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전체메뉴
칼럼
직장 동료와의 관계, 법은 어디서부터 부정행위로 보는가
배우자와 직장 동료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된 분들이 검색창에 입력하는 말이 이른바 '오피스와이프'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 놓인 분들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은 대개 결정적인 장면이 아니라 정황들입니다. 부부 사이에나 쓸 법한 호칭이라든지, 근무시간과 무관하게 이어지는 연락, 함께 찍힌 사진,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말 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래서 첫 질문도 대개 비슷합니다. 이 정도로도 문제 삼을 수 있는지, 선을 넘었다는 확인이 없어도 되는지를 물으시는 것입니다.
이 질문에 답을 드리기 전에 먼저 바로잡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오피스와이프란 세간의 조어일 뿐 법률용어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법은 두 사람의 관계에 어떤 별칭이 붙어 있는지를 묻지 않고, 오직 부부가 서로에게 부담하는 정조의무에 어긋나는 행위, 즉 부정행위가 있었는가를 물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이하에서도 그 조어 대신, 배우자와 제3자 사이의 관계가 부정행위에 해당하는가라는 정확한 물음으로 사안을 다루고자 합니다.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 관계이든 법적 판단은 결국 이 물음 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부정한 행위라 함은 배우자로서의 정조의무에 충실치 못한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며 이른바 간통보다는 넓은 개념으로서, 부정한 행위인지 여부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그 정도와 상황을 참작하여 평가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2. 11. 10. 선고 92므68 판결). 성관계가 확인되어야만 부정행위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육체관계에 이르렀다는 증명이 없더라도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할 정도에 이른 애정 표현이나 지속적인 교제라면 부정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들으시면 곧바로 '그렇다면 내 경우도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 법리에는 반대쪽 경계가 함께 있다는 점을 놓치셔서는 안 됩니다. 부정행위의 개념이 넓다는 것이 친밀해 보이는 모든 관계가 부정행위라는 뜻은 아니어서, 직장 동료 사이의 호감이나 친밀함, 잦은 연락 그 자체가 곧바로 부정행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문제된 행위의 내용과 정도, 지속성, 두 사람이 주고받은 표현의 성격 등을 종합하여 정조의무 위반이라 평가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는지를 보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런 사안의 실제 쟁점은 부정행위의 범위가 넓은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자료로 그 넓은 범위 안에 들어왔음을 증명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라고 해야 정확합니다. 개념이 넓다는 것과 지금 손에 쥔 정황으로 증명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이 간격을 정확히 보는 것이 소송 여부를 판단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배우자 아닌 제3자에게 책임을 묻는 법적 근거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입니다. 대법원은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하고, 그에 대한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하여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
이 구조로부터 증명해야 할 것들이 자연스럽게 도출됩니다. 혼인관계가 존속하고 있을 것, 부정행위가 있었을 것, 상대방이 배우자 있는 사람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 그리고 그로 인하여 혼인관계가 침해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요건들을 주장하고 증명할 책임은 청구하는 배우자 쪽에 있습니다.
직장 동료 사안에는 이 요건들과 관련하여 한 가지 특징이 있는데, 같은 직장에서 일하며 경조사와 일상을 공유하는 사이에서는 배우자의 혼인 사실을 몰랐다는 다툼이 성립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다른 유형의 사안에서는 기혼 사실의 인지가 치열한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직장 사안에서는 다툼의 무게중심이 자연스럽게 앞의 요건, 즉 두 사람의 관계가 부정행위에 해당하는가로 옮겨 가게 되는 셈입니다.
또 하나 반드시 짚어 두어야 할 법리가 있습니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대법원은 부부가 아직 이혼하지 않았더라도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면,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성적인 행위를 하더라도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없어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고, 이는 재판상 이혼청구가 진행 중이거나 아직 청구되지 않은 상태라도 마찬가지라고 하였습니다.
제3자에 대한 책임의 근거가 부부공동생활의 침해에 있는 이상, 침해할 공동생활의 실체가 이미 사라진 뒤라면 책임을 물을 대상도 없다는 논리입니다. 장기간의 별거가 있었던 사안에서는 이 법리가 결론을 가르는 경우가 많아서, 문제된 관계가 시작된 시점에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는지가 치열하게 다투어지곤 합니다. 자신의 사안을 가늠하실 때 문제된 관계의 시점과 당시 혼인관계의 상태를 반드시 함께 놓고 보셔야 하는 이유입니다.
직장 동료 사안의 입증에는 고유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업무상 연락과 사적 연락이 한 대화창에 섞여 있어서 연락이 잦았다는 사실 자체는 업무로 설명될 여지를 남기기 때문에, 많이 연락했다는 것만으로는 잘 서지 않는 것입니다. 실무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은 개별 정황의 강도보다 그것들이 놓이는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씩 떼어 보면 약한 정황도 시간의 흐름 위에 놓으면 관계의 성격과 변화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읽히기도 하니 말입니다. 다만 이것은 이미 확보된 자료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문제이지, 자료를 더 모으러 나서라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이 지점에서 분명히 말씀드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배우자의 휴대전화 잠금을 풀어 내용을 들여다보는 것, 회사 계정의 메일이나 메신저를 확보하는 것, 위치를 추적하거나 차량과 사무실에 녹음기를 설치하는 것은 그 자체로 별개의 형사 문제를 만들 수 있는 행위들입니다. 증거를 얻으려던 시도가 오히려 나를 피의자의 자리에 세우고 소송 전체에 부담을 지우는 결과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소송 절차 안에는 법원을 통하여 자료를 확보하는 수단이 따로 마련되어 있으므로, 자료의 공백은 위법한 수집이 아니라 절차로 메우는 것이 원칙입니다. 회사에 이 사실을 알리는 것 역시 명예훼손 등 별개의 법적 위험을 부를 수 있는 선택이므로 신중하셔야 합니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정리하자면, 육체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관계라 하더라도 위자료 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부정행위의 개념이 넓기 때문에 열리는 가능성일 뿐이고, 실제 결론은 지금 가진 정황이 정조의무 위반이라 평가될 단계에 이르렀음을 증명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관계가 시작될 당시 혼인관계의 실체가 유지되고 있었는가에 따라 정해지게 됩니다. 분노가 앞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 가능성과 증명 사이의 간격을 냉정하게 재어 보는 데서부터 시작하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