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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혼소송 기간을 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혼소송을 준비하시는 분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소송에 걸리는 기간에 대한 걱정이 생각보다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소송이 길어지면 그동안의 생활은 어떻게 되는지, 차라리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합의로 빨리 끝내는 편이 낫지 않은지를 고민하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고민에 평균 몇 개월이라는 숫자로 답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혼소송의 기간은 결국 무엇을 다투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혼 여부만 다투는 사건과 재산분할·양육권까지 걸린 사건은 거치는 절차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이혼소송이라고 해서, 두 사안이 같은 기간 안에 끝나리라 기대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단순히 이혼소송 기간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보다는, 기간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인 내용들에 대해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시면 자신의 사건에서 어디에 시간이 쓰이게 될지, 기간을 줄이려는 선택이 무엇을 감수하는 선택인지를 스스로 가늠해 보실 수 있습니다.
재판상 이혼 사건은 곧바로 재판으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가사소송법은 재판상 이혼을 포함한 일정한 가사사건에 대하여 조정 전치주의를 정하고 있어서, 소를 제기하려는 사람은 먼저 조정을 신청하여야 하고, 조정을 거치지 않고 소를 제기하면 법원이 그 사건을 조정에 회부합니다(가사소송법 제50조). 공시송달에 의하지 않고는 당사자를 소환할 수 없는 경우나 조정이 성립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그렇습니다.
조정을 형식적인 절차로 여기는 시각도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조정기일에서는 이혼 여부만이 아니라 재산분할, 양육, 위자료까지 조건 전체가 논의될 수 있고, 양쪽이 합의에 이르면 조정 성립으로 사건이 종결됩니다. 판결까지 가는 어떤 경로보다도 빠르게 끝나는 길입니다.
그러나 조정은 당사자 간의 합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성립을 담보할 수는 없습니다. 모두가 빠른 결말을 원하지만, 그저 빠른 결말을 위해서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양보하고 손해를 감수하려고 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사건은 소송절차로 넘어가고, 본격적인 심리가 시작됩니다.
조정이 성립하지 않아 소송으로 넘어가면, 이제 기간은 사건이 품고 있는 쟁점의 수와 무게에 따라 정해집니다. 시간이 쓰이는 지점들을 순서대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송달입니다. 소송은 상대방에게 서류가 도달해야 진행됩니다. 상대방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송달이 되지 않으면 절차는 그 자리에서 멈추게 됩니다. 다만 송달이 끝내 되지 않는 경우에는 공시송달이라는 수단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상대방이 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혼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은 재산의 파악입니다. 재산분할이 걸린 사건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쓰이는 부분입니다. 법원은 필요한 경우 당사자에게 재산상태를 구체적으로 밝힌 재산목록의 제출을 명할 수 있고(가사소송법 제48조의2), 금융기관에 대한 재산 조회와 사실조회를 통해 상대방 명의의 재산을 확인해 갑니다. 상대방이 자료를 내지 않거나 재산을 여러 곳에 흩어 놓은 사건일수록 이 과정은 길어집니다. 여기에 부동산, 퇴직급여, 비상장주식처럼 가액을 정해야 하는 재산이 있으면 감정 절차가 더해집니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사건에서는 자녀에 관한 절차가 진행됩니다. 양육환경에 대한 가사조사가 이루어지고, 자녀의 의견을 듣는 절차나 부모에 대한 상담·교육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자녀의 복리를 위한 시간이므로 생략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쟁점이 하나의 판결에 담긴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혼소송에서는 위자료, 재산분할, 친권자와 양육자의 지정, 양육비가 함께 판단되므로, 어느 한 쟁점의 심리가 늦어지면 판결 전체가 함께 늦어집니다. 이혼 자체는 다투지 않는데도 소송이 길어지는 사건이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끝나지 않고 있는 것은 이혼이 아니라 조건의 정리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1심 판결에 어느 쪽이든 불복하면 항소심이 이어지므로, 처음부터 항소 가능성까지 계산에 넣어 두시는 편이 현실적인 전망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구조를 이해하면 기간을 줄이는 방법도 보입니다. 절차 자체를 건너뛸 수는 없으므로, 줄일 수 있는 것은 다투는 쟁점의 수입니다. 조정에서 조건이 합의되면 사건은 가장 빨리 끝나고, 소송 중에도 화해권고나 조정으로 종결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반드시 함께 살펴보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빠른 종결에는 대가가 따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재산 파악이 끝나기 전에 이루어지는 합의는, 알지 못한 재산을 계산에서 빠뜨린 채 확정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번 성립한 조정과 합의는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재산 파악에 쓰이는 시간은 단순한 지연이라기보다, 재산분할의 정확도를 확보하기 위한 시간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빨리 끝내는 쪽이 나은 사건도 있고, 시간을 들여 다투는 쪽이 나은 사건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자신의 사건에 맞는지는 쟁점의 무게와 재산 파악의 진행 정도를 놓고 판단할 문제이지, 기간만 놓고 정할 문제는 아닙니다.
기간에 대한 걱정의 상당 부분은, 소송이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오해에서 나옵니다. 실제로는 본안 판결을 기다리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절차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가정법원은 사건의 해결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사전처분으로 소송 중의 상태를 정할 수 있습니다. 자녀를 누가 임시로 양육할지, 생활비와 양육비를 어떻게 할지가 본안 판결에 앞서 다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재산분할의 분야에서는 상대방이 재산을 처분해 버릴 우려가 있을 때 가압류·가처분으로 재산을 묶어 두는 보전처분이 있습니다. 재산분할 판결이 아무리 정확해도 집행할 재산이 남아 있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므로, 보전처분을 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반드시 소송 초기에 검토해야 합니다.
이혼소송의 기간은 조정이라는 관문에서 시작해, 송달, 재산의 파악과 감정, 자녀에 관한 절차를 지나며 정해집니다. 위자료·재산분할·양육이 하나의 판결에 병합되기 때문에, 가장 무거운 쟁점이 걸리는 시간이 사건 전체의 시간이 됩니다. 평균적으로 소요되는 기간을 말씀드릴 수는 있겠지만, 내 사건이 그 평균값에 해당될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기간을 줄이는 길은 다투는 쟁점을 줄이는 것인데, 재산 파악이 끝나기 전의 합의는 알지 못한 재산을 놓친 채 확정될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한 번 성립한 합의는 되돌리기 어려우므로, 무엇을 감수하고 얻는 선택인지 알고 결정하셔야 합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사전처분과 보전처분으로 양육·생활비·재산에 관한 조치를 세워 둘 수 있습니다.
기간을 기준으로 소송과 합의를 저울질하고 계시다면, 그 저울에 시간을 단축하는 대가로 무엇이 올라가 있는지 객관적으로 진단받아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