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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혼 재산분할 기여도, 무엇으로 정해지는가
이혼을 앞두고 재산 문제를 헤아리기 시작하면, 결국 하나의 숫자로 관심이 모입니다. 내 기여도가 얼마나 인정될 것인가입니다. 그리고 그 숫자를 가늠하면서 많은 분들이 자연스럽게 소득을 떠올립니다. 내가 얼마를 벌었고 상대방이 얼마를 벌었는지가 곧 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재산분할에서 말하는 기여도는 소득의 비율이 아닙니다. 무엇을 얼마나 벌었는지가 아니라, 그 재산이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데 각자가 어떻게 협력했는지를 보는 개념입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자신의 위치를 크게 잘못 가늠하게 되고, 그 오해 위에서 협의에 응하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기여도가 무엇을 재는 척도인지, 어떤 요소들이 그 판단에 들어오는지, 그리고 흔히 얽혀 있는 오해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재산분할이라는 제도가 왜 있는지부터 보아야 합니다. 우리 민법은 부부재산에 관하여 별산제를 취합니다. 혼인 중 각자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의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이 원칙만 관철하면, 이혼할 때 명의가 곧 최종적인 몫이 되어 버립니다.
대법원은 재산분할 제도를 이 별산제를 보완하는 장치로 설명합니다. 재산분할은 혼인 중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며, 이혼할 때에는 그 재산의 명의와 상관없이 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기여한 정도 등 실질에 따라 각자의 몫을 분할하여 귀속시키고자 하는 제도라는 것입니다(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므4071, 4088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시에 기여도의 정의가 들어 있습니다. 판단 대상은 '누가 얼마를 벌었는가'가 아니라 '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어떻게 기여했는가'입니다. 소득은 그 기여를 보여주는 여러 사정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그래서 가사와 육아를 담당한 것도 협력으로 평가됩니다. 한쪽이 가정을 맡아 준 덕분에 다른 한쪽이 경제활동에 집중할 수 있었다면, 그 재산은 두 사람의 협력으로 형성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소득이 없었다는 사정이 곧 기여가 없었다는 뜻이 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민법 제839조의2는 협의가 되지 않으면 가정법원이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기타 사정'이라는 표현이 말해 주듯, 기여도는 하나의 지표로 계산되지 않고 여러 사정의 종합으로 정해집니다.
실제로 고려되는 것들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혼인이 얼마나 이어졌는지, 재산이 언제 어떤 경위로 형성되었는지, 각자의 소득과 보유 재산은 어떠했는지, 가사와 양육은 어떻게 분담되었는지, 혼인 중에 진 채무가 있다면 그 성격은 무엇인지 등입니다. 여기에 이혼 이후 당사자들의 생활보장에 대한 배려, 곧 부양적 요소도 함께 고려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요소가 이렇게 여러 갈래인 이상, 공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같은 기간을 혼인한 부부라도 재산이 형성된 경위와 각자의 역할이 다르면 결론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사례에서 들은 비율을 자신의 사안에 그대로 옮기는 것은 위험합니다. 조건이 비슷해 보여도 판단에 들어오는 사정이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여도를 논하기 전에 짚어야 할 순서가 있습니다. 재산분할 사건은 대체로 두 단계로 진행됩니다. 먼저 무엇을 나눌 것인지, 곧 분할 대상 재산을 확정하고, 그다음에 그것을 어떤 비율로 나눌지를 정합니다.
이 순서가 중요한 이유는, 대상이 정해지지 않으면 기여도를 아무리 다투어도 실익이 없기 때문입니다. 분할 대상에 들어오지 않은 재산에 대해서는 기여를 주장할 자리가 없습니다. 반대로 대상이 넓게 확정되면 같은 비율이라도 실제 몫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상대방 명의로 되어 있는 재산이라도 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먼저 이해하셔야 합니다. 앞서 본 것처럼 명의는 결정적 기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재산이 전부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기여도를 다투는 일보다 앞섭니다. 다만 혼인 전부터 가지고 있던 재산이나 상속·증여로 받은 재산, 이른바 특유재산이 분할 대상에 들어오는지는 그 자체로 별도의 쟁점이므로,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고 따로 정리한 글로 넘기겠습니다.
이제 가장 많이 얽히는 오해를 짚겠습니다.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으면 재산분할에서 손해를 본다는 생각입니다. 외도를 했으니 재산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이라거나, 반대로 상대방이 유책이니 내가 더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유책성과 기여도는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다는 사정은 위자료에서 평가됩니다. 위자료는 유책행위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배상하는 것이므로 책임의 소재가 그 자체로 판단의 대상입니다. 반면 재산분할은 혼인 중 형성된 재산을 협력의 실질에 따라 청산하는 절차입니다. 청산의 근거는 협력이지 품행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파탄에 책임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기여도가 깎이는 것은 아닙니다. 두 청구는 근거도 요건도 다르므로 각각 판단됩니다. 이 구분을 놓치면 두 가지 잘못된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책임이 있으니 재산분할은 포기해야겠다고 지레 물러서거나, 상대방에게 책임이 있으니 재산도 당연히 더 받을 것이라 기대했다가 어긋나는 것입니다.
소득이 없었던 배우자, 특히 전업주부의 기여도를 두고는 정반대의 두 통념이 함께 돌아다닙니다. 하나는 전업주부는 당연히 절반을 받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득이 없었으니 얼마 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쪽도 정해진 답이 아닙니다. 앞서 본 것처럼 가사와 육아는 협력으로 평가되므로 소득이 없었다는 사정이 기여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곧 일정한 비율을 보장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기여도는 혼인기간, 재산 형성의 경위, 실제 분담의 내용 같은 사정을 종합해 정해지는 것이지, 지위에 따라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실 때에는 어느 쪽 통념에도 기대지 말고, 실제로 무엇을 어떻게 분담했는지를 사정 단위로 정리해 보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혼인 기간 동안의 소득과 지출이 어떤 구조였는지, 재산이 언제 어떤 돈으로 취득되었는지, 가사와 양육이 실제로 어떻게 나뉘어 있었는지가 그 재료입니다.
마지막으로 실무에서 자주 보게 되는 문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협의 단계에서 자신의 기여를 스스로 낮춰 잡는 경우입니다.
소득이 없었다는 이유로, 또는 파탄에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미리 물러서서 조건에 합의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두 사정 모두 기여도를 당연히 낮추는 요인이 아닙니다. 그리고 한 번 합의가 이루어지면 그 내용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기여를 주장하려면 그 사정을 뒷받침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혼인 기간과 그 사이의 소득·지출 구조, 재산의 취득 경위를 보여주는 자료, 가사와 양육의 분담이 실제로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는 자료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주장은 자료 위에서만 힘을 갖고, 정리되지 않은 기여는 판단의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덧붙여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행사할 수 없다는 점도 기억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민법 제839조의2 제3항).
재산분할에서 기여도는 소득의 비율이 아니라 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대한 협력을 재는 척도입니다. 재산분할이 부부별산제를 보완하여 명의와 무관하게 실질에 따라 청산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며, 가사와 육아도 그 협력에 포함됩니다.
판단에는 혼인기간, 재산 형성의 경위와 시기, 각자의 소득과 재산, 가사·양육의 분담, 채무의 성격, 이혼 후의 부양적 요소까지 여러 사정이 종합됩니다. 공식이 없으므로 다른 사례의 비율을 그대로 옮겨 올 수 없습니다.
순서상 분할 대상을 확정하는 일이 기여도 판단보다 앞서고, 유책성은 위자료에서 평가되는 사정이지 그것만으로 기여도가 깎이지 않습니다. 전업주부에 관한 두 통념도 어느 쪽이 정답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협의 단계에서 스스로 기여를 낮춰 잡으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에서 기여도가 어떻게 평가될지는 혼인의 경과와 재산의 형성 경위, 확보할 수 있는 자료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혼을 앞두고 계시다면 자신의 기여를 뒷받침할 사정을 정리하신 뒤,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받아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