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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잠자리거부 이혼사유,
수년째 거부당하고 있다면
———
오랜 시간 함께한 배우자로부터
아무런 이유도 설명도 없이
거부당하는 경험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듯한 깊은 상처로 남습니다.
처음에는
피곤해서이겠거니,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이겠거니
스스로를 달래보지만,
그 거부가 몇 달, 몇 년으로 이어지면서
부부 사이의 거리는 점점 벌어지고,
어느 순간 같은 지붕 아래 살고 있지만
완전히 다른 세계에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것도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까?",
"내가 너무 예민한 건 아닐까?",
"법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도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장기적이고 일방적인 잠자리 거부는
단순한 부부 갈등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사안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본 칼럼에서는
잠자리 거부가 이혼 사유로
인정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요건,
그리고 실질적인 대응 방법을
차분히 정리해 드리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혼 사유라고 하면
배우자의 외도나 폭력처럼
눈에 명확하게 보이는
사안만을 떠올리십니다.
그러나 우리 민법이 규정하는 이혼 사유는
그보다 훨씬 넓은 범위를 포괄합니다.
민법 제826조는 부부가 서로동거하며 부양하고 협조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동거 의무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의 공유에 그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관계의 유지를 포함한
실질적인 혼인공동체의 형성과 유지를
그 내용으로 한다고 본 바 있습니다.
따라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장기간 일방적으로
육체적 관계를 거부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부부 간의 동거·협조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만 잠자리 거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이혼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840조 제6호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재판상 이혼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데,
법원은 이 조항을 적용함에 있어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에 이르렀는지,
그리고 그 파탄이 회복 불가능한 수준인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잠자리 거부가
이 '중대한 사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거부의 기간이
상당히 장기에 걸쳐 있어야 하고,
그 거부가 일방적이며 반복적이어야 합니다.
또한 질병이나 건강상의 이유처럼
객관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없어야 하며,
이로 인해 혼인관계 전반이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는 점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법원은
수년에 걸친 육체적 관계 거부가 지속되고,
그 과정에서 대화마저 단절되는 등
부부관계가 형식적으로만 유지된 경우
혼인파탄을 인정한 사례들을 축적해 오고 있습니다.
반면
일시적인 거부, 건강 문제나 임신·출산 등
합리적 사유에 의한 거부,
또는
전반적인 부부관계는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의 단순한 빈도 감소 등은
법적 판단에서 다르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잠자리 거부를 이유로 한 이혼 청구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입증입니다.
외도나 폭력과 달리 잠자리 거부는
외부에 드러나는 흔적이 거의 없어,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직접적인 물증이 없더라도,
정황 증거들의 종합적인 조합을 통해
혼인관계의 실질적 파탄 여부를 판단합니다.
실질적으로 입증에
활용될 수 있는 자료로는
우선 당사자 간의 문자 메시지나
메신저 대화 내역이 있습니다.
육체적인 관계 거부 의사를
직접 표현한 메시지가 있다면
가장 직접적인 증거가 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부부 간의 대화가
단절되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나
별도의 침실을 사용하게 된
경위가 담긴 대화 등도
간접 증거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또한 관련 상담을 받으셨다면
심리 상담 기록이나 부부 상담 기록도
유용한 자료가 됩니다.
우울증이나 성기능 장애 등
관련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하셨다면
해당 진료 기록 역시
혼인관계의 파탄 정도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별거 사실을
뒷받침하는 거주지 관련 자료,
신뢰할 수 있는 제3자의 진술 등도
보조적인 증거가 됩니다.
위자료 청구와 관련하여서는,
잠자리 거부가 파탄의
주된 원인으로 인정될 경우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위자료 금액은 거부의 기간과 정도,
그로 인해 입은 정신적 피해의 크기,
혼인 기간, 당사자들의 경제적 사정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법원이 재량으로 결정하게 됩니다.
한 가지 반드시 주의하셔야 할 점은,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동의 없이 녹음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자료를 확보하는 경우
오히려 형사·민사상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증거 수집에 앞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여
적법한 범위 안에서
자료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이혼이 인정될 경우
당연히 따라오는 문제가
재산분할, 위자료,
그리고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의
양육 문제입니다.
재산분할
재산분할은 혼인파탄의 귀책사유와
원칙적으로 무관하며,
혼인 기간 중 재산 형성에 대한
각자의 기여도를 기준으로 이루어집니다.
잠자리 거부를 포함한 파탄의 책임은
재산분할이 아닌 위자료를 통해
별도로 반영되는 것이
우리 법원의 확립된 태도입니다.
위자료
위자료의 경우에는
파탄의 원인 제공자가 누구인지가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됩니다.
잠자리 거부가 혼인파탄의
주된 원인으로 인정된다면,
그로 인해 상대방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근거가 됩니다.
양육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양육권, 친권, 양육비의 문제는
잠자리 거부나 파탄의 귀책과는
별개의 기준으로 판단된다는 점을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법원은 양육 문제에 있어
오직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습니다.
따라서 어느 쪽이 혼인파탄에
더 많은 책임이 있는지와 무관하게,
자녀와의 유대 관계, 양육 환경,
양육 의지와 능력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잠자리 거부로 인한 혼인관계의 균열은
외부에서는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오랜 시간 홀로 감당하며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문제는
단순한 개인 감정의 영역이 아니라
법적으로도 충분히
검토되어야 할 사안입니다.
다만 법적 판단은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어떤 경위와 정황이 있었는지,
현재 확보할 수 있는 자료가 무엇인지
에 따라 전략 역시 달라져야 합니다.
섣불리 결론을 내리거나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려 하기보다,
먼저 전문가와 함께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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