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전체메뉴
칼럼
이혼 후 재산분할, 2년이라는 기간의 의미
민법은 재산분할청구권을 이혼의 효과로 정하면서, 그 권리를 반드시 이혼과 같은 시점에 행사하라고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이혼할 때 재산 문제를 정리하지 못했더라도 그 뒤에 따로 청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둔 것입니다. 다만 그 길에는 기한이 있고, 그 기한의 성질이 조금 특별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혼이 끝난 뒤의 재산분할이 언제까지, 무엇에 대하여 가능한지를 설명드리겠습니다. 무엇이 분할의 대상이 되는지, 기여도가 어떻게 평가되는지는 각각 따로 정리한 글이 있으므로, 여기서는 청구가 가능한지와 그 기간에 집중하겠습니다.
민법 제839조의2 제1항은 협의상 이혼한 사람의 일방이 다른 일방에게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제2항은 그 재산분할에 관하여 협의가 되지 않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이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와 그 밖의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고 규정합니다. 재판상 이혼을 한 경우에도 이 조항이 그대로 준용됩니다(민법 제843조).
조문의 구조를 보시면 이 권리의 성격이 드러납니다.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라는 사건에서 생겨나는 권리이지, 이혼 절차 안에서만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닙니다. 이혼할 때 재산에 관하여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다면, 정하지 않은 상태 그대로 청구권이 남아 있는 것입니다.
협의이혼을 하신 분들이 특히 오해하시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협의이혼 절차에서 가정법원이 확인하는 것은 이혼의 의사이고, 양육할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양육과 친권자 결정에 관한 협의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민법 제836조의2). 재산분할에 관한 합의는 협의이혼 절차의 요건이 아닙니다. 그러니 이혼 서류 어디에도 재산 이야기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권리를 포기한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협의이혼 절차가 재산분할을 묻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혼 후에 하는 재산분할 청구는 가정법원의 관할이며, 재산분할에 관한 처분은 마류 가사비송사건에 해당합니다(가사소송법 제2조). 그리고 이 사건은 조정 전치의 대상이어서, 심판을 청구하려는 사람은 먼저 조정을 신청하여야 하고 조정을 거치지 않고 청구하면 법원이 사건을 조정에 회부합니다(가사소송법 제50조).
이제 기간을 보겠습니다. 민법 제839조의2 제3항은 재산분할청구권이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소멸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조문 자체는 짧지만, 이 2년이 어떤 성질의 기간인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판례와 학설은 이 기간을 제척기간으로 봅니다. 소멸시효와 제척기간은 둘 다 시간이 지나면 권리가 소멸한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작동 방식이 다릅니다. 소멸시효에는 중단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청구나 압류를 하거나 상대방이 채무를 승인하면 그때까지 진행된 기간이 없던 것이 되고 처음부터 다시 계산됩니다. 반면 제척기간은 권리가 존속하도록 예정된 기간 그 자체이므로, 중단이라는 관념이 들어설 자리가 없습니다.
이 차이는 실제 상황에서 이렇게 나타납니다. 내용증명을 보내 재산분할을 요구하더라도 기간의 진행은 멈추지 않습니다. 상대방과 연락이 오가고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상대방이 곧 정리하자는 태도를 보이는 동안에도 기간은 그대로 흐릅니다. 협의를 시도하는 것 자체는 자연스럽고 필요한 일이지만, 그 시도가 기간을 벌어 주지는 않는다는 점은 알고 계셔야 합니다.
한 가지 더 짚어 두겠습니다. 기간 안에 청구했다고 해서 그 뒤에 발견되는 모든 재산이 자동으로 그 청구에 포함되는 것은 아닙니다. 분할을 구하는 대상은 청구 안에서 특정되어야 하고, 그 특정 역시 2년이라는 기간의 제약을 받습니다. 그래서 청구할 때 대상 재산을 가능한 한 넓게 특정해 두는 것이 실무적으로 중요합니다.
2년이라는 기간을 정확히 말씀드리는 이유는 서두르시라는 뜻이 아닙니다. 협의를 하는 동안에도 기간이 흐른다는 사실을 알고 계셔야, 협의를 이어갈지 절차를 밟을지를 스스로 판단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청구가 가능한지를 실제로 가르는 것은 이혼 당시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여기서 사안이 두 갈래로 나뉩니다.
이혼하면서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가 성립했다면 원칙적으로 그 협의에 따릅니다. 시간이 지나 그 내용이 자신에게 불리했다는 판단이 서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다시 다투기는 어렵습니다. 협의로 정리된 법률관계에 뒤늦게 다른 결론을 붙이는 것은 협의라는 제도의 의미를 무너뜨리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협의에 사기나 강박 같은 하자가 있었던 경우는 협의의 효력 자체를 다투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반대로 협의가 아예 없었거나, 협의가 있었더라도 그 대상이 되지 않았던 재산이 남아 있다면 사정이 다릅니다. 이 경우에는 정해지지 않은 부분에 관하여 청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판단은 결국 이혼 당시 오간 문서의 문언에 달려 있습니다. 합의서나 각서에 재산에 관한 조항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느 범위까지 정한 것인지, 재산에 관한 청구를 서로 하지 않기로 하는 취지의 문구가 들어 있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정식으로 작성한 문서가 없더라도 그 무렵 주고받은 문자나 메시지가 협의의 존재와 범위를 보여주는 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자기 사안이 어느 쪽인지를 확인하는 일은, 대개 기억을 더듬는 것보다 그때의 문서를 다시 읽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이혼 당시에는 존재를 몰랐던 재산이 뒤에 확인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재산분할 재판을 거쳤더라도 그 재판에서 분할의 대상인지가 심리·판단되지 않은 재산이 따로 있었다면, 그 부분에 관하여 추가로 청구할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 역시 2년이라는 기간 안에서만 가능합니다.
여기서 기간에 관하여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분할연금은 재산분할과는 별개의 제도이고, 기한도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분할연금은 요건을 모두 갖추게 된 때부터 5년 이내에 청구하여야 합니다(국민연금법 제64조 제3항). 그리고 요건 중 하나인 연령에 이르기 전에 이혼한 경우에는, 이혼의 효력이 발생한 때부터 3년 이내에 미리 청구해 둘 수 있습니다(국민연금법 제64조의3). 제도의 요건이나 금액이 어떻게 정해지는지는 이 글에서 다루지 않겠습니다.
말씀드리려는 것은 하나입니다. 재산분할의 2년만 계산하고 계시면, 연금 쪽의 기한은 그 계산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두 제도는 각자의 시계로 움직이므로 각각 확인하셔야 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는 이미 2년이 지난 분도 계실 것입니다. 그 경우 재산분할청구권 자체는 소멸했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 점은 분명하게 말씀드리는 편이 낫습니다.
다만 그 사실만으로 검토할 것이 모두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앞에서 본 분할연금은 재산분할과 다른 기한을 가지고 있고, 이혼 당시의 협의 자체에 효력을 다툴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협의의 효력이 먼저 문제 됩니다. 재산분할이 아닌 다른 법률관계에 근거하여 다툴 수 있는 부분이 남아 있는 사안도 있습니다.
이 경로들이 열려 있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각각 요건이 따로 있고, 사안에 따라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기간이 지났다는 한 가지 사실로 모든 검토를 닫아 버리기 전에, 자기 사안에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는 한 번 확인해 볼 만합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실제 순서로 옮겨 보겠습니다.
첫째, 이혼한 날이 언제인지 확정합니다. 협의이혼은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신고함으로써 효력이 생기므로(민법 제836조 제1항) 이혼신고일이 기준이 되고, 재판상 이혼은 판결이 확정된 날이 기준이 됩니다. 2년의 기산점이 여기에서 정해지므로 가장 먼저 확인할 사실입니다.
둘째, 이혼 무렵의 문서를 다시 읽습니다. 합의서, 각서, 그 시기에 주고받은 문자에 재산에 관한 언급이 있는지를 봅니다. 앞서 본 것처럼 그 문언이 협의의 성립 여부와 범위를 가릅니다.
셋째, 남은 기간이 넉넉하지 않다면 재산을 전부 파악한 뒤에 청구하겠다는 순서를 고집하지 않아도 됩니다. 먼저 청구를 해 두고 절차 안에서 대상을 넓혀 가는 경로가 있습니다. 이때 청구 단계에서 대상 재산을 가능한 한 넓게 특정해 두는 것이 뒤의 선택지를 남겨 둡니다. 상대방이 재산을 처분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위해서는 재산분할청구권 보전을 위한 사해행위취소권(민법 제839조의3)과 보전처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런 수단이 있다는 사실만 알아 두시면 충분하고, 어떤 경우에 어떻게 쓸 것인지는 사안을 보고 판단할 문제입니다.
무엇이 분할의 대상이 되는지, 기여도가 얼마나 인정되는지는 그다음 단계의 문제입니다. 각각 따로 정리한 글이 있으니 그 글들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결국 이혼 후 재산분할에서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이혼한 날이 언제인가, 그리고 그 무렵의 문서에 재산에 관한 문언이 있는가. 이 두 가지가 확인되면 청구가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어디까지인지의 윤곽이 잡힙니다. 혼자 판단하기 어려우시다면 그 두 가지를 함께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