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상간소송 합의 위반, 위약금의 법적 해석에 관하여 2026-07-22

 

상간소송 합의 위반, 위약금의 법적 성질은 무엇일까?

 

들어가며

상간소송은 판결까지 가지 않고 당사자 사이의 합의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때 작성하는 합의서에는 대개 두 가지 약속이 담깁니다. 하나는 더 이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약속, 이른바 부제소합의이고, 다른 하나는 배우자와 다시 만나거나 연락하지 않겠다는 약속입니다. 그리고 뒤의 약속에는 거의 예외 없이 "다시 만날 경우 ○억 원을 지급한다", "연락 1회당 ○백만 원을 지급한다"는 식의 금전 조항이 따라붙습니다.

문제는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시작됩니다. 합의서를 받아 둔 배우자는 적힌 금액 전부를 청구하려 하고, 청구를 당한 상간자는 그 금액을 정말 다 물어야 하는지를 묻게 됩니다. 실제로 두 입장 모두에서 상담이 많은 주제입니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합의서에 적힌 금액이 법적으로 어떤 성질의 돈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문구라도 그 성질이 무엇으로 해석되는지에 따라, 전액을 지급해야 하는 결론과 상당 부분 감액되는 결론 사이에서 운명이 갈리기 때문입니다. 아래에서는 법원이 이 문제를 판단하는 구조를 순서대로 설명드리겠습니다.

 

문구대로 전액, 혹은 어차피 감액이라는 두 가지 오해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청구하는 쪽은 상대방이 자필로 쓰고 서명까지 한 각서이니 적힌 금액 그대로 받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반대로 청구를 당한 쪽은 법원이 어차피 알아서 깎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생각 모두 자연스러운 직관에서 나옵니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계약의 기본 원리이니 문구대로의 이행을 기대하는 것이고, 다른 한편 통상의 상간 위자료가 수천만 원 단위에서 정해지는 현실에 비추어 수억 원의 약정이 그대로 인정될 리 없다고 기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쪽도 법원의 실제 판단 구조와는 다릅니다. 결론이 문구에서 곧바로 나오는 것도, 법원의 재량에서 곧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판단은 '이 위약금 조항의 법적 성질이 무엇인가'라는 해석 문제를 거쳐서만 내려집니다.

 

같은 위약금, 다른 두 성질 —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

위반 시 지급하기로 약정한 돈을 법률용어로 위약금이라 합니다. 그런데 민법은 위약금을 하나의 성질로 보지 않습니다.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일 수도 있고, 위약벌일 수도 있습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채무를 위반했을 때 배상할 손해액을 미리 정해 두는 약정입니다(민법 제398조 제1항). 위반이 있으면 실제 손해가 얼마인지 일일이 증명하지 않고도 정해 둔 금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말하자면 손해 입증의 부담을 덜어 주는 장치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입니다.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2항).

위약벌은 이와 다릅니다. 손해가 있든 없든, 손해배상과는 별개로 의무 위반 그 자체에 대한 제재로서 물리는 돈입니다. 위약벌에는 제398조 제2항의 감액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입니다. 다만 그 액수가 제재로서 지나치게 무거워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민법 제103조)에 반하는 정도에 이르면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로 될 수 있을 뿐입니다.

구별의 실익이 여기에 있습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해석되면 감액의 문이 열리고, 위약벌로 해석되면 감액의 문은 닫히는 대신 무효라는 더 좁은 문만 남습니다. 그래서 이 유형의 소송에서 공방의 중심은 금액 자체보다 조항의 성질에 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석의 출발점, 민법 제398조 제4항의 추정

그렇다면 성질은 어떻게 정해질까요. 민법 제398조 제4항은 위약금의 약정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합니다. 출발점이 예정 쪽에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위약벌이라고 주장하는 쪽, 통상은 전액을 받으려는 청구인이 그렇게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을 주장하고 증명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이 판단에서 계약서에 사용된 명칭이나 문구만이 아니라, 계약 체결의 경위와 교섭 과정, 위약금 약정의 주된 목적, 담보하려는 의무의 성격, 위약금 외에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금액의 규모와 예상 손해액의 크기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합니다(대법원 2020. 11. 12. 선고 2017다275270 판결).

위약벌로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의 전형적인 예는, 하나의 계약에 손해배상 예정 조항이나 실손해 배상 조항이 따로 있고 그와 별도로 위약금 조항을 두고 있어서, 그 위약금까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면 이중배상이 되어 버리는 경우입니다(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8다248855, 248862 전원합의체 판결). 손해의 전보는 다른 조항이 맡고 있으니, 문제의 위약금은 제재의 몫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재판에서는 어떻게 갈리는가

이 법리가 실제 사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상간 사실이 발각된 뒤 상간자가 '다시 만나면 일정 금액을 손해배상으로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쓰고, 이후 약속을 어겨 배우자가 각서에 적힌 금액 전부를 청구하는 구도입니다. 이때 청구하는 쪽은 그 조항이 위약벌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약벌로 인정되면 감액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문구대로의 전액에 다가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각서에 위약벌이라는 문언이 없고, 위약금 조항과 별도로 손해배상을 정한 조항도 없으며, 무엇보다 '손해배상으로 지급하겠다'는 표현 자체가 부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주된 목적으로 삼고 있다면, 위약벌로 볼 특별한 사정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이 경우 조항은 제398조 제4항의 추정대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해석됩니다.

성질이 그렇게 정해지면 다음 단계로 감액 심사가 열립니다. 약정 금액이 통상의 부정행위 위자료에 비해 현저히 고액이라면, 법원은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예정액을 상당한 수준으로 감액할 수 있습니다. 각서에 적힌 금액과 법원이 최종적으로 인정하는 금액 사이에 큰 차이가 생기는 사건들이 있는데,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조항의 성질이라는 법률 문제입니다.

법무법인 감명 역시 상간자 측을 대리하여 이러한 쟁점이 다투어진 사건에서, 각서의 위약금 조항이 위약벌이 아니라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한다는 점을 근거로 예정액이 대폭 감액되는 판단을 이끌어 낸 바 있습니다.

 

그렇다고 감액이 보장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까지 읽으시면 반대 방향의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어차피 법원이 깎아 줄 것이니 합의서에 어떤 금액을 적어 주어도 부담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이 역시 정확하지 않습니다.

감액은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 한하여 이루어지고, 그 판단에서도 금액을 누가 어떤 경위로 정했는지, 위반의 횟수와 경위는 어떠한지, 상대방이 입은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가 모두 고려됩니다. 감액이 이루어진 사건에서도 최종 인정액은 통상의 상간 위자료를 크게 웃도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감액이 되었다는 결론만 보고 약정 금액이 의미 없다고 읽어서는 안 됩니다.

나아가 조항이 위약벌로 설계되어 있고 실제로 그렇게 인정된다면, 감액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공서양속에 반할 정도가 아닌 한 약정한 대로 지급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어느 방향으로든, 합의서의 문구는 서명하는 순간 구체적인 법적 무게를 갖게 됩니다.

 

결론은 합의서를 쓰는 단계에서 대부분 결정됩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실무에서 확인할 지점이 분명해집니다. 재발 방지를 원하는 배우자의 입장이라면, 위약금 조항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전제로 금액과 문구를 설계해야 합니다. 위약벌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면 그 취지가 문언과 조항의 구조에 드러나야 하고, 그 경우에도 공서양속에 의한 통제가 남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성 없는 거액을 적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반대로 합의에 응하는 입장이라면, 서명하기 전에 그 금액이 어떤 성질로 해석될 수 있는지, 위반 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를 검토해야 합니다. 이미 위반을 이유로 청구를 당한 상황이라면, 조항의 성질에 관한 해석론과 감액 주장이 방어의 중심이 됩니다.

 

정리

상간소송 합의서의 위약금 조항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며, 위약벌로 인정되려면 이를 뒷받침할 특별한 사정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면 부당히 과다한 경우 감액될 수 있으나 당연히 감액이 보장된 것은 아니고, 위약벌이라면 감액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대신 공서양속에 의한 통제만 남습니다.

결국 핵심은, 합의서에 적힌 금액의 운명이 서명 이후의 다툼보다 서명 이전의 설계에서 대부분 결정된다는 점입니다. 다만 구체적인 사안에서는 합의서의 문언, 작성 경위, 위반의 태양과 증거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합의서를 작성하기 전이든 이미 분쟁이 시작된 뒤든,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받아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