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전체메뉴
칼럼
상간남 소송 대응, 답변서보다 먼저 정해야 하는 것
민사소송에는 무변론판결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소장을 받은 피고가 정해진 기간 안에 답변서를 내지 않으면, 법원이 원고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한 것으로 보고 변론 없이 판결을 선고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상간소송도 민사소송이므로 이 제도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소장을 받은 뒤의 시간이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상간소송의 소장을 받은 직후부터 답변서를 쓰기 전까지의 단계에서, 무엇을 먼저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순서대로 설명드리겠습니다. 답변서라는 문서를 어떻게 쓸지, 소송의 목표를 어디에 둘지는 별도로 정리한 글들이 있으므로, 여기서는 그 이전 단계에 집중하겠습니다.
한 가지 먼저 말씀드리면, 상간남과 상간녀는 검색어가 다를 뿐 적용되는 법리는 같습니다. 이 소송은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에 근거한 손해배상청구이고, 그 요건과 판단 기준에 성별의 구분은 없습니다. 아래의 설명은 어느 쪽 사건에든 그대로 적용됩니다.
소장 부본을 송달받으면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합니다(민사소송법 제256조). 이 기간을 넘기고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으면, 법원은 청구의 원인이 된 사실을 피고가 자백한 것으로 보고 변론 없이 판결할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257조 제1항). 원고가 소장에 적은 사실관계가 다툼 없이 그대로 인정된 채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제도의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조항의 단서는, 판결이 선고되기까지 피고가 다투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하면 무변론판결을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기한을 넘겼다고 해서 곧바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고, 선고 전이라면 다툴 길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니 이미 며칠이 지났다고 포기하실 일도 아니고, 아직 시간이 있다고 미루실 일도 아닙니다.
이와 함께 확인하실 것이 송달의 상태입니다. 소장이 실제로 언제 송달되었는지에 따라 기간의 계산이 달라지고, 주소 문제로 송달이 늦어지거나 어긋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법원에서 온 서류의 날짜와 지정된 기일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모든 판단의 출발점이 됩니다.
소장을 읽고 나면 반박하고 싶은 문장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나 첫 순서는 반박문을 쓰는 것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자기 손으로 정리해 확정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순서를 정하는 이유는 소송 서면이 갖는 무게 때문입니다. 서면에서 인정한 사실은 재판상 자백이 되어, 상대방의 동의가 있거나 그 자백이 진실에 어긋나고 착오로 인한 것임을 증명한 때에만 취소할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288조).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다툴지가 정리되기 전에 서면을 내면, 나중에 방향을 바꾸려 할 때 그 서면 자체가 걸림돌이 됩니다.
사실관계의 정리는 두 방향으로 진행하시면 됩니다. 하나는 자신의 기억을 시간 순서대로 적는 것입니다. 관계가 언제 어떻게 시작되어 어떤 경과를 거쳤는지, 상대방의 혼인 여부를 언제 어떤 경위로 알게 되었는지를 날짜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이때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도 빠뜨리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불리한 사실은 감춘다고 사라지지 않고, 뒤늦게 드러나면 그때까지 쌓아 온 주장 전체의 신빙성을 무너뜨립니다.
다른 하나는 소장에 첨부된 증거를 목록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원고가 낸 자료로 무엇이 확인되고 무엇이 확인되지 않는지를 구분해 보면, 다툴 수 있는 부분과 다투기 어려운 부분이 드러납니다. 이 구분이 이후 모든 판단의 재료가 됩니다.
이 시기에 특히 조심하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소장을 받은 뒤에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소송의 증거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당황한 나머지 원고나 그 배우자에게 연락해서 사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사과의 문장은 부정행위와 기혼 사실의 인식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합의를 시도하며 한 진술, 상대방과 계속 주고받은 연락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장이 오기 전의 접촉도 다르지 않아서, 미리 만나 정리해 보려던 대화가 고스란히 원고 측의 증거 목록에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접촉이 필요하다면 대리인을 통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감정이 실리지 않고, 진술의 범위가 통제되기 때문입니다.
반대 방향의 유혹도 있습니다. 남아 있는 대화나 기록을 지우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자료를 지우는 것은 해결책이 되지 못하며, 오히려 더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원고가 이미 확보한 자료는 지워지지 않고, 지운 흔적은 그 자체로 불리한 정황이 되며, 훼손의 경위에 따라서는 별도의 법적 문제가 더해질 수 있습니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사실 위에서 대응을 설계하는 것이, 돌아가는 길처럼 보여도 가장 안전한 길입니다.
합의 협상에 관해서도 한 가지 짚어 두겠습니다. 협상은 답변서 제출과 얼마든지 함께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답변서를 내지 않고 버티는 것이 협상에 유리하다는 생각은 근거가 없고, 무변론판결의 위험만 쌓이게 됩니다. 절차는 절차대로 지키면서 협상은 별도로 진행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여기까지가 하지 말아야 할 것과 정리해야 할 것이었다면, 이제 다툴 수 있는 것을 살펴볼 차례입니다. 이 소송에서 책임이 성립하려면 혼인관계가 존속하는 중의 부정행위가 있어야 하고, 피고가 상대방의 기혼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하며, 이러한 요건의 증명책임은 원고에게 있습니다. 피고의 항변은 이 요건들에 대응하여 자리를 잡습니다.
첫째, 기혼 사실을 알지 못했고 알 수도 없었다는 항변입니다. 상대방이 미혼으로 행세한 사안에서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원고가 인식을 뒷받침할 정황을 제시하면, 몰랐다는 사정을 뒷받침할 구체적 자료가 피고 쪽에도 필요해집니다.
둘째, 관계가 부정행위로 평가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는 항변입니다. 부정행위는 성관계에 한정되지 않는 넓은 개념이므로, 이 항변은 개별 행위를 부인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관계 전체의 성격을 다투는 것이 됩니다. 원고 측 증거가 보여주는 것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의 경계를 정확히 짚어야 합니다.
셋째, 부부공동생활이 이미 파탄된 뒤의 관계였다는 항변입니다. 부부공동생활이 실질적으로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뒤의 관계는 배우자에 대한 불법행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법리입니다(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 다만 이 항변은 주장만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파탄의 시점과 상태를 뒷받침하는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피고가 증명해야 하고, 부부 사이가 나빴다는 정도의 사정으로는 부족합니다.
어느 항변이든 공통점은 같습니다. 항변을 세우는 것은 기대가 아니라 자료입니다. 상대방이 먼저 접근했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이 없어지지 않고, 파탄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것만으로 항변이 서지 않습니다. 자신의 사안에 어느 항변의 자리가 있는지, 그 자리를 채울 자료가 있는지를 차분히 살펴보는 것이 이 단계에서 해야 할 일입니다.
소장을 받은 직후의 순서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송달 일자와 기일을 확인해서 남은 시간을 파악합니다. 다음으로 사실관계를 시간 순서대로, 불리한 사실까지 포함해서 정리하고, 원고의 증거로 무엇이 확인되는지를 목록으로 만듭니다. 그 사이에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원고 측과의 직접 접촉, 감정적인 사과나 해명, 그리고 자료의 삭제입니다. 대응하는 과정 자체가 증거로 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위에서 다툴 부분을 살핍니다. 기혼 사실의 인식, 부정행위의 평가, 혼인관계의 파탄이라는 세 항변 가운데 자신의 사안에 자리가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채울 자료가 있는지를 봅니다. 이 판단이 서야 비로소 소송의 목표를 정할 수 있고, 답변서는 그 목표 위에서 쓰게 됩니다.
30일은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순서를 잘못 쓰면 모자라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구체적인 사안에서 어느 항변이 가능하고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는 소장의 내용과 확보된 증거에 따라 달라지므로, 답변서의 방향을 정하기 전에 소장과 첨부증거를 함께 놓고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받아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