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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상간남 합의금과 합의서 조항, 금액만의 문제가 아니다
합의 요구를 받았거나 소장을 받은 뒤 합의를 검토하게 되면, 질문은 대개 한 곳으로 모입니다. 얼마가 적정한가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 바로 답할 수 있는 숫자는 없습니다. 합의금은 시세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양쪽이 각자의 사정 위에서 만들어 내는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정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금액이 형성되는 데에는 분명한 구조가 있습니다. 그 구조를 이해하면 자신이 받은 제안이 어디쯤에 있는지, 무엇을 더 살펴야 하는지가 보입니다. 이 글에서는 합의금이 무엇을 기준으로 정해지는지, 그리고 금액 못지않게 중요한 합의서의 조항들이 실제 부담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본론에 앞서 한 가지만 확인하고 가겠습니다. 상간남과 상간녀는 검색어로는 구분되지만, 적용되는 법리는 다르지 않습니다.
이 소송의 근거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이고, 배상의 내용은 민법 제751조가 정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입니다. 두 조문 어디에도 성별에 따른 구분은 없습니다. 책임의 성립 요건도, 위자료를 정하는 고려 사정도 동일합니다. 그러므로 이 글의 설명은 어느 쪽 사건에든 그대로 적용됩니다.
합의금이 형성되는 출발점은 하나입니다. 이 사건이 판결까지 갔을 때 인정될 위자료의 범위입니다. 협상은 그 예상치를 기준선으로 삼아 위아래로 움직입니다. 기준선을 모르면 제시받은 금액이 높은지 낮은지 판단할 수 없으므로, 합의금을 가늠하는 일은 결국 위자료 산정 요소를 살피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위자료는 정해진 공식이 아니라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정해지며, 그 산정은 사실심 법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여기서 고려되는 사정은 부정행위의 기간과 내용, 관계 형성에서의 주도성, 그 부정행위가 상대 부부의 혼인관계에 미친 영향, 이혼에 이르렀는지 여부, 소 제기 전후의 태도 등입니다.
그러므로 기준선을 잡으려면 자신의 사안에서 이 요소들이 어떻게 평가될지를 먼저 가늠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판단의 재료는 대개 소장과 첨부증거에 들어 있습니다. 상대방이 무엇을 어디까지 확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합의금을 논하기 전의 순서입니다.
그런데 합의금이 판결 예상액과 그대로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두 방향의 힘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금액을 위로 미는 것은 합의로만 얻을 수 있는 이익입니다. 비밀유지 조항으로 사실관계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소송이 길어지며 겪게 될 부담을 덜 수 있으며, 분쟁을 조기에 끝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익은 판결로는 살 수 없는 것이므로, 그 값이 금액에 얹힙니다.
반대로 아래로 당기는 힘도 있습니다. 원고 입장에서도 소송은 부담입니다. 요건을 증명해야 하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며, 인정될 금액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확실한 회수를 위해 예상보다 낮은 금액을 받아들이는 경우도 생깁니다.
정리하면, 합의금은 양쪽이 각자 무엇을 사고 무엇을 파는지에 따라 정해집니다. 노출을 피하는 것이 절실한 쪽은 더 지불하게 되고, 빠른 종결이 필요한 쪽은 덜 받게 됩니다. 여기에 합의 시점도 영향을 미칩니다. 소 제기 전인지, 소송이 진행 중인지, 판결 선고를 앞둔 시점인지에 따라 남은 불확실성의 크기가 달라지고, 그 크기가 곧 협상력이 됩니다.
여기서 흔한 기대 하나를 짚어야 합니다. 합의하면 판결보다 적게 내고 끝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인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앞서 본 것처럼 합의에는 비밀유지와 조기 종결이라는 추가 이익이 얹히고, 상대방으로서는 판결로 받을 수 있는 금액보다 적은 돈에 합의할 이유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합의로 얻는 것은 대체로 금액의 절감이 아니라, 판결로는 살 수 없는 것입니다. 이 점을 전제하고 협상에 들어가야 제안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합의에서 놓치기 쉬운 것이 조항입니다. 같은 금액이라도 어떤 조항이 붙느냐에 따라 실질 부담이 달라집니다. 대표적인 것이 구상권 포기 조항입니다.
설명이 조금 필요합니다.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와 그 상대방은 공동불법행위자의 관계에 있습니다(민법 제760조). 두 사람은 피해 배우자에 대하여 각자 전액을 지급할 의무를 지되 어느 한쪽이 지급하면 그 범위에서 함께 책임을 면하는 관계에 놓입니다.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각자 부담해야 할 몫이 있어서, 자신의 몫을 넘겨 지급한 사람은 나머지를 상대방에게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구상권입니다(민법 제425조의 법리가 준용됩니다).
합의서에 구상권을 포기한다는 조항이 들어가면 이 청구가 봉쇄됩니다. 원래는 두 사람이 나누어 부담했을 몫을 혼자 떠안게 되는 것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합의금은 그대로인데 실제 부담은 커지는 구조이므로, 금액만 보고 조건을 받아들이면 나중에 그 차이를 알게 됩니다.
이 말씀을 드리는 것은 상대방을 불리하게 만드는 요령을 안내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무엇에 서명하는지를 알고 서명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구상권 포기를 넣을지 말지는 협상의 결과이고, 그 조항이 있다면 그만큼이 금액에 반영되어야 균형이 맞습니다.
구상권 말고도 합의서에서 살펴야 할 조항이 몇 가지 더 있습니다.
먼저 부제소합의입니다. 이 사건에 관하여 더 이상 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약정으로, 판례는 이러한 합의에 반하여 제기된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고 봅니다. 구속력이 강한 조항이므로 그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이 사건의 부정행위에 관한 청구로 한정되는지, 장래에 생길 수 있는 문제까지 포기하는 것으로 읽힐 여지는 없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다음은 비밀유지입니다. 합의의 주된 목적이 노출을 막는 데 있다면 이 조항이 실질적인 핵심입니다. 어느 범위의 사람에게 무엇을 알리지 않기로 하는지, 위반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가 정해져야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위반 시의 금액을 정하는 조항은 그 자체로 또 다른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재발 방지에 관한 조항과 지급 방식도 함께 정리됩니다. 분할 지급이라면 미지급 시의 처리가, 일시 지급이라면 지급과 동시에 무엇이 확정되는지가 분명해야 합니다. 합의서는 분쟁을 끝내는 문서인 동시에 그 이후의 법률관계를 만드는 문서입니다. 민법도 화해계약을 별도의 계약으로 정하고 있으며(민법 제731조), 일단 성립하면 그 내용대로 구속력을 가집니다.
상간남 합의금에 정해진 시세는 없습니다. 출발점은 판결까지 갔을 때 인정될 위자료의 범위이고, 그 위에 합의로만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소송을 계속하는 부담이 더해지고 빠지면서 금액이 정해집니다. 그래서 기준선을 잡는 일은 소장과 첨부증거로 상대방이 무엇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합의하면 판결보다 적게 낸다는 기대는 일반적인 결과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합의로 얻는 것은 대체로 금액의 절감이 아니라 비밀유지와 조기 종결이라는, 판결로는 살 수 없는 이익입니다.
무엇보다 합의는 금액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구상권 포기 조항이 들어가면 겉으로 드러난 금액과 무관하게 실제 부담이 커지고, 부제소합의는 범위에 따라 이후의 권리를 크게 좌우합니다. 비밀유지와 지급 방식, 재발 방지에 관한 조항도 함께 설계되어야 합니다.
구체적인 사안에서 기준선이 어디쯤인지, 어떤 조항을 확보하거나 걸러야 하는지는 부정행위의 경위와 확보된 증거, 상대방의 태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합의를 검토하고 계시다면 서명하기 전에 합의서의 문언과 소장의 내용을 함께 검토하여,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받아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