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상간녀소송 대응방법, 기각이 불가능하다면 감액으로 2026-08-04

 

상간녀소송 대응방법, 기각이 불가능하다면 감액으로


 

들어가며

상간녀소송의 소장을 받거나 소송이 예고된 상황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싶어지는 것은 하나입니다. 이 소송을 기각시킬 수는 없는가 하는 것입니다. 책임 자체를 면할 수 있다면 그보다 나은 결과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 답하려면 순서를 바꾸어야 합니다. 기각이 되는지를 먼저 묻는 대신, 어떤 경우에 책임이 부정되는지를 구조로 이해한 다음 자신의 사안을 대입해 보는 것입니다. 기각은 어떤 기술이나 전략으로 만들어 내는 결과가 아니라, 책임의 요건 가운데 하나가 채워지지 않았을 때 따라오는 결론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상간녀소송에서 책임이 성립하는 구조를 먼저 정리하고, 그 구조에서 기각 사유가 어떻게 도출되는지, 그리고 기각이 어려운 사안이라면 목표를 어디로 옮겨야 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책임이 성립하는 구조와 기각이 나오는 자리

상간녀소송은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에 근거한 손해배상청구입니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책임의 요건이 나옵니다. 위법한 행위가 있을 것, 그 행위에 고의나 과실이 있을 것, 손해가 발생했을 것, 그리고 행위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이 요건을 상간 사건에 대입하면 두 개의 관문이 남습니다. 하나는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방이 배우자가 기혼자임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앞의 것이 위법행위에 해당하고, 뒤의 것이 고의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주장하고 증명할 책임은 소송을 제기한 원고에게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각은 이 관문 가운데 어느 하나가 채워지지 않을 때 나옵니다. 부정행위로 평가할 만한 관계가 증명되지 않았거나, 기혼 사실을 알지 못했고 알 수도 없었던 경우입니다. 실제로 상대방이 스스로를 미혼이라고 속인 사안에서는 뒤의 요건이 무너져 책임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보실 점이 있습니다. 이 두 관문은 모두 원고가 채워야 하는 것이므로, 기각 사유는 대체로 피고가 새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원고 측 입증에 공백이 있을 때 드러나는 것입니다. 방어의 출발점이 '무엇을 주장할까'가 아니라 '상대방이 무엇을 증명했는가'에 놓이는 이유입니다.

 

예외적으로 책임이 부정되는 경우 — 이미 파탄된 혼인

요건이 채워졌더라도 책임이 부정되는 경우가 하나 더 있습니다. 부정행위 당시 이미 그 부부의 혼인이 실질적으로 끝나 있었던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하여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하고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면서도, 부부가 아직 이혼하지 않았더라도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면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성적인 행위를 하더라도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없어 불법행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

논리는 명료합니다. 이 소송이 보호하는 것은 혼인이라는 형식이 아니라 부부공동생활이라는 실질입니다. 지켜야 할 실질이 이미 남아 있지 않다면, 침해될 대상도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 항변에는 중요한 조건이 붙습니다. 대법원은 부정행위 당시 부부공동생활이 실질적으로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있었다는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제3자가 증명하여야 한다고 명확히 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2므13504, 13511 판결). 앞서 본 두 관문이 원고의 몫이었던 것과 달리, 파탄 항변만은 피고가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영역인 것입니다.

그래서 이 항변은 막연한 주장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언제부터 그러한 상태였는지를 시점으로 특정하고, 별거의 경위나 기간처럼 그 시점을 뒷받침할 객관적 사정을 함께 제시해야 합니다.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정도의 서술은 파탄의 증명이 되지 못합니다. 없는 사실을 만들어 낼 수는 없고, 있는 사실을 시점과 자료로 정리해 내는 문제입니다.

 

기각과 각하 — 짚고 넘어가는 구별

용어를 하나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기각과 각하는 다릅니다. 각하는 소송의 형식적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아 본안 판단에 들어가지 않고 소송을 끝내는 것이고, 기각은 본안을 판단한 결과 원고의 청구에 이유가 없다고 보아 물리치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것은 뒤의 것, 곧 책임이 인정되지 않아 청구가 배척되는 경우입니다.

실무에서 상간녀소송이 각하로 끝나는 경우는 흔하지 않으므로, 대응을 설계할 때 중심에 두어야 할 것은 기각입니다.

 

전부 기각이 드문 구조적 이유

구조를 이해했다면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습니다. 실제로 기각되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가입니다.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청구 전부가 배척되는 결론은 자주 나오지 않습니다. 이유는 소송이 시작되는 시점에 있습니다. 원고는 대개 관계를 뒷받침할 자료를 어느 정도 확보한 뒤에 소를 제기합니다.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소송을 시작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장이 도착한 시점에는 이미 부정행위의 존재를 다투기 어려운 사안이 적지 않습니다.

여기에 부정행위의 개념이 넓다는 점이 더해집니다. 부정행위는 성관계에 한정되지 않고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행위를 포괄하므로, 결정적인 한 장면이 없어도 여러 자료가 모여 관계의 실질을 보여줄 수 있으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실제 소송에서 다투어지는 지점은 '책임이 있는가'보다 '책임이 어느 정도인가'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결말이 정해져 있다는 뜻이 아니라, 다툴 지점이 어디인지를 사안마다 확인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기혼 사실을 정말로 몰랐던 사안이나 파탄 항변이 성립하는 사안이라면 책임 자체를 다투는 것이 옳고, 그런 사정이 없다면 다른 곳에서 실질적인 차이를 만들어야 합니다.

 

판단은 소장에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어느 쪽인지는 무엇을 보고 정할까요. 출발점은 소장입니다.

소장과 그에 첨부된 증거를 보면 원고가 무엇을 어디까지 확보하고 있는지가 드러납니다. 어떤 기간의 어떤 자료를 근거로 삼고 있는지, 기혼 사실의 인지에 관하여 어떤 사정을 들고 있는지를 확인하면, 앞서 본 두 관문 가운데 흔들릴 여지가 있는 곳이 보입니다.

다만 소장만으로 모든 것이 확인되지는 않습니다. 원고가 가지고 있으면서 아직 제출하지 않은 자료가 있을 수 있고, 소송이 진행되며 주장이 추가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는 결론을 단정하기보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둔 채 검토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소장에서 확인되지 않는 부분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가정하고 방향을 정하면, 뒤에 자료가 나왔을 때 되돌리기 어려워집니다.

이 검토의 결론이 곧 답변서의 방향이 됩니다. 책임의 존부를 다툴 것인지, 책임을 전제로 정도를 다툴 것인지를 정하는 일이며, 앞선 칼럼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방향 설정은 답변서를 쓰기 전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전면 부인이라는 함정

여기서 흔히 보게 되는 판단이 있습니다. 기각을 목표로 삼고 소장의 주장을 전부 부인해 두면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인정해서 좋을 것이 없으니 일단 다투고 보자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 접근은 위험합니다. 증거가 뒷받침하는 사실까지 부인하면 그 부인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뿐 아니라, 명백한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읽힐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위자료 액수를 정할 때에는 소 제기 전후의 태도가 고려 사정에 포함됩니다. 책임을 면하려던 시도가 실패했을 때, 그 시도 자체가 액수를 정하는 단계에서 불리하게 남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반대 방향의 체념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기각이 어렵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다툴 지점이 책임의 존부에서 책임의 범위로 옮겨 갈 뿐,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사실을 인정하고 어느 사실을 다툴지, 어떤 사정을 어떤 자료로 제시할지에 따라 결과에는 실질적인 차이가 생깁니다.

 

목표가 감액으로 옮겨간다는 것의 의미

그래서 많은 사안에서 대응의 목표는 감액으로 옮겨 갑니다. 이 전환을 어떻게 이해하실지가 중요합니다.

목표를 옮기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설계입니다. 승산이 낮은 곳에 힘을 쏟다가 정작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지점을 놓치는 것보다,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편이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위자료는 정해진 공식이 아니라 여러 사정의 종합으로 정해지고, 그 사정들은 주장되고 증명된 만큼만 판단의 자료가 됩니다. 다시 말해 감액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결과가 아니라 다투어서 얻는 결과입니다.

어떤 사정이 그 판단에 반영되는지, 무엇이 액수를 올리고 내리는지는 별도로 정리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이 글에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기각이 어렵다는 진단이 대응의 끝이 아니라 대응 방향의 결정이라는 점입니다.

 

정리

상간녀소송에서 기각은 전략으로 만들어 내는 결과가 아니라, 민법 제750조의 요건 가운데 하나가 채워지지 않았을 때 따라오는 결론입니다. 부정행위의 존재와 기혼 사실의 인지는 원고가 증명해야 하므로, 기각 사유는 대체로 원고 측 입증의 공백에서 드러납니다. 여기에 더해 부정행위 당시 이미 혼인이 실질적으로 파탄되어 있었다면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으나, 그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피고가 시점을 특정해 증명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전부 기각이 드문 것은 소 제기 단계에서 이미 상당한 자료가 확보되어 있고 부정행위의 개념이 넓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투어지는 지점이 책임의 존부보다 정도인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는 결말이 정해져 있다는 뜻이 아니라, 자신의 사안이 어느 쪽인지를 소장과 첨부증거에서 확인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소장에서 파악되지 않는 부분은 유리하게 가정하지 말고 열어 둔 채 검토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기각을 노려 전면 부인하는 대응은 실패했을 때 액수 판단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반대로 기각이 어렵다고 하여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목표가 감액으로 옮겨 가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실제로 차이를 만들 수 있는 곳에 힘을 모으는 설계입니다.

구체적인 사안에서 어느 관문을 다툴 수 있는지, 파탄 항변이 성립할 여지가 있는지는 소장의 내용과 확보된 자료에 따라 달라집니다. 소장을 받으셨다면 답변서를 제출하기 전에 소장과 첨부증거를 함께 검토하여 대응 방향을 정하시고,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받아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