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실혼 재산분할, 법률혼이 아니어도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을까? 2026-07-23

 

사실혼 재산분할, 법률혼이 아니어도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을까?

 

들어가며

오랜 시간 함께 살며 살림을 합치고 재산을 일구었지만 혼인신고는 하지 않은 관계, 이른바 사실혼 관계가 끝나는 국면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걱정은 대체로 하나입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으니 재산에 관해서는 아무 권리도 주장할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입니다. 특히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관계를 정리하겠다고 통보한 경우라면, 그 불안은 훨씬 구체적인 형태로 다가옵니다.

이 지점에서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사실혼 관계에서도 재산분할청구권은 그대로 인정됩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재산분할을 받지 못하거나, 법률혼보다 적게 받도록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사실혼과 법률혼 사이에 실제로 다른 지점이 있고, 그 차이는 권리의 크기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두 관계가 무엇으로 갈리는지, 왜 재산분할청구권만은 사실혼에도 인정되는지를 먼저 설명드리고, 마지막에 사실혼에서 반드시 유의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를 짚어 보겠습니다.

 

법률혼과 사실혼은 무엇으로 갈리는가

두 관계를 가르는 기준은 단 하나, 혼인신고입니다. 우리 민법은 혼인은 신고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고 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812조). 신고를 마치면 법률혼이 되고, 신고가 없으면 법률상 부부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신고하지 않은 모든 동거관계가 사실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판례가 말하는 사실혼은 두 가지를 갖춘 관계입니다. 하나는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을 것, 다른 하나는 객관적으로 사회관념상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을 것입니다. 서로를 배우자로 여기고 함께 생활의 기반을 꾸려 왔다면, 혼인신고라는 형식만 갖추지 않았을 뿐 부부로서의 실질은 이미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다음 질문의 답도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법률혼에 관한 규정들 가운데 어떤 것이 사실혼에도 적용되고 어떤 것은 적용되지 않는지는, 그 규정이 '신고라는 형식'에 기대고 있는지 아니면 '부부공동생활이라는 실질'에 기대고 있는지에 따라 갈리게 됩니다.

 

재산분할청구권이 사실혼에도 인정되는 이유

대법원은 사실혼에 대하여, 법률혼에 관한 민법 규정 중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는 규정은 유추적용할 수 없지만, 부부재산의 청산이라는 의미를 갖는 재산분할에 관한 규정은 부부의 생활공동체라는 실질에 비추어 인정되는 것이므로 사실혼관계에도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판시해 왔습니다(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므1379, 1386 판결 등).

이 판시의 논리는 명료합니다. 재산분할은 국가가 혼인신고를 받아 주었기 때문에 주어지는 혜택이 아닙니다. 두 사람이 함께 생활하면서 협력으로 재산을 모았다면, 그 재산에는 이미 양쪽의 기여가 녹아 있습니다. 관계가 끝날 때 그 몫을 정산해 돌려주는 것이 재산분할의 본질이므로, 청산의 근거는 신고서가 아니라 함께한 생활 자체에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실혼 관계가 해소되는 경우에도 재산분할청구권은 그대로 인정되고, 이 사건은 가정법원의 관할에 속합니다(민법 제839조의2 참조).

반대로 혼인신고라는 형식을 전제로 하는 효과는 사실혼에 인정되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상속입니다. 사실혼 배우자는 상대방이 사망하더라도 상속인이 되지 못합니다. 같은 사실혼이라도 재산분할은 되고 상속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언뜻 모순처럼 보이지만, 앞서 본 기준을 대입하면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재산분할은 함께 일군 재산을 정산하는 문제이고, 상속은 법이 정한 신분관계에 따라 지위를 승계시키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재산분할에서 불리하다'는 생각은 법리적으로 근거가 없습니다. 사실혼이라는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재산분할에 적용되는 법리 자체는 법률혼과 다르지 않습니다.

 

재산분할은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는가

그렇다면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가 다음 질문이 됩니다. 재산분할의 일반론을 간단히 짚어 보겠습니다.

먼저 무엇을 나눌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분할의 대상이 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두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동안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하고 유지한 재산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명의가 결정적 기준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부동산이나 예금이 한쪽 명의로만 되어 있더라도, 그 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다른 한쪽의 기여가 있었다면 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한쪽이 관계를 맺기 전부터 가지고 있던 재산이나 상속·증여로 취득한 이른바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상대방이 그 재산의 유지나 감소 방지에 기여한 사정이 인정되면 분할의 대상에 포함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음은 어느 정도로 나눌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그 기준은 기여도입니다. 재산의 형성과 유지, 증식에 각자가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종합해 정하는데, 여기서의 기여는 소득 활동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며 상대방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 것도 기여로 평가됩니다. 재산분할이 부부재산의 청산을 본질로 하면서도 이혼 후 생활을 배려하는 부양적 성격을 아울러 가진다는 점도 판단에 반영됩니다.

다만 구체적인 분할 비율과 방식은 사건마다 다르게 정해집니다. 혼인생활의 기간, 재산의 형성 경위, 각자의 소득과 역할, 관계 해소에 이르게 된 사정이 모두 고려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몇 퍼센트를 받을 수 있다고 미리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어떤 재산이 대상에 포함되는지, 자신의 기여를 어떤 자료로 뒷받침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론은 크게 달라집니다.

 

정작 다른 것은 권리가 아니라 시간입니다

여기까지 보면 사실혼과 법률혼은 재산분할에 관한 한 다를 것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실무에서 두 관계는 분명히 다르게 움직입니다. 그 차이는 권리의 내용이 아니라 관계가 끝나는 방식에서 나옵니다.

법률혼은 당사자 한쪽이 마음먹는다고 해서 해소되지 않습니다. 협의이혼 절차를 밟거나 재판을 통해 이혼 판결을 받아야 비로소 혼인이 끝납니다. 그래서 법률혼 부부는 재산분할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관계만 먼저 끊겨 버리는 일이 생기지 않습니다. 이혼 절차 안에서 재산분할이 함께 다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사실혼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혼의 성립과 해소에는 신고나 재판 같은 절차가 요구되지 않으므로, 한쪽이 공동생활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실제로 관계를 끊으면 그것으로 사실혼은 해소됩니다. 재산분할이 전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계가 먼저 끝나 버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함께 살던 집이 상대방 명의라면 그 집에서 나가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고, 예금이나 부동산이 상대방 명의로 남아 있다면 그 사이에 처분될 위험도 있습니다.

여기에 시간의 제약이 더해집니다. 재산분할청구권은 관계가 해소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행사할 수 없습니다(민법 제839조의2 제3항 참조). 법률혼이라면 이혼한 날이라는 명확한 기준일이 있지만, 사실혼에서는 언제 관계가 해소되었는지 자체가 다툼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별거와 해소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법률혼에서는 혼인관계증명서 한 장으로 증명되는 '부부라는 사실'이, 사실혼에서는 그 자체로 입증의 대상이 됩니다. 혼인의 의사와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있었다는 점을 자료로 보여 주어야 재산분할 논의가 시작됩니다. 결국 사실혼에서 불리하게 느껴지는 부분의 정체는 '권리가 약해서'가 아니라, 그 권리를 지키는 데 시간과 증명이라는 부담이 더 얹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실혼 관계의 해소를 고민하고 계시거나 이미 일방적으로 관계가 정리된 상황이라면, 대응을 미루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계가 유지되던 시기의 자료를 정리해 두고, 분할 대상이 될 재산의 현황을 파악하며, 필요하다면 재산이 처분되는 것을 막기 위한 보전 조치를 검토하는 일이 모두 시간과 맞물려 있습니다.

 

정리

사실혼은 혼인의 의사와 부부공동생활의 실체를 갖추었으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관계입니다. 법률혼 규정 중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는 것은 사실혼에 적용되지 않지만, 재산분할은 부부재산의 청산이라는 실질에서 나오는 제도이므로 사실혼 관계가 해소되는 경우에도 그대로 인정됩니다. 따라서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재산분할에서 불리하다는 생각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분할의 대상은 함께 형성하고 유지한 재산이며 명의가 결정적 기준은 아닙니다. 분할의 정도는 기여도에 따라 정해지고 가사노동도 기여로 평가되지만, 구체적인 비율과 방식은 혼인생활의 기간과 재산의 형성 경위 등 개별 사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다만 사실혼은 절차 없이 한쪽의 의사로 해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산이 정리되지 않은 채 관계만 먼저 끝나는 상황이 실제로 발생합니다. 해소일부터 2년이라는 제한이 있고 사실혼의 존재 자체를 증명해야 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대응이 늦어질수록 선택지가 줄어들기 쉽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에서는 사실혼의 성립 시기와 해소 시점, 재산의 명의와 형성 경위, 확보 가능한 자료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실혼 관계의 해소를 앞두고 계시거나 이미 관계가 정리된 상황이라면, 현재의 재산 상황과 자료를 정리하여 이른 단계에서 객관적으로 진단받아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