 들어가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이런 사안에서는 어느 재산을 분할 대상에 넣고 뺄 것인지, 별거 이후의 재산 변동을 어떻게 취급할 것인지 자체가 치열한 쟁점이 되고, 별거의 시점과 그 이후 각자의 경제생활을 보여주는 자료가 중요해집니다. 긴 별거 끝의 이혼을 준비하고 계시다면 재산의 목록만이 아니라 그 형성 시점을 정리하는 데서부터 시작하셔야 하는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은퇴 전후 세대의 재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퇴직급여와 연금의 문제입니다. 이미 수령한 퇴직금이 재산으로 남아 있다면 당연히 분할 대상으로 논의되겠지만, 문제는 아직 퇴직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이혼 당시 부부 일방이 아직 재직 중이어서 실제 퇴직급여를 수령하지 않았더라도,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그 시점에서 퇴직할 경우 수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퇴직급여 상당액의 채권은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14. 7. 16. 선고 2013므2250 전원합의체 판결). 배우자가 그 직장에 근무하는 동안 다른 일방의 협력이 있었다면 장래에 받을 퇴직급여 역시 부부가 함께 이룬 재산으로 본다는 것이니, 아직 받지 않은 돈이라는 이유로 퇴직급여를 계산에서 빠뜨리는 것은 분할 대상 재산의 큰 덩어리 하나를 통째로 놓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연금에 관해서는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지점이 있는데, 국민연금의 분할연금은 이혼소송의 재산분할과는 별개의 제도라는 점입니다. 국민연금법은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인 사람이 이혼 등 법이 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배우자였던 사람의 노령연금을 분할한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는 이혼 판결이나 조정에 따라 자동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연금공단에 별도로 청구하여야 하고 청구할 수 있는 기간도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연령 요건을 비롯한 구체적인 내용은 개정이 잦은 영역이므로 현행 법령과 공단 안내에서 확인하실 필요가 있고,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 등은 근거 법률이 달라 요건과 절차가 또 다릅니다. 이혼하면 연금은 알아서 나뉘겠거니 하고 두었다가 청구 시기를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덧붙여 은퇴 자산은 그 형태 때문에 분할의 방법도 달라지게 됩니다. 재산의 대부분이 살고 있는 집 한 채와 장래의 연금이라면 현금처럼 비율대로 나눌 수가 없으니, 집을 처분하여 나눌 것인지, 한쪽이 소유하고 상대방에게 정산금을 지급할 것인지, 그 정산금의 재원은 무엇인지까지 함께 설계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결국 오래 산 부부의 재산분할은 무엇까지가 나눌 재산인지를 확정하는 데서 시작하여 그것을 남은 생활이 가능한 형태로 나누는 데서 끝나는 절차입니다. 지금 눈에 보이는 재산의 목록이 전부라고 단정하지 마시고, 퇴직급여와 연금까지 포함하여 나눌 재산의 전체 그림을 그리는 데서부터 준비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