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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조정이혼과 협의이혼은 무엇이 다른가
이혼소송을 제기했거나 소장을 받은 분들이 어느 날 법원으로부터 조정기일 통지서를 받아들고 당혹스러워하시는 경우를 실무에서 많이 보게 됩니다. 조정을 신청한 적이 없는데 왜 조정기일이 잡히는지, 소송을 하기로 마음먹은 마당에 조정이란 대체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조정이혼'이라는 말의 어감 때문인지, 이것을 협의이혼의 한 종류 정도로, 그러니까 법원에서 한 번 더 대화를 나눠 보는 부드러운 절차 정도로 이해하고 계신 분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해는 위험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정이혼은 협의이혼의 변형이 아니라 엄연한 재판 절차의 일부이고, 조정기일에 이루어지는 합의는 나중에 되돌릴 수 있는 잠정적인 약속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확정되는 결론이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기일에 도장을 찍을지 말지를 정해야 하는 입장이시라면, 그 도장이 무엇을 확정하고 무엇을 닫아 버리는지부터 정확히 알아 두셔야 합니다.
먼저 조정기일이 잡힌 경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가사소송법 제50조는 이혼소송을 비롯한 일정한 가사사건에 대하여 소를 제기하려는 사람은 먼저 조정을 신청하여야 하고, 조정을 신청하지 않고 소를 제기한 경우에는 가정법원이 그 사건을 조정에 회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이른바 조정전치주의입니다. 다만 상대방을 소환할 수 없거나 조정이 성립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회부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조정기일 통지는 무엇이 잘못되어 날아온 것이 아니라, 재판상 이혼이라면 원칙적으로 거치도록 설계되어 있는 관문에 도착했다는 뜻인 셈입니다. 법이 이러한 구조를 두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혼과 그에 따르는 여러 문제들은 판결로 강제하는 것보다 당사자 스스로 정리하는 것이 이후의 이행에 있어서나 남은 관계에 있어서나 낫다고 보기 때문이고, 특히 자녀의 양육처럼 이혼 이후에도 두 사람의 협력이 계속 필요한 문제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협의이혼과의 차이도 바로 여기에서 드러납니다. 협의이혼은 부부가 스스로 합의하여 법원의 확인을 거쳐 신고함으로써 이루어지는, 소송 밖의 절차입니다. 반면에 조정은 소송으로 들어온 사건 또는 소송을 전제로 한 사건이 재판 절차 안에서 거치는 단계이므로, 들어가는 문이 다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그 결과물이 갖는 법적 무게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물의 무게야말로 오늘 가장 강조드리고 싶은 부분입니다. 가사소송법 제59조는 조정은 당사자 사이에 합의된 사항을 조서에 적음으로써 성립하고, 그 조정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라는 말은 곧 확정판결에 준하는 효력이라는 뜻입니다.
이것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판결에 대해서는 불복하여 항소할 수 있지만, 일단 성립된 조정에 대해서는 그러한 길이 사실상 닫혀 있습니다. 조정기일의 합의는 '일단 해 보는 협의'가 아니라 조서에 적히는 순간 끝나는 재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사정이 바뀌었다거나 그때는 경황이 없어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 내용을 다시 다투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조정기일을 일단 나가서 들어보는 자리 정도로 여기고 준비 없이 출석했다가 그 자리의 분위기에 밀려 합의하고, 뒤늦게 내용을 다투고자 방법을 찾으시는 분들이 실제로 계십니다. 순서가 바뀐 것입니다. 조정기일은 들어보고 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정할 수 있을 만큼 준비하고 들어가는 자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조정에서 정할 수 있는 범위는 판결에 못지않게 넓어서, 이혼 여부만이 아니라 위자료, 재산분할, 친권자와 양육자의 지정, 양육비, 면접교섭까지 한 자리에서 함께 정해집니다. 판결과 다른 점은 그 내용을 법원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합의로 만들어 간다는 것인데, 이는 기회이기도 하고 부담이기도 합니다. 판결이라면 법원이 정리해 줄 문언을 당사자가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재산분할금의 지급 시기와 방법, 부동산 이전의 절차, 양육비의 지급일과 종기, 이행되지 않을 때의 처리까지 조서에 어떻게 특정되는지에 따라 이후의 분쟁 가능성이 달라지게 됩니다. 더 이상 서로 청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청산조항을 넣을 것인지도 마찬가지여서, 넣으면 분쟁을 확실하게 닫는 대신 남겨 둔 청구까지 함께 닫힐 수 있고, 넣지 않으면 그 반대가 됩니다.
조정에서 합의할 것인지를 판단하려면 합의하지 않았을 때 그다음에 무엇이 일어나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건은 소송 절차로 넘어가 판결을 향해 진행됩니다. 즉 조정을 거부한다고 해서 이혼 문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결정의 주체가 당사자에서 법원으로 바뀌는 것뿐입니다.
한 가지 더 알아 두셔야 할 것이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 이른바 강제조정입니다. 가사조정에 준용되는 민사조정법 제30조에 따라 법원은 합의가 성립되지 않은 사건 등에 관하여 직권으로 사건의 공평한 해결을 위한 결정을 할 수 있는데, 이 결정에 대해서는 조서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2주일 이내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고, 그 기간 안에 이의신청이 없으면 결정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으로 확정됩니다. 이 기간은 늘려 주지 않는 불변기간이므로, 결정문을 받아 두고 판단을 미루는 사이에 기간이 지나 버리면 합의한 적 없는 내용이 합의한 것과 같은 효력으로 확정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기간 내에 이의를 신청하면 결정은 효력을 잃고 사건은 소송 절차로 진행됩니다.
그렇다면 판결까지 가는 선택은 무엇을 부담하게 되는 것일까요? 우선은 시간입니다. 조정이 성립하면 그 자리에서 끝났을 사건이 판결까지 가면 주장과 입증을 다투는 기간을 온전히 거치게 됩니다. 다음은 입증의 부담입니다. 조정에서라면 서로 양보하고 넘어갔을 지점들이 판결에서는 증거로 증명해야 하는 지점이 되는 것이고, 위자료의 근거가 되는 사정도, 재산분할의 기초가 되는 재산의 규모와 기여도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정리하자면 조정이혼은 협의이혼의 부드러운 버전이 아니라, 확정판결에 준하는 효력을 그 자리에서 만들어내는 재판 절차입니다. 조정에서 합의하면 신속하게, 그리고 당사자가 문언을 만드는 방식으로 사건이 종결되는 대신 그 내용을 다시 다툴 기회를 포기하게 되는 것이고, 합의하지 않으면 다툴 기회를 가지는 대신 기간과 입증의 부담을 지게 되는 것입니다.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이 내려진 경우라면 2주의 이의신청 기간을 지키는 것 자체가 권리 행사의 조건이 됩니다.
그러므로 조정기일을 앞두고 하셔야 할 일은 막연히 마음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논의되는 조정안이 확정되었을 때 얻는 것과 닫히는 것, 그리고 판결까지 갔을 때의 전망과 부담을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 비교가 가능한 상태로 조정실에 들어가시는 것이야말로 조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을 후회로 만들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