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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상간손해배상, 간통죄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된 순간, 많은 분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처벌입니다. 이렇게 명백한 잘못을 저질렀는데 아무런 벌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알아보면 형사고소는 어렵다는 답을 듣게 되고, 대신 상간소송이라는 절차를 안내받게 됩니다.
여기서 자연스러운 질문이 생깁니다. 상간소송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절차인가, 그리고 예전에 있었다는 간통죄와는 무엇이 다른가 하는 것입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지식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법이 외도라는 행위를 어떤 방식으로 다루기로 했는지를 알아야, 지금 자신이 취할 수 있는 대응이 무엇이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무엇인지가 분명해지기 때문입니다.
과거 우리 형법 제241조는 배우자 있는 사람의 간통행위와 그 상대방의 상간행위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었습니다. 외도가 국가의 형벌로 다스려지는 범죄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15년 2월 26일 이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고, 그로써 간통죄는 효력을 잃었습니다(헌재 2015. 2. 26. 2009헌바17 등). 헌법재판소는 그 이전에 네 차례 합헌 결정을 유지해 왔으나, 이 결정에서 판단을 바꾸었습니다.
위헌 결정의 논거를 이해해 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이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았습니다. 성인이 어떤 상대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는 인격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므로, 국가가 형벌이라는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개입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판단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결정이 '외도는 잘못이 아니다'라고 선언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 되는 행위라 하더라도 그것을 국가가 감옥에 보내는 방식으로 다룰 일인가를 물은 것이고, 그 답이 아니라는 것이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외도에 대한 법적 책임은 사라졌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형사책임이 사라진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이 민사책임, 곧 손해배상입니다.
흔히 상간소송이라 부르는 절차의 법적 실체는 민법 제750조에 근거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입니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하여 혼인의 본질인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하고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하여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외도로 침해된 것은 국가의 법질서이기 이전에 배우자 개인의 권리와 평온이며, 그 침해에 대한 배상을 구하는 것이 상간소송입니다.
이 점에서 상간소송은 교통사고나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과 법적 성질이 같습니다. 다만 침해된 법익이 재산이나 신체가 아니라 혼인공동생활과 그로부터 오는 정신적 평온이기에, 배상의 내용이 위자료라는 형태를 띠는 것입니다.
간통죄와 상간소송의 차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누가 절차를 이끄는가가 다릅니다. 형사절차는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는 과정입니다. 고소는 계기가 될 뿐 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국가입니다. 반면 손해배상청구는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스스로 소를 제기하고 주장과 증거로 다투는 절차입니다. 절차의 주인이 국가에서 당사자로 바뀌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가가 다릅니다. 형벌은 행위에 대한 응보와 예방을 목적으로 하며, 그 결과는 징역이나 벌금처럼 가해자에게 가해지는 제재입니다. 여기서 피해자가 얻는 금전적 회복은 없습니다. 반면 손해배상은 침해로 발생한 손해를 메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그 결과는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배상금입니다.
입증의 정도도 다릅니다. 형사절차에서 유죄를 인정하려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이 요구됩니다. 민사소송의 증명은 그보다 완화된 정도로 족합니다. 물론 상간소송에서도 부정행위의 존재와 상대방이 기혼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원고가 증명해야 하며, 이것이 결코 가벼운 부담은 아닙니다.
정리하면, 간통죄의 폐지로 달라진 것은 '외도에 책임이 따르는가'가 아니라 '그 책임을 국가가 묻는가, 피해자가 묻는가'입니다. 책임을 묻는 주체와 방식이 바뀐 것이지, 책임 자체가 없어진 것이 아닙니다.
다만 솔직하게 짚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상간소송이 법적으로는 손해배상청구일지라도, 이를 제기하는 분들의 마음속에는 배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요소가 있다는 점입니다. 상대방에게 잘못을 인정하게 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다는 마음, 곧 응징의 감정입니다.
이 감정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혼인이라는 관계를 침해당한 사람이 분노를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소송을 통해 상대방의 책임이 공적으로 확인되기를 바라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요구입니다. 실제로 판결로 책임 소재가 명확해지는 것은 배상금과 별개로 의미를 갖습니다.
문제는 이 감정이 법적 절차 바깥으로 흘러나갈 때 생깁니다. 간통죄가 폐지되어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스스로 응징에 나서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방향은 위험합니다. 상대방의 직장이나 가족에게 관계를 알리는 행위는 사실을 적시했더라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고, 찾아가 항의하는 과정에서 주거침입이나 폭행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런 행위들은 그 자체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므로, 책임을 물으려던 사람이 도리어 형사절차의 피의자가 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나아가 이런 대응은 정작 상간소송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위자료 산정에서 소 제기 전후의 사정이 두루 고려되기 때문입니다. 감정을 절차 안으로 가져오는 것과, 감정에 따라 절차 밖에서 행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습니다.
그래서 상간소송이 갖는 의미는 배상금의 확보에만 있지 않습니다. 이 절차는 감정적 대응을 대신하여, 책임의 소재를 법의 언어로 확정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판결은 누가 무엇을 침해했고 그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지는지를 공적으로 확인합니다. 사적인 다툼에서는 서로의 주장이 평행선을 그릴 뿐이지만, 소송에서는 증거에 따라 사실이 확정되고 그에 법이 적용됩니다. 이 확정은 배상이라는 결과를 넘어, 당사자가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기준점이 됩니다. 혼인을 유지하기로 하든 정리하기로 하든, 무엇이 있었는지가 정리되어야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된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대응의 방향은 분명합니다. 감정을 앞세운 사적 대응이 아니라, 증거를 정리하고 법적 절차를 통해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이것이 현재 우리 법이 마련해 둔 길이며, 간통죄가 사라진 뒤에도 외도에 대한 책임이 여전히 존재하는 통로입니다.
간통죄는 2015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되었고, 이제 외도 그 자체를 이유로 형사처벌을 구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는 외도에 아무런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상간소송은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에 근거한 손해배상청구로서, 침해된 혼인공동생활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을 구하는 절차입니다. 국가가 형벌로 묻던 책임을, 이제는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민사절차를 통해 묻게 된 것입니다.
상간소송에 응징의 감정이 섞여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감정이 절차 바깥으로 나가면 명예훼손이나 주거침입과 같은 형사 문제로 되돌아올 수 있고 소송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책임을 묻는 방법은 사적 보복이 아니라 법적 절차를 통한 책임 소재의 확정입니다.
구체적인 사안에서 어떤 증거가 필요하고 어떤 순서로 대응해야 하는지는 부정행위의 경위와 확보된 자료에 따라 달라집니다.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되어 대응을 고민하고 계시다면, 감정적인 행동에 앞서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받아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