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상간소송 합의 요구를 받았다면 확인해야 할 것 2026-07-22

 

상간소송 합의, 해야 할까 — 합의의 이유와 대가, 그리고 협상 전에 확인할 것

 

들어가며

배우자의 상대방으로 지목되어 내용증명을 받는 순간, 대부분의 고민은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상대방은 소송을 예고하면서 일정 금액을 제시하고, 기한 안에 합의하면 소송까지 가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때 받는 분의 머릿속에는 두 가지 질문이 동시에 떠오릅니다. 하나는 "합의를 하는 것이 과연 나에게 유리한가"이고, 다른 하나는 "합의를 한다면 상대방이나 상대방 변호사와 직접 협상해도 되는가"입니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합의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부터 정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합의를 '돈을 덜 내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하시지만, 실제로 합의가 가진 값어치는 그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합의를 하는 이유와 그 대가를 먼저 정리하고, 그다음에 왜 처음부터 거부할 필요는 없지만 혼자 협상할 문제는 아닌지를 설명드리겠습니다.

 

합의를 왜 하는가 — 판결로는 얻을 수 없는 것

합의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판결로는 얻을 수 없는 것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비밀유지입니다.

상간 분쟁은 금전 문제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사실관계가 외부로 드러나면 상간자 본인의 배우자나 가족에게 알려질 수 있고, 직장에 징계를 요구하는 진정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소송은 그 성격상 서면과 증거가 오가고 판결문이 남는 절차이므로, 진행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더 넓게 노출될 여지가 생깁니다. 반면 합의서에는 통상 "이 사건의 내용을 제3자에게 알리지 않는다"는 비밀유지 조항을 넣습니다. 소송으로는 강제할 수 없는 침묵을, 합의로는 계약의 형태로 확보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분쟁을 빨리 끝낼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소송은 수개월에서 길게는 그 이상 이어지고, 그동안 서면을 주고받으며 부정행위의 경위를 반복해서 되짚어야 합니다. 이 과정 자체가 상당한 심리적 부담이 됩니다. 합의는 이 절차를 생략하고 한 번에 분쟁을 종결시킨다는 점에서, 금액과 별개의 가치를 가집니다.

정리하면, 합의의 본질적 효용은 '얼마를 아끼느냐'가 아니라 '판결로는 살 수 없는 것을 사느냐'에 있습니다. 이 점을 먼저 구분해 두어야, 다음에 설명드릴 합의의 대가를 오해 없이 받아들이실 수 있습니다.

 

합의의 대가 — 합의금과 불리한 조건

효용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합의의 대가는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납니다.

첫째, 합의금이 판결로 나올 위자료보다 낮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부정행위로 인한 위자료는 실무상 대체로 수천만 원 범위 안에서 정해지고, 혼인관계가 유지되는 경우에는 그 폭이 더 좁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대방 입장에서 보면, 판결로 받을 수 있는 금액보다 적은 돈에 합의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합의에는 앞서 말씀드린 비밀유지와 조기 종결이라는 추가적 이익이 얹히기 때문에, 그 이익의 값이 금액에 반영되어 판결 예상액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높은 선에서 합의금이 제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합의금을 '깎아 주는 돈'으로 생각하고 접근하면 협상의 출발점부터 어긋나게 됩니다.

둘째, 금액 외에 불리한 조건이 함께 들어올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구상권 포기입니다. 이 부분은 조금 설명이 필요합니다.

부정행위로 인한 위자료 책임에서,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와 그 상대방인 상간자는 이른바 공동불법행위자의 관계에 있습니다(민법 제760조). 두 사람은 피해 배우자에 대하여 부진정연대채무, 쉽게 말해 각자가 전액을 지급할 의무를 지되 어느 한쪽이 지급하면 그 범위에서 함께 책임을 면하는 관계에 놓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부 관계입니다. 상간자가 위자료를 지급했다면, 그중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가 부담했어야 할 몫에 대해서는 그 배우자에게 돌려받을 수 있는데, 이를 구상권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합의 조건으로 이 구상권을 포기하라는 요구가 들어오는 경우입니다. 피해 배우자로서는 자신의 배우자가 나중에 상간자로부터 구상을 당하는 상황을 막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상간자가 구상권을 포기하면, 원래는 두 사람이 나누어 부담했을 몫을 상간자가 홀로 떠안는 결과가 됩니다. 겉으로 드러난 합의금 액수만 보아서는 이 부담이 보이지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지급하는 돈의 무게를 키우는 조건입니다. 이 밖에도 광범위한 부제소 조항이나, 사소한 접촉까지 과도한 위약금으로 묶는 조항 등이 함께 제시되기도 합니다.

 

"합의하면 무조건 싸게 끝난다"는 오해

여기까지 오면 한 가지 흔한 생각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합의를 하면 소송보다 비용이 무조건 절감된다는 생각입니다.

앞서 본 것처럼 합의금은 판결 예상액보다 낮기 어렵고, 여기에 구상권 포기와 같은 조건이 더해지면 실질 부담은 오히려 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직 총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것만이 목표라면, 합의보다 소송으로 판결을 받는 편이 더 유리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판결로 가면 위자료는 실무상 형성된 범위 안에서 정해지고, 구상권도 그대로 남기 때문입니다.

즉, 합의는 돈을 아끼기 위한 선택이 아닙니다. 합의는 비밀유지와 조기 종결처럼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이익을 위해, 금전적으로는 다소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하는 선택에 가깝습니다. 이 성격을 분명히 이해하고 계셔야, 합의와 소송 중 무엇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지를 제대로 저울질하실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합의를 거부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합의는 손해이니 거부하는 것이 맞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합의 요구가 들어왔다는 사실만으로 처음부터 문을 닫을 이유는 없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먼저, 대화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불리한 선택이 아닙니다. 합의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응하지 않으면 되고, 그때는 소송으로 넘어가 다투면 됩니다.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고 해서 소송에서 다툴 권리를 잃는 것이 아닙니다. 다음으로, 앞서 설명드린 비밀유지처럼 판결로는 확보할 수 없는 이익이 자신에게 특히 중요한 상황이라면, 합의는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노출 위험이 큰 직업이거나, 분쟁을 조용히 마무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경우가 그렇습니다.

결국 합의를 할지 말지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지키려는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판단의 문제입니다. 그 판단에 필요한 재료는 부정행위의 입증 정도, 기혼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 노출되었을 때 감수해야 할 위험의 크기 같은 개별 사정들입니다.

 

다만 혼자 협상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 혼자 협상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합의에 응하기로 마음먹었을수록, 협상은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진행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합의는 한 번 서명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이나 상대방 변호사가 제시하는 합의서는 상대방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해 설계되어 있기 마련입니다. 법률적 검토 없이 이에 응하면, 앞서 본 구상권 포기나 편면적인 부제소 조항, 과도한 위약금처럼 불리한 조건을 그대로 떠안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반대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넣어야 할 안전장치, 예컨대 비밀유지 의무를 상대방에게도 대등하게 지우는 조항이나, 이 합의로 모든 청구가 종결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조항을 빠뜨린 채 서명하는 일도 생깁니다.

변호사의 조력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차피 합의가 불발되면 소송으로 넘어갈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소송까지 내다보며 협상하는 것과 합의 하나만 보고 협상하는 것은 그 무게가 다릅니다. 무엇이 부당한 조건이고 무엇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조항인지를 가려내는 일은, 합의서의 문언이 어떤 법적 효과를 갖는지에 대한 판단을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는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합의가 성사될 수 있을지, 어떤 조건으로 마무리될지는 당사자들의 의사와 입장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같은 듯 보이는 사안에서도 합의 조건은 천차만별이어서, 누구도 특정한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변호사의 역할은 유리한 합의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부당한 조건을 강요당하거나 필요한 안전장치를 놓친 채 합의하는 일을 막고, 합의와 소송 사이에서 자신에게 맞는 판단을 하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정리

상간소송에서 합의는 돈을 아끼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비밀유지와 분쟁의 조기 종결처럼 판결로는 얻을 수 없는 이익을 위한 선택이며, 그 대가로 합의금은 판결 예상액보다 낮기 어렵고 구상권 포기와 같은 불리한 조건이 따라붙을 수 있습니다. 순수하게 비용만 따진다면 소송으로 판결을 받는 편이 유리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합의 요구를 처음부터 거부할 이유는 없습니다. 응하지 않으면 소송으로 다투면 되고, 자신이 지키려는 것이 노출 방지나 조기 종결이라면 합의가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협상을 혼자 진행하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합의서의 조건이 어떤 법적 무게를 갖는지 판단하고, 부당한 조건을 걸러 내며 필요한 안전장치를 확보하는 일은 전문적인 검토를 요합니다.

구체적인 사안에서는 부정행위의 입증 정도, 기혼 사실의 인지 여부, 노출 위험의 크기, 그리고 상대방이 제시한 조건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합의 요구를 받으셨다면 서명 전에, 이미 협상이 시작된 뒤라도,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받아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