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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혼소송 답변서, 방향을 먼저 정해야 합니다
— 기각을 구할 것인가, 이혼을 전제로 다툴 것인가
들어가며
어느 날 배우자가 제기한 이혼소송의 소장을 받게 되면, 답변서를 내야 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정작 그 안에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는 막막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막막함의 정체를 들여다보면, 사실 답변서 작성 이전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나는 이 이혼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막을 것인가라는 물음입니다.
이혼을 원하지 않는 분은 이혼 청구를 기각시킬 수 있는지, 혹시 배우자가 마음을 돌려 소를 취하하지는 않을지를 묻습니다. 반대로 이혼 자체는 받아들이되 억울하게 끝내고 싶지 않은 분은 재산분할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 양육권을 가져올 수 있는지, 오히려 위자료를 받을 수는 없는지를 묻습니다. 이 두 갈래의 질문은 결국 하나의 선택으로 모입니다. 답변서는 그 선택을 법원에 처음으로 밝히는 서면이고, 그래서 방향 설정이 문서 작성보다 먼저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 방향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그리고 각 방향에서 무엇을 유의해야 하는지를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첫 결정이 중요한 이유 — 방향 전환은 한쪽으로만 열려 있습니다
답변서에서 취할 수 있는 태도는 크게 둘입니다. 하나는 이혼 청구의 기각을 구하는 것, 즉 혼인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혼이 되는 것을 전제로, 재산분할·양육권·위자료와 같은 쟁점에서 자신의 권리를 다투는 입장입니다.
여기서 먼저 알아두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두 방향 사이의 전환은 한쪽으로만 열려 있다는 점입니다. 처음에 기각을 구하며 다투다가, 소송 진행 중에 혼인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되어 이혼을 전제로 한 다툼으로 옮겨 가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그 반대는 사실상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혼을 전제로 재산분할과 양육권을 다투어 놓고, 뒤늦게 '사실은 이혼을 원하지 않으니 기각해 달라'고 돌아서는 것은 개념적으로 모순이기 때문입니다. 이혼을 전제로 쟁점을 다툰다는 것 자체가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음을 전제하는 태도이므로, 그 뒤에 혼인이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기 주장을 스스로 뒤집는 셈이 됩니다.
결국 첫 단추를 어디에 끼우느냐가 소송 전체의 틀을 정합니다. 그리고 그 결정은 희망이 아니라 냉정한 전망 위에서 내려져야 합니다. 그 전망의 기준이 바로 다음에 설명드릴 재판상 이혼사유와 유책주의입니다.
이혼이 되는지는 법리로 정해집니다 — 재판상 이혼사유와 유책주의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질지는 당사자의 바람이 아니라, 법이 정한 이혼사유가 존재하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민법 제840조는 재판상 이혼사유를 여섯 가지로 정하고 있습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제1호), 악의의 유기(제2호),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의 심히 부당한 대우(제3호), 자기의 직계존속에 대한 심히 부당한 대우(제4호), 3년 이상의 생사불명(제5호), 그리고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제6호)입니다. 앞의 다섯 가지가 비교적 정형화된 사유라면, 마지막 제6호는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어 혼인의 계속이 일방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폭넓게 포섭하는 조항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 원칙이 더 작동합니다. 우리 판례가 취하는 유책주의입니다. 대법원은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 이른바 유책배우자는 원칙적으로 그 파탄을 이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파탄을 만든 사람이 파탄을 이유로 혼인에서 벗어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상대방과 자녀에 대한 충분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졌거나 세월이 흘러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해진 경우처럼, 유책성이 이혼 청구를 배척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은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청구도 허용될 수 있습니다.
이 법리를 자신의 사건에 대입해 보면 방향 설정의 윤곽이 나옵니다. 소를 제기한 배우자가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자라면, 기각을 구하는 대응은 법리적으로 충분히 승산 있는 선택입니다. 반대로 자신이 명백한 유책배우자이거나, 책임 소재를 떠나 혼인생활이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면, 이혼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때 기각만을 고집하는 것은 방향을 잘못 잡은 대응이 될 수 있습니다. 이혼을 피할 수 없다면, 남은 싸움은 이혼 여부가 아니라 이혼의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설득하면 취하하겠지"라는 기대의 위험
이혼을 원하지 않는 분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소송에는 대응하지 않으면서, 배우자를 설득해 소를 취하하게 만들겠다는 계획입니다.
물론 소송 중에도 부부가 화해하여 소가 취하되는 경우가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결심은 대부분 오랜 갈등 끝에 내려진 것이어서 소장이 접수된 뒤에 상대방이 마음을 돌리는 경우는 드뭅니다. 더 큰 문제는 그 기대가 무대응으로 이어질 때입니다. 답변서를 내지 않고 변론기일에도 나가지 않으면, 법원은 상대방의 주장만을 근거로 심리를 진행하게 됩니다. 상대방이 주장하는 이혼사유와 재산·양육에 관한 주장이 사실상 다툼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고, 그렇게 형성된 흐름은 뒤늦게 대응을 시작해도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혼인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과 소송에 대응하는 일은 모순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혼인 유지를 바랄수록 소송 절차 안에서 그 의사를 일관되게, 설득력 있게 드러내야 합니다. 설득은 소송 밖에서 시도하더라도, 소송 안에서는 빈틈없이 대응한다는 두 갈래 원칙을 지키셔야 합니다.
기각을 구하는 대응에도 전략이 필요합니다
기각을 목표로 방향을 정했다면, 한 가지 더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이혼사유가 없으니 알아서 기각되겠지'라는 안일한 대응은 금물이라는 것입니다.
이혼사유의 존부는 법원이 양쪽의 주장과 증거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상대방은 소장에서 혼인 파탄의 사정을 자신의 관점으로 구성해 제시하고,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그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쌓아 갑니다. 특히 제6호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는 정형화된 사유가 아니어서, 별거의 경위, 갈등의 양상, 소송 중의 태도까지 폭넓게 판단 자료가 됩니다. 답변서와 그 이후의 대응이 오락가락하거나, 혼인 유지 의사를 밝히면서도 실제 행동은 그와 어긋난다면, 그 자체가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에 이르렀다'는 상대방 주장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각을 구하는 대응은 소극적 부인이 아니라 적극적 구성이어야 합니다. 상대방이 주장하는 이혼사유를 조목조목 다투는 동시에, 혼인관계가 회복 가능하다는 사정, 그리고 자신이 혼인 유지를 위해 실제로 노력해 왔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정을 일관된 흐름으로 보여 주어야 합니다. 이 일관성은 답변서 한 장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소송이 끝날 때까지 유지되어야 하는 기조입니다.
이혼을 전제로 다툰다면 — 지켜야 할 권리를 놓치지 않는 것
반대로 이혼을 받아들이고 조건을 다투기로 했다면, 싸움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이제 중심은 재산분할, 양육권과 양육비, 그리고 경우에 따라 위자료입니다.
각 쟁점의 구체적인 법리는 그 자체로 별도의 글이 필요할 만큼 방대하므로 여기서는 상세히 다루지 않겠습니다. 다만 방향 설정의 관점에서 한 가지만 말씀드리면, 소장을 받은 쪽이라고 해서 수세적으로만 다툴 이유는 없다는 점입니다. 재산분할은 혼인 중 형성된 재산에 대한 기여를 정산하는 절차이므로 청구를 당한 쪽도 자신의 기여를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하고, 양육권은 부모의 우열이 아니라 자녀의 복리를 기준으로 판단되므로 현재의 양육 상황과 환경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쪽이 유리합니다. 위자료 역시 혼인 파탄의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다면, 청구를 당한 처지라도 반소 등을 통해 오히려 청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요컨대 이혼을 전제로 다투기로 한 이상, 목표는 '방어'가 아니라 법이 보장하는 자신의 권리를 빠짐없이 확보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소장을 받았다는 수동적 지위와, 소송에서 취할 태도의 적극성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정리
이혼소송의 소장을 받았다면, 답변서를 쓰기 전에 방향부터 정해야 합니다. 기각을 구하며 다투다가 이혼을 전제로 한 다툼으로 전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반대는 불가능하므로, 첫 판단은 냉정해야 합니다. 이혼 청구의 인용 여부는 민법 제840조의 이혼사유와 유책주의 법리에 따라 결정되며, 자신이 명백한 유책배우자이거나 혼인이 돌이킬 수 없이 파탄된 사안이라면 이혼 자체를 막기는 어렵습니다. 배우자의 소취하를 기대하며 무대응으로 버티는 것은 가장 위험한 선택이고, 기각을 구하는 경우에도 일관되고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이혼을 전제로 다툰다면 재산분할·양육권·위자료에서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지켜야 합니다.
어느 방향이 맞는지는 혼인 파탄의 경위, 책임의 소재, 증거의 상태, 그리고 자녀와 재산을 둘러싼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답변서 제출에는 기한이 있으므로, 소장을 받으셨다면 방향 설정 단계에서부터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받아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